プリンセスメーカー

프린세스 메이커 (1991 PC98/DOS)

 

이제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더 유명한 가이낙스지만 용돈을 벌기 위해 부업을 뛰던 시절이 있었고, 한때는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그 와중에 게임사에 길이남을 업적을 남기기까지 했는데, 물론 육성시뮬레이션 장르를 개척한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다.

 

그런데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일단 플레이 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넘어가자. 처음엔 스팀에서 판매중인 프린세스 메이커 리파인으로 플레이하려 했는데, 왠지는 모르겠지만 무사수행에 들어가자마자 계속 게임이 크래쉬되는 현상이 발생해 도저히 플레이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CFK 똑바로 좀 해 줘요. 그래서 한국 정발된 도스판이나 일본 PC-98판 등을 에뮬레이터로 건드려 보다가 뭔가 눈에 들어왔다. 두 버전의 파일 구조가.. 동일한 것 같은데? 2편의 경우 일본 PC-98과 한국 MS-DOS판의 파일 구성이 달라 한쪽의 파일을 다른쪽에 덮어씌우거나 할 수 없는데, 혹시 1편은 그게 되나 해서 PC-98판의 이미지 파일로 보이는 PT1 확장자 파일을 전부 추출해 도스용 한글판 위에 그대로 덮어씌워 보았더니...

 

 

뭔가 빠트렸나? 이미지 교체가 좀 되다 말았네
판사님 저는 분명 가렸습니다

체크썸 같은 거 없는지 그냥 되어버렸다... 이게 1991년이었으니 망정이지 2020년대라면 아무리 일본이라도 이거 이대로 정발이 안 될 레벨인데. 일본판이 수위가 높다는 건 말로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상상 이상이어서 좀 놀라웠다. 아, 무슨 툴로 어떻게 했는지 그런건 묻지 마세요. PC-98 디스크 이미지 툴과 DOS 명령어 사용법 정도 알면 어렵지 않고, 비슷한 방법으로 일본 DOS/V판에서 이미지 파일을 가져와도 된다. 아무튼 이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PC-98판 이미지를 한글판에 덮어씌운 상태로 그냥 진행했다. 그래서 이미지가 기억하시는 것과 다르게 보이는 부분들이 곳곳에 있을 겁니다. 무슨 파일이 무슨 이미지인 지 알고 덮어씌운 게 아니라 전부 때려박은거라.

 

어쨌건 게임 본편 이야기로 돌아오자. 프린세스 메이커는 모르고 막 하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잡캐가 되어 찌질한 엔딩을 보게 되지만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하면 사실 굉장히 간단한 게임이기도 하다. 일단 엔딩의 조건이 상당히 복잡한 2편 이후에 비해 굉장히 단순명쾌한 구조로 알기 쉽다. MSDOS/PC-98 기준으로:

  • 평가 1200 이상: 여왕
  • 평가 800이상 1200 미만: 프린세스

이 위의 두 가지는 다른 모든 능력치와 무관하게 발생한다. 평가치 800 미만에서는 종료 시점에서 가장 높은 능력치가 무엇이었는가에 따라 엔딩의 갈래가 결정되며, 다시 평가에 따라 랭크가 세분화된다. 대상이 되는 능력치는 체력 / 완력 / 지력 / 기품 / 매력 / 도덕이다.따라서 근성이나 민첩, 전투경험치 등의 요소는 그 수치가 어떠하든 엔딩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만약 저 중 도덕이 가장 높은 상태라면 평가 400 이상에서 고위사제, 100 이상에서 상급수녀, 50 이상에서 수녀, 50 미만에서 이혼녀 엔딩이 뜬다. 50 미만은 기본적으로 배드엔딩 루트이다.

 

예외적으로 지력이 가장 높고, 전투경험치가 지력의 2배 이상인 상태에서 학문 상급을 수료하고 박사 칭호가 있다면 마법사 계통의 엔딩이 나온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평가 400 이상, 100 이상, 50 이상 및 50 미만의 4개 구간으로 랭크가 갈린다. 따라서 추가 엔딩이 없는 기본 버전에서 볼 수 있는 엔딩은 체력 / 완력 / 지력 / 기품 / 매력 / 도덕 + 마법의 7개 카테고리에 각 4랭크 = 28개, 거기에 프린세스와 여왕을 더해 30가지이다.

