콩고 봉고 · 스타 트렉 전략임무 시뮬레이터 · 벅 로저스 플래닛 오브 줌

 

아타리 2600 시장은 아타리를 비롯한 미국 현지의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일본 메이커들은 대부분 직접 진출하기보다는 라이센스 판매를 통해 이식작의 판매와 유통을 일임하는 방식을 택했다. 타이토의 스페이스 인베이더, 남코의 팩맨, 닌텐도의 동키콩마리오 브라더즈 등이 이런 식으로 2600용으로 등장해 판매되었는데, 물론 예외도 있다. 그 중 하나는 코나미. 게임에 따라서는 미국 현지업체에 라이센스를 넘기기도 했지만 마린 워즈푸얀같은 게임은 직접 2600용으로 개발 및 퍼블리싱하기도 했다.

 

 

코나미의 Marine Wars (왼쪽) / Pooyan (오른쪽)

마린 워즈는 이렇다할 특징이 없는 인베이더 클론으로, 눈에 띄는 장점도 없지만 초반에 살짝 템포가 느리다는 정도 외에 이렇다할 단점도 없이 평범히 할 만한 게임이지만 2600용 푸얀은 그냥 쿠소게다. 풍선을 타고 내려오는 늑대들은 사선에 들어가면 거의 즉시 방어상태로 들어가기 때문에 샷이 의미가 없을 정도이며, 뚝뚝 끊기는 게임플레이는 무슨 턴제 게임인가 싶은 느낌이 들 정도. 그러다 보니 처음 등장하는 늑대 몇 마리를 해치우지 못해 시작하자마자 게임오버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본 메이커들 중 2600 시장에 가장 깊게 개입한 건 아마 세가일 것이다. 아니, 아닐 지도 모른다. 세가는 본래 미국 기업이니까. 세가가 일본 기업이 된 건 1984년에 일본의 SCSK라는 스미토모 계열 IT회사에 인수되며 본사가 일본으로 옮겨간 이후의 일이니 이 글에서 다룰 1983년작들은 아직 세가가 미국 기업이던 시절의 마지막 게임들인 것.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하면 이 시기 이미 세가의 게임개발을 주도하고 있던 건 일본지사의 나카야마 하야오(中山隼雄)였으니 이미 반쯤 일본회사였다고 할 수 있을지도. 

 

아무튼 세가가 개발하거나 퍼블리싱한 2600용 타이틀은 최소 9작품이 확인되며, 1984년 발매를 앞두고 취소된 몇 개의 프로토타입들이 존재한다. 세가의 2600 타이틀 대부분은 2600 오리지널 게임이 아니라 아케이드 이식작들이며, 그 대부분은 2600만이 아니라 당대의 다양한 하드웨어로 동시기에 이식된 멀티플래폼 전략의 일환이었다.

 

 

 

 

Congo Bongo

콩고 봉고 (1983)

 

원작은 세가의 1983년 아케이드 오리지널. 동키콩의 인기에 자극받아 만들어진 아류작이지만 3D에 대한 갈망이 강했던 세가답게 쿼터뷰의 의사3D로 만들어졌고, 정글을 무대로 한 다채로운 스테이지와 화려한 컬러의 사용으로 동키콩과는 차별되는 매력을 갖춘 수작이었다. 다만 당시의 성능이 떨어지는 가정용 기기들로 이식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D로 리메이크된 SG-1000판을 제외한 모든 이식작에서도 동일한 의사3D 시점을 유지했고 2600용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케이드판 콩고 봉고

아케이드판은 4개의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2600판에는 2개로 삭제되었으며 위에 보여진 두 스테이지가 2600판에 재현되어 있다. 왼쪽의 폭포 스테이지는 스테이지 기믹이 일부 단순화되고 그래픽도 물론 많이 간소화되긴 했으나 주어진 리소스 내에서 스테이지를 재현하려 노력한 모습이 보이는 반면 우측의 플래폼 점프 스테이지는 정면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변경되었는데, 이는 2600의 한계를 인식하고 플레이 가능한 레벨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였던 걸로 보인다. 

 

아타리 2600은 조이스틱을 사용하는 만큼 대각선으로 입력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고 직관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원근감을 묘사할 수 있는 성능이 아니다 보니 쿼터뷰를 유지하는 방식이었다면 점프의 타이밍을 잡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동시기에 출시한 인텔리비전판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2스테이지를 돌파하기가 어려웠는데, 2600판의 2스테이지도 만만하진 않지만 그래도 비교적 점프의 감을 잡기가 쉬운 편이다. 

