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든스 (2012)
John Clowder가 RPG 쯔꾸르 XP로 제작한 인디 게임. 후속작에 해당하는 게임으로 진지바가 있고, 후에 로드킬을 화장하는 곳이라는 게임이 스팀으로 발매되었다. 제목의 "midden"은 현대 영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말로, 동물의 뼈, 음식물 쓰레기, 배설물, 조개껍질 등을 쏟아버린 쓰레기장이다. 오늘날에는 주로 고고학적인 맥락에서 쓰인다. 우주의 쓰레기장과도 같은 이 게임의 세계를 묘사하는 데 참 적절한 말이다.
주인공인 유목인(Nomad)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협곡(Rift)라는 세계에 떨어지게 되고, 이 우주 쓰레기장에서 한 자루의 수다쟁이 리볼버를 만나게 된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당신의 양심이야...하지만...당신의 본능이기도 하지.^_^네 손가락이 방아쇠에 놓일 때면내 혀가 네 손톱을 핥을 수 있을만큼 가까이 놓인다는 걸 기억해...그리고 네가 시선을 돌릴 때에도나의 시선은 네가 죽이는 자들의 눈을 바라본다는 것을....이걸 알고도 계속하길 바래?
그리고 주인공은 Shift키를 누르는 것으로 전방을 향해 리볼버를 쏠 수 있게 된다. 리볼버는 이 세계를 피바다로 만들자고 하지만.. 당신의 선택은?
미든스는 유메닛키와 OFF를 강제로 교배시켜 만든 사생아 같은 게임이다. 게임의 배경세계는 픽셀아트와 콜라주를 기묘하게 섞어 유메닛키보다 한결 더한 악취미가 느껴지는데, 오픈월드 방식으로 게임 시작과 동시에 게임 내 세계 대부분이 개방되며 유메닛키를 플레이하듯 돌아다니는 것이 게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음악도 그에 걸맞게 괴이하다. (괴이하긴 하지만 호러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여기에 주인공인 '유목인'은 옴, 람, 얌이라는 3개의 차크라를 OFF의 주인공 배터처럼 사용하고, 전투와 이 세계의 '재활용'이 키워드가 된다.
극초반 지역에 등장하는 자코들은 유목인 혼자서도 쓰러트릴 수 있지만, 조금 더 지나가면 등장하는 적들을 유목인만으로는 도저히 쓰러트릴 수 없게 된다. MP(게임 내에서는 "Nerve")를 소비해 동료를 전투중에 소환해 싸우게 되는데, OM은 회복능력이 있고, LAM은 전투스킬이 강력하며, YAM은 적에게 상태이상을 걸 수 있다. 이 차크라들은 소환하지 않으면 경험치를 받지 못하고, 이들 역시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새로운 스킬들을 얻게 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이유가 아니라면 셋 전부를 소환시키고, 주인공인 유목인의 MP는 이 차크라들의 소환에 쓰기 위해 아껴둘 필요가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적들은 극초반의 자코들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강력하다. 거의 모든 인카운터가 보스전급인데, 대부분의 경우 이쪽에서 먼저 쏘지 않으면 공격해 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전투를 통해 적을 하나씩 쓰러트릴 때마다 소비할 수 없는 "Nothing" 이라는 것이 하나씩 늘어나게 된다. 이것이 당신의 카르마.
그렇다면 불살 플레이가 가능할까? ...아니, 그렇지는 않다. 플레이어가 쏘기 전에는 대체로 인카운터가 발생하지 않지만, 때로는 상대가 먼저 다가와 "정당방위"를 위해서 싸워야 하는 경우도 때때로 발생하고, 어느 정도 레벨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군이 일격에 하나씩 죽어가는 꼴을 보게 될 것이다. 세 차크라를 소환해 싸우는 요령을 약간 익히고 나면 대체로 문제가 안 되지만, 초반에 레벨이 한참 모자란 상태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싸움을 걸어 망하는 사태도 제법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 이 게임에서는 아이템의 입수도 제한되어 있고, 세이브 포인트가 회복을 겸하긴 하지만 상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계획성이 필요하다. 팁이라면 YAM의 레벨을 약간 올리면 Lichen이라는 스킬을 얻게 되는데, 다른 게임의 독처럼 적의 HP의 일정 퍼센트를 매턴 감소시킨다. Lichen이 듣지 않는 적들도 물론 있지만 최후반 에리어로 들어가지 않는 한 대체로 통하기 때문에 1턴째에서 YAM을 소환하고, 2턴째에서 Lichen을 시도하는 게 기본 패턴이 된다.