 

프린세스 메이커 1편에서 가장 열쇠가 되는 스탯은 이 평가치이다. 지력 900에 평가치 30인 엔딩은 사기꾼이 되지만, 지력 300에 평가치 400이라면 다른 능력치가 300 이하라는 전제하에 왕립 아카데미 총장이 된다. 이 평가치를 얻는 방법은 이하와 같다.

  1. 아르바이트를 한 주동안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전부 성공하면 +1을 얻는다.
  2. 1년에 한 번 있는 수확제에서 무술대회 혹은 미인대회에 나가 입상한다.
  3. 기품 600 이상에서 국왕 알현까지 가는 과정에서 +48.
  4. 검술과 학문 교육을 통해 칭호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각 +30.
  5. 무사수행. 성에서 가까운 근교에서 하루에 +1, 변경에서 +2, 가장 멀리 떨어진 만지에서 +3씩 얻을 수 있으며, 완주해 성으로 돌아오면 +50을 입수한다.

하술하겠지만 무사수행 외의 다른 모든 수단을 합치더라도 프메의 진엔딩이라 할 수 있는 여왕에 다다르기엔 모자라기 쉽고, 결과적으로 무사수행의 비중이 가장 높다. 만약 일부러 낮춰서 다른 엔딩 베리에이션을 보고자 한다면 딸의 나이가 차면 등장하는 성매매 아르바이트를 통해 평가를 의도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런 짓을 시키면 평가가 떨어지는 건 알겠는데, 평가를 의도적으로 낮출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건 마음이 아프다.

 

어쨌건, 제목과 달리 보통 프린세스 메이커를 하면서 정말로 왕자님과 결혼해 프린세스 만드는 건 목표가 아니다. 뭔가 컨셉을 갖고 한다면 모를까, 평범하게 한다면 최상위 엔딩은 여왕이며 1편의 왕자는 여왕을 만들려다가 실패했을 때 등장하는 구제엔딩,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다테바야시 미하루같은 존재니 무시했다.

 

 

 

 

FILE 1 모카라떼

1트. 여왕이 되려면 무사수행을 해야 하고 무사수행을 하려면 전투능력이 필요하다. 일단 무사수행을 안정적으로 완주할 수 있게 되기만 하면 시간이 크게 빡빡하진 않으니 조급하지 않게 전투능력을 중심으로 딸을 키워보자. 2편의 여왕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밸런스 좋게 높은 스탯을 쌓아야 하지만 1편에서는 오직 평가치만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기품이나 매력 같은 건 여유가 되면 챙기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처음엔 그걸 잊어버려 뻘짓하고 잡캐를 만들다가 엔딩 조건을 확인해 보고 그제와서 다시 계획을 짰다.

 

엔딩 조건을 확인한 뒤 짱구를 굴려본다. 망한 플레이에서는 없는 것 보단 그래도 뭐라고 갖춰주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싼 장비들을 우선 구입하고 조금씩 업그레이드해 주는 방향으로 가려 했는데, 장비값 자체가 비싼데 매각대금은 구입가의 50%라 그만큼의 돈을 낭비하게 된다. 아예 처음부터 제일 좋은 걸로 맞추고 가는 건 어떨까.

 

초반 아르바이트를 여인숙(체력+), 나뭇꾼(완력+) 및 무기점(경험치+)을 돌려가며 진행하다 무기, 갑옷, 투구 순서대로 장비를 구입해준다. 무기계열 최강인 '검'은 3000G나 하지만 이것만 장비해도 무도회에서의 성적이 달라진다. 오호, 역시. 어느 정도 진행하다가 전투경험치나 민첩을 함께 올려주는 사냥꾼 아르바이트나 체력을 대폭 올려주는 인부 등을 하며 무사수행을 조금씩 조금씩 비효율적으로 공략해 나간다.

 

비효율적으로- 라고 한 건 무사수행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공격 데미지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한대 잘못 맞으면 수백 단위의 데미지가 한방에 들어오며 바로 뻗어버리는 일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도망칠 수 있는가 없는가, 아니면 통한의 일격을 맞지 않고 내가 먼저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가 없는가 등 기본적으로 확률 즉 운빨에 의존하기 때문에 최대한 도망다니며 어떻게든 엔딩에 필요한 만큼의 평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맞춘 뒤 남은 시간동안 다른 능력치들을 올리는 둥 마는 둥 하며 간신히 조건을 맞추고 여왕을 만들었다.

 

 

 

여왕 엔딩은 프롤로그에서 주인공, 즉 애아빠가 쓰러트린 마왕이 8년의 시간을 지나 되돌아왔으나 이번엔 잘 키운 딸이 나서 마왕을 격퇴하고 나라를 구한 김에 여왕으로 즉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프메1 여왕은 처음 만들어봤는데, 이런 엔딩이었군. 근데 잠깐. 여기서 나라는 닝겐은 생각한다.