 

 

2600판 엔딩

아케이드판 오프닝에서는 고릴라 콩고 봉고가 정글 탐험가의 텐트에 불을 지르는 장난을 쳐 탐험가가 봉고를 쫓는 데서 게임이 시작되고 클리어하고 나면 봉고에게 불을 붙여 복수하는데, 2600판에서는 오프닝은 삭제되었지만 엔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후 1스테이지로 돌아가 루프되긴 하지만 2600용 게임에서 '엔딩'을 갖춘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

 

콩고 봉고는 아타리 2600용으로 개발된 (아마도) 유일한 3D 플래포머라 생각하면 무모하지만 유의미한 도전이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완성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 컨트롤러에 붙은 유일한 버튼은 점프 기능이지만 위치에 따라 점프가 안 되는 지점도 많고, 점프를 해서 높은 단으로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다. 제자리 점프를 하면 그자리에서 착지하며, 1스테이지 산을 오르는 도중 좁은 플래폼 위에서 방향을 입력하며 점프를 시도하면 벽에 가로막혀 점프가 불발된다. 1스테이지에서 봉고가 던지는 코코넛을 피하기 위해 이동가능한 화면 왼쪽 끝에 붙어서 벽에 비비다 보면 어째선지 다음 단으로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게 되고, 이 꼼수를 알고 나면 1스테이지는 거의 프리패스. 그러나 2스테이지에서는 조금만 물에 닿아도 아웃이다 보니 1스테이지에서 잔기를 보존한 상태에서 오더라도 처음부터 새로 감을 잡아야 한다. 

 

 

 

 

Star Trek: Strategic Operations Simulator

스타 트렉 전략임무 시뮬레이터 (1983)

 

스타 트렉은 탑다운뷰와 1인칭 시점을 동시에 사용하는 독특한 우주 배경의 슈팅게임이다. 거창한 제목 덕분에 어느 미국인 너드가 종종 뜬금없이 언급하는 그 게임. 1인칭 시점의 우주을 배경으로 한 비행슈팅은 2600에도 꽤나 많이 발매되었지만 이렇게 화면을 분할해 2시점을 동시에 사용하는 게임은 달리 없다. 화면 좌상단의 블럭들은 각각 에너지 실드, 포톤 어뢰, 워프 드라이브의 잔량. 게임 내에 설명이 없는 건 내부에 ROM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내장된 폰트도 없는 아타리 2600에서 텍스트를 표시하기엔 용량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2600에 글자가 보여진다면 그건 다 그림으로 처리된 것들이다.

 

 

 

실드는 잔기 개념으로 잔량이 없는 상태에서 피탄하면 게임오버되며, 우주정저거장에 들어가는 것으로 1단계 회복할 수 있다. 조이스틱을 좌우로 돌리는 것으로 기체를 회전할 수 있으며, 위를 누르면 현재 방향으로 전진하는 일종의 탱크 컨트롤을 보인다. 그러나 탱크 컨트롤이라 해도 불편함은 없는 것이, 화면 우상단의 레이더 화면와 하단의 1인칭 화면이 동시에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이를 교차해 가면서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조이스틱을 아래로 당기면 포톤 어뢰를 사용하게 되며 전방에 있는 적들을 일소할 수 있다. 레이더 화면에서 2대 이상의 적기가 정면에 있을 때 발동시키면 동시에 파괴되어 레이더에서 사라지는 걸 볼 수 있고 1인칭 화면에 보이지 않는 원거리의 적들도 공격이 가능하다. 워프 드라이브는 버튼을 누르며 조이스틱을 동시에 당기면 발동되며, 통상보다 이동속도가 빨라진다.

 

도중에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것으로 실드, 어뢰, 워프를 1단계씩 보급받을 수 있지만 적을 일단 전멸시키고 나면 자동으로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작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보급을 채우고 가는 게 좋다. 여기에 중간중간 소행성대를 통과하는 스테이지가 섞이는데, 장애물 피하기 느낌으로 진행되며 반복되기 쉬운 단순한 게임플레이를 중간에 끊어주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여기에도 우주정거장은 출현하기 때문에 보급 포인트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덕분에 익숙해지고 나면 꽤 오랜시간동안 플레이하게 되는 게임.

