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HOME

뉴 홈 (2014)

 

FelixTheJudge에 의해 만들어진 OFF의 파생 게임. GameJolt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와 조작 캐릭터가 분리되어 있고, '인형'이라 불리는 이 조작 캐릭터는 본가 OFF의 배터가 아니라 조력자로 등장했던 고양이 저지다. 배터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게임이 시작되고, 플레이어는 저지를 조종하게 되는데, OFF를 먼저 플레이했을 것이 전제되어 있는 만큼 이 글에서도 OFF 본가의 내용을 언급할 때는 굳이 네타바레를 신경쓰지 않고 서술하기로 한다. HOME 고유의 내용에 대해서는 최대한 억제하겠지만.. 그런 만큼 본가 OFF를 모르는 분들은 이 시점에서 뒤로가기 추천.

 

게임을 시작하면 퍼즐과 전투의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다. 지옥을 보고 싶지 않다면 쉽게 가자. 선택한 난이도에 따라 퍼즐을 푸는 데 필요한 힌트의 양이 달라지는데, 어느 난이도를 택했든 일단 메모장이나 스크린캡쳐를 항상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이런 것까지 본가와 똑같다) 퍼즐의 양이 상당히 많은데, 한 맵에서 주어지는 힌트를 캡쳐해 두었다가 그게 필요해지는 다음 맵에서 사용하는 형식이 많고. 덕분에 듀얼모니터가 아닌 이상 풀스크린으로 즐기기가 약간 번거롭다.

 

본가와 같은 세계인 만큼 같은 맵을 공유하는 부분이 많은데, 본가와 같은 퍼즐을 우려먹는 게 아니라 같은 맵 위에 다른 퍼즐을 배치하는 센스가 좋다. 덕분에 OFF를 플레이하는 느낌이 들지만 예전에 했던 걸 또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전투와 퍼즐 난이도가 살짝 올라간 걸 제외하면 원작의 연장선 느낌으로 플레이해도 좋을 정도. 심지어 본가 Zone 3에 미니게임이 포함되어 있던 것까지 재현되어 있는데, 물론 미니게임이 등장하는 지점과 그 내용은 본가와 다르다.

 

 

 

전투 난이도는 높아졌다. 난이도를 낮게 설정해도 본가보다는 어렵다. 사실 OFF 본가의 전투 난이도가 원체 낮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지는 거긴 한데, 속성별 약점과 그에 따른 스킬을 적절히 활용하지 않으면 제법 고생할 수도 있다. 특히 본가에서는 상태이상 따위 걸리든 말든 그저 분노의 홈런을 연타하면 되었던 것에 비해 상태이상을 방치하다가는 크게 당할 수가 있는데 보스전보다도 도중 랜덤 인카운터로 등장하는 적들이 더 흉악하다. 굳이 노가다를 할 필요까진 없지만.

 

원작자 Mortis Ghost가 게임 내 그래픽 자원을 가져다 쓰는 걸 허락하고 있는 만큼 맵타일 대부분은 본가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음악은 오리지널. 전투 BGM으로 Pepper Steak를 들을 수 없는 건 살짝 아쉽지만 본작의 음악도 충분히 훌륭하고, 게임의 음울한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본작에는 없는 이벤트 CG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오리지널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저지의 동료로 등장하는 고양이 알랭과 조즐린, 도중에 만나는 검은 고양이, 그리고 자카리와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비올라. 비올라는 나중에 검색해 보니 다른 파생게임인 ONE의 등장인물이라고 하는데, 파생작끼리 크로스오버 하는 걸 보니 참 훈훈...한가. ONE 자체는 데모 상태에서 개발이 정체되어 있다.