과연 모카라떼는 일기당천으로 적진에 돌진해 마왕의 뚝배기를 부술 수 있는 인간병기인가? 아니, 객관적으로 생각해 결코 그렇지 않다. 정말 간신히 턱걸이만 한 수준이잖아. 그렇다면 더 강한 딸이 필요하다.

 

 

 

 

FILE 2 초코민트

2트. 모카라떼의 성장이 늦어진 건 '피로'와 '도덕'의 관리 때문이었다. 수업이나 아르바이트를 시키면 피로도가 쌓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휴식을 시키면 피로도를 제거할 수 있지만 그만큼의의 돈이 필요하고, 누적된 피로도의 절반에 해당하는 도덕치가 감소한다. 도덕치가 제로가 되면 비행청소년 상태가 되어 다른 알바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1달간 교회에 보내 해당 달 종료시점에서 도덕이 플러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그런 만큼 휴식과 교회를 동일한 달에 실행해 줘야 할 필요가 있고, 교회 알바는 돈이 되지 않으니 돈이 쌓이는 속도도, 스탯이 올라가는 속도도 늦어진다.

 

하지만 생각한다. 돈을 왜 모아야 했지? 돈을 모아야 하는 이유는 무기를 사기 위해서였다. 무기는 왜 필요하지? 전투력을 올리기 위해서다. 다시 생각한다. 정말 무기가 필요한가?

 

여기서 전략을 재정립한다. 우선 생일을 4월 1일로 설정해 시작과 동시에 11살이 되게 만들어 놓고, 1년동안 쉬지 않고 나뭇꾼만 시킨다. 이렇게 하면 300이 좀 안 되는 수치의 완력을 얻을 수 있고 나뭇꾼의 소득만으로 계속해서 봉제인형(피로도 -30, 도덕 +10) 을 구입하면 무한동력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1년이 지나면 인부 알바가 해금되며, 이후 이것을 중심적으로 실행하며 체력을 늘린다. 13세에 사냥꾼이 해금되면 이것도 섞여주며 최소한의 전투경험치를 함께 입수한다. 체력이 800 전후정도쯤 되고 나면 수확제 우승은 물론 무사수행도 충분히 맨주먹으로 돌 수 있는 전투력이 갖춰진다.여기서 프메1의 데미지 공식을 살펴보자. 일본 공략위키에 따르면

  • 일단 혈액형에 따라 데미지가 달라진다. O형이 가장 높고, A형은 약간 낮으며, AB형은 랜덤성이 강하고 B형은 그냥 약하다. 따라서 무사수행을 한다면 O형이어야 한다.
  • 공격력은 [공격측의 완력 + 공격측의 무기보정 - 방어측의 방어보정]으로 정해지며, 만약 0 이하인 경우 데미지 1로 고정된다.
  • O형의 경우 적 HP의 1/4 ~ 1/2까지 랜덤으로 정해지는 데미지 하드캡이 들어간다. 따라서 완력이 300이든 400이든 실제로 들어가는 데미지에는 변화가 없다.

처음 1년간 나무를 베면 280 정도의 완력이 나오는데, 이 게임 최강의 적인 드래곤의 체력이 350 정도이다. 다른 무기가 없어도 하드캡에 도달하기 충분한 정도이며, 초과 완력은 크리티컬이 떴을 때 완력 *2의 데미지를 입히지만 이 경우 드래곤을 원펀으로 날리기에 충분하다. 즉 그 이상을 올리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굳이 무기를 쥐어줄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무기를 얻느라 돈을 낭비할 필요 없이 상점에서 '봉제인형(피로도 -30, 도덕 +10)'을 계속 구입해 먹여주며 무한 알바 뺑뺑이를 돌리는 쪽이 더 효율적이다.

 

나머지는 체력이다. 몬스터의 공격력에 대한 정확한 계산식은 정보가 없는 것 같고 최악의 경우 호랑이 같은 몬스터는 300 이상의 데미지를 연발할 수도 있는데 아마 반대 방향으로 캡이 들어있는 게 아닐까 싶다. 체력이 낮을 때는 총 HP의 일정 비율로 데미지를 입히는 걸 후대 여왕 플레이중에 확인했기 때문에... 어쨌건 상기 (3)번에 따라 캡에 다다른 상태라면 3번 때리면 대체로 모든 몬스터가 쓰러지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만큼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면 된다. 맨몸이라면 약 1000 이상에서 안정권에 들어가지만, 무기와 달리 방어구는 갑옷과 투구 2종류나 있기 때문에 만약 (2)와 같은 원리라면 방어구를 갖추면 그보다 낮은 HP에서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 같지만 없어도 될 거 같아 무시했다.