이렇게 싸우다 보면 Nothing들이 쌓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맵을 이동할 때 랜덤하게 리볼버와의 대화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이 리볼버의 정신상태가 ... 응, interesting하다. 리볼버의 대사들만이 아니라 그 외의 NPC들의 대사들 중에서도 명문이 많다 보니 읽는 것도 즐겁다. 제작자가 쓴 대사들도 있겠지만, 어딘가에서 따온 인용구들도 섞여 있고, 듣기로는 사형수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들 같은 것도 섞여 있다고 한다. 그래선지 가끔 대사들이 소름돋는 것들이 있다. 이런 대사들은 스토리 진행 힌트보다는 분위기를 돋구는 역할에 가깝고, 후속작인 진지바에서도 이런 형식으로 이어진다.
일단 불살이 아주 불가능하진 않은 것 같은 게, 유목인의 스킬 중에는 '운동'이라는 게 있어 선택하면 약간의 MP를 소비하고 운동을 하며 이대로 방치하면 약간의 경험치를 얻게 된다. ...물론 이걸 기다리는 것도 시간을 잡아먹을 것이며, 애초에 Nothing이 30 이상이 되지 않으면 엔드게임 지역으로 들어갈 수 없는 걸로 알고 있어서 결국은 최소한의 살생은 필요하지 않나, 아니면 뭔가 다른 루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가끔 명중판정이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건 세이브 포인트를 포함한 대부분의 게임 내 NPC를 죽일 수 있고, 죽인 NPC는 Nothing과 유품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한번 죽인 NPC는 되돌아오지 않고, 그러다 보니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점점 맵이 황량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Nothing이 30에 다다를 때 리볼버는 게임의 최종 에리어로 들어갈 수 있게 해 주는 스킬을 주게 되고, 네타바레는 하지 않겠지만 이 에리어의 중간보스들을 돌파하고 최종보스전에서 승리하면 게임이 끝난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유메닛키의 시스템을 그대로 카피한 무수한 파생작들과 비교하면 유메닛키에 RPG다운 게임플레이를 접목시킨 발전형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전투들이 정말로 재미있는게, 다들 디자인이 괴상하기 때문에 겉보기만으로는 얼마나 강한지, 어떤 속성인지 등도 알 수 없을 뿐더러 까딱하면 마지막 세이브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과 함께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들어 준다. 가끔 자기 레벨보다 한참 위의 적에게 싸움을 걸다가 망하기도 하지만 전투의 밸런스는 전체적으로 잘 잡힌 편이고, RPG에서 랜덤 인카운터를 전부 제거하고 보스전만 남긴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Deep Rift 지역을 탐사하다 보면 플레이어의 죄를 먹어주는 NPC를 발견할 수 있다. 이 NPC와의 대화를 통해 Nothing을 깎을 수 있는데, 이 Nothing이 얼마나 쌓여있는가에 따라 엔딩이 분기되는 것 같다. 게임 자체가 후속작 진지바에 비해 많이 마이너하다 보니 공략정보도 딱히 보이지 않고, Nothing이 30 미만 / 30 이상 / 60 이상에서 갈리는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분량은 단순히 엔딩까지 가기만 하는 게 목적이라면 3-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내 1회차 세이브파일에 기록되었던 시간은 3시간 22분. 맵이 제법 넓기는 하지만 굳이 모든 지역을 샅샅히 뒤져야 할 필요는 없고, 충분한 희생자만 모으면 되기 때문인데, 샅샅히 탐사를 하며 제노사이드를 완수하고자 한다면 한참 더 걸리겠지.
진지바
진지바 (2013) 인디 개발자 John Clowder가 2013년에 발표한 RPG쯔꾸르XP 프리게임으로, 협곡(Rift)이라는 기괴한 세계를 공유하는 미든스의 후속작. 엔딩 크레딧에는 펀딩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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