 

본가의 네타 대부분을 회수하고, 그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을 제공하는 꼼꼼함을 보여주는 것도 장점. 정말 본가에서 지나가듯 언급되는 수준의 네타를 깨알같이 회수한다. 물론 원작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고, 나도 HOME에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원작과 눈에 띄게 모순되는 점 없이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은 정도.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Zone 4가 추가된 부분인데, 본가의 세 가디언과 Zone이 OFF 세계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별다른 당위성 없이 오리지널 가디언을 늘린다던가 했다면 거부감이 들었을 지도 모르지만 여기서는 큰 위화감 없이 잘 섞어넣었다. 본가의 최종장 '방(La Chambre)'에 해당하는 본작의 최종장도 별도로 준비되어 있고, 결과적으로 게임의 전체 볼륨은 본가보다 더 길다.

 

전체적으로 Mortis Ghost가 직접 만든 스핀오프라고 해도 믿을 만한 퀄리티로 충실하게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아쉽게도 대사를 쓰는 필력에서는 원작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아쉽다. 아니, 노력을 한 모습은 보이지만.. 원작의 저지는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어휘를 즐겨 쓰면서 길고 복잡한 문장을 유창하게 구사하는데, 애석하게도 그런 저지가 주인공인 덕분에 제작자의 필력에 아쉬움을 느낀다. 그렇다고 못 봐줄 정도는 아니지만.

 

 

 

OFF 본가를 플레이한 유저라면, Zone 0에서 배터를 떠나보내고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배터를 저지하고, 가디언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이 세계를 구원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사실 멀티엔딩일 거라고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엔딩 크레딧이 끝날 무렵에 "Bad End - Colorless"라고 나온 걸 보고 검색해 다른 엔딩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파생작들을 다루는 일본 위키에는 엔딩 개수가 4? 라고 기록되어 있고, 플레이 영상은 몇 가지 있지만 모든 엔딩 조건을 포함한 공략집은 딱히 없는 것 같으니 확신은 못 하겠다.

 

어쨌건, 다른 배드엔딩들이 어떻게 끝나는지는 모르지만, 난 내가 본 엔딩에 만족한다. 이 엔딩은 본가의 '저지 스페셜 엔딩'과 거의 동일한 엔딩으로, "우리에게 남은 것은 후회 뿐"이라는 대사까지 동일하다. 세계는 파괴되었고, 무색의 세계를 배회하는 저지의 모습과 함께 게임이 끝나긴 하지만 적어도 저지가 외롭게 남는 게 아니라 동료 3마리와 함께고, 발레리를 구원할 수 있었으니 충분히 본가보다는 좋은 결말 아닐까. 난 딱 이 정도가 좋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엔딩은 OFF에 어울리지 않잖아? 하지만 배터와 달리 저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의를 갖고 고군분투한 만큼 그 정도의 보상은 받아도 좋겠지.

 

아래의 굿엔딩 조건은 제작자가 레딧에 답변한 걸 그대로 옮긴 것이다. 저지 스페셜 엔드 조건과 함께 참고용으로 첨부하되, 네타바레 방지를 위해 흰색으로 처리한다. 

HOME End:- 법정 Chapter 2에서 져지의 유죄를 증언한다- 가디언들에게 위고가 도망쳤다고 말한다- 여왕을 용서한다고 말한다.

Colorless:- 법정 Chapter 2에서 져지의 무죄를 주장한다- 가디언들에게 위고가 도망쳤다고 말한다- 여왕을 용서한다고 말한다

 

 

OFF

OFF (2008 PC) Mortis Ghost가 제작한 벨기에산 인디 RPG쯔꾸르 게임. 무료다. 영어나 한국어 패치 등도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원어인 불어 그대로 플레이했다. 아래는 최대한 네타바레를 억제하며 이 게

ludonomie.tistory.com

 

'Toponym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지바  (0) 2024.02.06
미든스  (0) 2024.02.06
OFF  (0) 2024.02.06
뉴 단간론파 V3: 모두의 살인 신학기  (0) 2024.02.05
절대절망소녀 단간론파 어나더 에피소드  (0) 2024.02.0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