 

어쨌건, 딸의 육성 처음 절반은 노가다로, 나머지 절반은 매달 무사수행만 3주간 시키는 것으로 진행했다. 도중에 그 이상의 완력이 정말 의미가 없는지 등 테스트를 위해 나뭇꾼을 시키는 등 딴짓을 시키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무사수행만 진행한다. 그러면 돈이 나갈 일이 없어지는 건 물론 무사수행에서 입수되는 아이템들로 모자란 다른 스탯들을 도핑할 수 있다.

 

무사수행에서 입수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약초 (HP +50, 전투용 아이템) 외 봉제인형 (도덕 +10), 책 (지력 +20), 찻잔 (기품 +15), 드레스 (매력 +25)로 매번 들어갈 때마다 리젠된다.

 

만약 3주 전부 무사수행으로 채운다면 처음 2주동안 모든 아이템을 전부 회수하고 성으로 귀환할 수 있고, 3주째는 기한이 9일~11일 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이 빡빡하지만 기한이 9일밖에 없는 2월 3주째를 제외하면 어차피 가는 길에 있는 봉제인형만 줍고 바로 드레스로 직진할 수 있다. 다른 아이템들에 비해 드레스는 $1000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이기 때문에 회수해 $500에 파는 것도 방법이고, 올리기 어려운 스탯인 매력을 +25나 주는 것도 장점이다.

 

단 이 작전의 경우 체력이나 전투경험치 상승을 무사수행에만 의존해야 한다. 다시 인부나 사냥꾼 아르바이트로 되돌아간다면 기껏 아이템으로 올린 기품이나 매력이 다시 떨어지는 걸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 턴 무사수행을 실행하면 플레이 시간이 그만큼 길어지긴 하지만 무술대회는 물론, 찻잔과 드레스로 도핑한 기품/매력으로 미인대회 우승도 함께 노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누적된 평가치는 4396.

 

 

 

그렇게 완성된 건 드래곤 상대로 맨몸으로 기품있게 주먹다구를 벌이며 호랑이를 매력있게 원펀으로 날리는 지성과 도덕심이 넘치는 세기말 여왕. 음, 이 난세를 이끌기에 충분한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생각한다. 전쟁을 통해 얻은 평화는 과연 항구적인 평화라고 할 수 있는가?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불살 플레이로 여왕이 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가?

 

 

 

 

FILE 3 바닐라아이스

3트. 초대 프린세스 메이커의 여왕 엔딩은 프롤로그에서 용자, 즉 양아버지가 쓰러트린 마왕이 군세를 다시 모아 다시 공격해 오는 것을 딸이 막아내고 다시금 왕국을 구하는 내용이다. 그리 생각하면 스토리상으로나 시스템상으로나 전투계열 진로가 비전투계 진로에 비해 우대받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 엔딩의 내용으로만 봐도 용사의 후계자를 육성하는 걸 전제로 했음이 분명한데 - 비전투 진로를 밟아 여왕을 만드는 건 가능할까?

 

일단 여왕의 기준이 평가 1200 이상이란 점을 다시 기억해 보자. 일단 수확제의 미인대회에서 전부문 입상 + 종합 우승을 하면 투표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약 150정도의 평가를 얻을 수 있다. 처음 11-13세 구간에선 종합우승은 힘들지만 14-18세 구간 5년간 종합우승을 빼놓지 않고 달성한다면 150 * 5 = 750 정도가 나온다. 11-13세 구간에서 부분이라도 들어간다면 대충 800+ 정도를 얻을 수 있다고 계산해 보자.

 

교육에서 검술과 학문을 배우면 3번에 걸친 승급마다 평가 10을 얻는다. 검술을 빼면 여기서 30이 추가로 들어오며, 기품 600 이상에서 국왕과 접견하는 과정에서 평가 총 48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많게 쳐서 900 정도가 일단 사정권에 들어온다. 아르바이트를 한 주동안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전부 성공하면 평가에 +1이 들어오는 만큼 이것도 쌓이면 무시하지 못할 양이 될 수 있겠지만 8년간 누적이라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평가 200-300을 달성하기는 세이브로드 신공을 동원한다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지극히 괴로운 일정이 될 것이다.