 

 

벡터스캔을 이용한 아케이드판 (왼쪽) 및 콜리코비전판 (오른쪽)

아케이드 버전은 벡터스캔으로 만들어져 자연스러운 스프라이트의 확대와 축소를 보여주지만 애니메이션의 디테일과 조작성 등을 합치면 개인적으로는 콜리코비전판이 가장 좋은 버전이 아닐까 생각된다. 실드, 포톤, 워프 화면이 화면 위에 바로 문자로 표시되는 몇 안 되는 버전이기도 하고. 그런데 2600 버전도 그래픽의 열화를 제외하면 조작성과 원작의 빠른 템포가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 게임플레이 자체는 훌륭한 편이다. 난이도 옵션 조절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용에 맞춰 적당히 조절되어 접근하기 쉬운 버전인 건 덤.

 

 

 

 

Buck Rogers Planet of Zoom

벅 로저스 플래닛 오브 줌 (1983)

 

1982년 아케이드 게임의 이식작. 제목의 벅 로저스는 무려 1929년에 시작된 신문 연재만화를 기반으로 한 코믹스 및 TV 시리즈로, 세가가 이 게임을 북미 아케이드에 출시하는 과정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해 제목에 추가되었다. 일본에 발매된 버전들은 라이센스 없이 줌 909라는 제목으로 발매되었다.

 

게임은 2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의 지상 스테이지는 잘레코의 엑세리온과 비슷한 방식으로 지상의 스크롤을 연출해 의사3D 효과를 낸 모드인데, 게임의 내용 자체는 사실 그냥 슬라롬이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위 오른쪽 위 화면처럼 기둥들이 나타나며 이 기둥 사이를 일정수 통과하면 클리어. 이 화면에서도 적이 등장하긴 하지만 굳이 파괴할 필요도 없고 적을 사선에 넣기 위해 이동하다 충돌하기 쉬우니 피하는 게 무난하다. 스코어와 잔기 수 표시 사이에 있는 숫자는 통과해야 하는 기둥의 숫자.

 

후반의 우주 스테이지에서는 본격적인 테일뷰 슈팅처럼 전개되며 목표는 화면에 나타나는 적들을 일정수 격추시키는 것. 버튼을 홀드하면 연사가 되지만 탄수는 최대 2발까지 화면에 존재할 수 있으며, 3번째 샷을 쏘면 최초의 샷이 화면에서 그대로 소멸하기 때문에 수동으로 쏴 주는 게 무난하다. 우주 스테이지의 마지막에는 좌우 2개의 파츠로 연결된 적의 모선이 출현하는데, 한쪽 파츠만 파괴하면 화면 밖으로 돌아갔다 나오는 사이에 파괴된 파츠가 부활해 있으니 스크린 아웃되기 전에 두 파츠를 전부 파괴해야 한다.

 

 

Solaris (1986) / Radar Lock (1989)

여기서는 세가의 2600 릴리즈 가운데 3D적인 연출을 시도했던 게임들만을 픽업했다. 아무리 세가가 3D에 대한 로망을 추구하는 메이커였다 하더라도 2600이라는 가당찮은 하드웨어로 여기에 도전한 건 역시 세가답다고 해야 할까. 사실 스타 트렉과 같은 POV 슈팅은 아타리를 비롯 여러 메이커가 이미 아케이드, 콘솔 양쪽에서 도전했던 장르라 세가의 시도도 그 자체로는 새롭지 않지만 벅 로저스에서 지면을 스크롤시키는 연출은 시도된 이후 솔라리스레이더 록같은 80년대 후반 아타리 2600 황혼기 작품들에서 모방, 발전되며 고작 PONG을 재현하기 위해 만든 콘솔의 한계에 도전하는 작품을 낳는 템플릿이 된다.

 

물론 이런 작품들은 사실 실제 3D 공간이 아니라 2D그래픽을 이용해 의사3D 효과를 내는 것 뿐이지만 중요한 건 플레이어가 어떻게 느끼는가니까. 정말로 3D 공간 비스무레한 것을 2600으로 재현하려 한 가장 가까운 시도는 역시 콩고 봉고인 것 같지만 이건... 이건 2600으로는 만들지 말았어야 할 게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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