 

미인대회는 총 3가지 종목으로 심사가 이루어지며, "태양의 신상"은 기품, "달의 신상"은 몸매 프로포션 (100%에 가까울 수록 고득점), "별의 신상"은 매력치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여기서 매력을 높이는 대표적인 아르바이트인 '유흥가'와 '이상한 집'은 가장 중요한 평가치를 바닥으로 내리꽂는 아르바이트고 (성매매를 시키는 꼴이니 당연하다!) 그 외에 매력을 올려주는 유일한 커맨드인 '주점'은 매력을 올려주지만 기품이 떨어진다. 기품을 올리는 유일한 알바인 '하녀(메이드)'는 다른 패널티는 없지만 일당이 박봉이다. 하녀 일당 $8, 주점 일당 $10. 그에 비해 전투원 육성을 위해 나뭇꾼을 시키면 $15로 시작하며 건설인부는 $18임을 생각하면 재정면에서도 불리하다. 매력과 기품을 동시에 챙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매달 1번씩 할 수 있는 대화 이벤트의 조건을 확인하면 아래와 같다. 핵심이 되는 부분을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딸의 생일을 4월 1일로 설정해 바로 11세로 시작하게 한 뒤, 처음에 일부러 '상냥하게 대화한다'로 근성을 낮추고 여인숙, 무기점, 병원을 아무 순서대로 휴식 없이 3달간 진행한다. 피로도가 근성치를 상회하면 '상냥하게 대화한다'로 피로를 회복할 수 있으며, 근성이 내려가는 만큼 알바 실패율도 높아지지만 성공수가 잘 나오기만 한다면 빠르면 6월 말, 늦어도 7월이면 $1000를 모아 드레스를 구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매력 +25를 얻을 수 있다.

 

위의 알바 3가지는 몰아서가 아니라 고르게 섞어야 하는데, 이 시점에서 딸의 최대 능력치가 '매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대 능력치가 매력인 상태에서 잔여 도덕치보다 피로가 높은 상태라면 '설교' > '때린다' > '더 때린다'를 통해 매력을 높일 수 있다. (대체 이 미친 양아버지가 무슨 짓을 하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지만, 한글판에서 '매력'으로 번역된 단어는 일본어로는 '색기'이다...)

 

어쨌건 이 이벤트를 통해 도덕치를 까는 대신 매달 평균 20 정도의 매력치를 얻을 수 있다. 대화 이벤트로 도덕이 0이 되는 건 괜찮지만 그대로 다음달 행동을 실행하고 도덕이 0인 채 달이 종료되면 불량상태가 되니 여기서 이 게임의 최강 아이템인 '봉제인형'이 필요해진다. 11살 구간에선 어차피 나중에 지성도 올려야 하니 병원 알바를 돌리고, 12살 이후 하녀 알바를 월 3회 실행한 뒤 체벌로 매력을 높인다. 그리고 전달에 벌어들인 돈으로 '봉제인형'을 구입해 사용하면 피로 -30, 도덕 +10이 되어 다음달에 다시 알바로 복귀할 수 있다. 다음달에 휴식을 하지 않고 알바 3주를 돌면 도덕 10 상태로 월말을 맞이하니 불량해지지 않으며, 다시 체벌을 실행한 뒤 봉제인형으로 피로와 도덕을 회복한다.

 

돈이 잘 모이지 않겠지만 약간씩 남는 돈이 있다면 모아서 강철 신발을 사서 근성을 올려준다. 근성은 알바의 성공률을 높여주는 중요한 스탯으로, 알바 실패율이 줄어들면 그만큼 돈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고 올성공을 띄울 수 있다면 평가치도 올라간다. 수확제 미인대회에서는 '태양의 신상', '별의 신상'은 스탯빨로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달의 신상'은 빡빡한 스케줄상 몸매관리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을텐데, 여유자금을 쥐어짜 심사위원 매수에 사용한다. 10명만 매수해도 결과가 뒤집힐 수 있고, 한 부문마다 평가 +10을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노릴 가치가 있다.

 

 

 

플레이 종료 17개월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달생한 평가치는 950. 해당 시점에서 마지막 수확제에서 160 정도의 평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면 그래도 약 90정도가 모자란다. 이걸 데리고 검술교육을 받으러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알현이나 박사칭호는 이미 입수완료된 상태. 그렇다면...

 

 

 

포기! 결국 이 수 밖에 없나. 멀리 갈 필요 없이 성문 앞에서 캠핑하며 몬스터가 나오면 '말을 건다', '숨는다', '도망간다' 등으로 어떻게든 살아남기를 시도하며, 전투로 이어지면 죽을 수 밖에 없으니 몬스터들과의 평화적 해결을 시도하며 88일을 버텨본다. 세이브로드 신공은 당연히 필요해진다.

 

무사수행을 하면 하루를 보낼 때마다 체력과 평가가 +1씩 상승하는데, 최종 스탯이 체력 88이니 무사수행으로 모은 평가도 88일 것이다. 흠...만약 미인대회를 보다 효율적으로 공략하고, 세이브로드 신공을 통해 알바 올성공을 어떻게든 늘렸다면 평가치 88만큼을 무사수행에 의존하지 않고 채우는 것도 가능하긴 했을 지 모르겠다 싶기도 하다. 일단 이론적으로 도달 가능한 영역이란 느낌?

 

 

아냐 넌 필요없으니 뒤에 빠져있어
미인대회로 여왕을 뽑는 나라

초대 프린세스 메이커는 아무래도 완성도 측면에서는 시리즈 이후 작품들에 비해 많이 모자라고, 특히 무사수행에 치중된 밸런스를 보면 이 게임이 공주를 만드는 게임이 아니라 용사를 만드는 게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 육성 시뮬레이션은 RPG, 특히 드래곤퀘스트 이래의 JRPG를 베이스로 스탯 향상의 육성요소를 부각시켜 파생된 장르라고 알려져 있고, 그 개척자인 프린세스 메이커는 전투경험치와 레벨 개념 및 무사수행 요소에서 아직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배경이 판타지 세계관이고, 양아버지가 마왕을 쓰러트린 용사라는 것도 그 영향이 아닐까.

 

실제로 무사수행을 제외한 나머지 게임 대부분은 RPG에서 오버월드를 삭제하고 스탯의 증감만 남긴 구성이다. 그렇게 말하면 버튼 눌러서 숫자 오르내리는 걸 지켜보는 것 뿐인데 그게 뭐가 재미있겠어? 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걸 재미있게 만들었으니 대단한 거지.

 

다만 기왕 할 거면 처음부터 무사수행을 아예 삭제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지력'을 키워 왕립 아카데미 엔딩을 보고 싶다면? 순수하게 마을 내에서 학문을 닦아 절대 평가 400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무사수행을 하며 400을 찍어 놓고 마지막 몇년간 지식을 주는 알바만 반복하는 게 무난할 것이다. 병원 알바를 하면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력이 체력을 넘게 될 테고 그 시점에서 클리어다. '매력'을 높여 후궁 엔딩을 보고자 한다면? 감정이입이나 롤플레잉 요소를 배제하고 스탯만 놓고 보면 무사수행 중심으로 여왕 루트를 가다가 도중에 세이브 백업해 놓고 성매매를 시키면 된다. 그걸 시키면 매력이 성공수당 +5라는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기 때문에 미리 여유분의 평가치를 벌어놓고 그걸 까면서 매력을 폭랩시킬 수도 있고, 무사수행과 성매매로 벌어들인 돈이면 비싼 드레스를 잔뜩 사서 도핑해 주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무사수행을 보내 몬스터들과 싸우기도 하고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며 성내의 좁은 UI를 벗어나 넓은 세계를 돌아다니는 건 잘 만든 RPG를 플레이하는 듯한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지만, 그게 육성이 아니라 RPG스러운 재미라는 거지. 서브컨텐츠 정도로 전투계 육성에는 필요하지만 비전투계 진로를 잡으면 인연이 없는 정도였다면 괜찮았겠지만, 1편의 무사수행은 거의 모든 진로가 무사수행에 의존한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이게 RPG에서 육성시뮬레이션으로 파생되는 과정에 남은 흔적기관이었어야 하는데 사실 핵심기관이었어.

 

 

프린세스 메이커 2

프린세스 메이커 2 (1993 PC-98/MS-DOS) 혁신적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단순하고 밸런스가 미묘한, 프로토타입의 인상이었던 전작 프린세스 메이커의 후속작이자 완성판.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의 카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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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메이커 레전드 오브 어나더 월드

프린세스 메이커 레젠드 오브 어나더 월드 (1995 SFC) 슈퍼패미컴으로 리메이크 이식된 프린세스 메이커 2. 이하 LoAW로 약칭한다. 타이틀 로고를 보면 가이낙스 원작에 타카라가 이식에 참여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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