ボコスカウ ォーズ

보코스카 워즈 (1983 X1/1985 FC)

 

패미컴 최초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패미컴 발매 이전에 일본의 여러 개인용 PC로 발매되었으나 일본 최초인지까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패미컴 최초임은 분명하다.

 

스토리는 단순. 발삼 제국의 왕 스렌은 오고레스의 침략을 받아 성을 잃어버리고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스렌 왕의 병사들은 감옥에 갇히거나, 오고레스의 마술로 나무, 바위, 벽돌 따위로 변해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홀로 남은 스렌 왕이 패잔병들을 결집해 오그레스를 처단하는 이야기. 패미컴판에서는 스렌 왕이 최초에 혼자 등장하지만 PC판에서는 처음부터 군대를 이끌고 있는 상태로 시작된다.

 

정보를 찾아보다 발견한 재미있는 현상은 이 게임은 서양과 일본에서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서구 유저들 사이에서는 패미컴 최악의 게임 중 하나로 통하고 있는데, 이 게임은 일본 외에 발매된 적이 없다. 대체로 롬파일을 통해 먼저 게임을 접하고, 매뉴얼 정보 없이 게임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처구니 없이 죽기를 반복하다가 쿠소게 평가가 나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

 

 

 

보코스카 워즈는 아스키가 주최한 컨테스트의 입상작으로, 이후 아스키에 의해 정식 발매되었다. 원작은 X1 컴퓨터로 발매되었고, 상기한 대로 게임을 시작하면 스렌 왕과 다수의 병사들이 배치된 상태로 시작되지만 이 패미컴 이식판에서는 게임을 시작하면 초기 울티마를 떠올리게 하는 검은 배경에 흰 갑옷을 입은 스렌의 스프라이트가 보일 뿐. 이것만 놓고 보면 완전히 RPG로 보이기 쉽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적들에게 들이받으면? 전투가 발생하지만, 전투를 직접 조작하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이걸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게임오버가 뜬다! 이걸 보며 이건 무슨 쿠소게라고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지.

 

전투의 결과는 실제로 랜덤으로 정해진다. 체력의 개념이 없고 오직 전투력 개념만이 존재하는데, 이쪽의 전투력이 220, 상대 전투력이 10이라면 여기에 난수를 더해 높은 쪽이 이기는 시스템으로 대체로 이쪽이 이기지만 운 여부에 따라 패배할 수도 있고, 패배한 유닛은 피아 불문하고 로스트된다. 왕이 로스트되면? 그 시점에서 게임 오버. 아군 유닛들은 적을 쓰러트리다 보면 파워업이 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싸우다 보면 절대 끝까지 갈 수 없고 게임 오버 화면만 보게 되는 것이다. 이 게임 오버 화면은 나름 레전드급의 임팩트를 자랑한다.(...)

 

 

WOW! YOU LOSE!

이건 이식 과정에서 생긴 문제. 패미컴의 처리능력 때문이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군대를 거느린 게 아니라 일단 맵을 탐사하며 나무, 바위, 벽돌 등 지형지물들을 조사하면서 아군이 되는 유닛들을 확보하게 되고, 일정 간격에 배치된 감옥에 수용된 아군을 구출하기도 한다.

 

아군의 유닛은 왕, 기사, 병졸의 세 가지. A버튼을 통해 전원/왕/기사/병졸의 그룹을 선택해 방향키로 움직이리 수 있지만, 병종 단위로만 조작이 가능하지 일부만 지정할 수는 없다. 즉 병졸을 선택하면 모든 병졸이 동일한 상하좌우 커맨드로 동시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덕분에 유닛들을 한 곳으로 모으기가 때때로 까다롭고, 쉽게 통과할 수 없는 지형들도 있기 때문에 군세가 너무 커지면 역으로 걸리적거리게 되기도 한다. 추가로 게임은 리얼타임. 이쪽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적들은 움직인다. 즉... 이 게임의 장르는 RPG가 아니라 RTS인 것이다.

 

다른 중요한 특징으로 적들은 이쪽에 달라붙을 수는 있지만 전투를 걸어오진 않으며, 이쪽의 유닛을 적을 향해 돌진시켜야 전투가 발생한다. 즉 언제 싸울지는 언제나 플레이어가 결정한다. 그리고 적들도 병종에 따라 상성이 있고, 움직이는 패턴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패턴을 이해하고, 지형지물을 활용하고, 스렌을 미끼로 꼬여낸 뒤 아군 유닛들로 길을 가로막은 뒤 전투를 회피하고 스렌을 전진시키는 것이 기본. 이 과정은 거의 퍼즐에 가깝다.

 

전략성도 아주 높다. 지형과 아군 유닛들을 이용해 벽을 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때로는 공격을 감행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병력을 아낀다고 최대한 회피만 하고 다니다가는 이쪽이 유닛들이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후반으로 가면 강한 적들 앞에서 자코 무리를 던지다가 대참사가 발생한다. 물론 그렇다고 병력을 너무 많이 소모시켰다면? 스렌을 지키기 위해 벽을 칠 수도 없게 되고, 그만큼 왕을 전투에 노출시키다가 게임 오버의 리스크가 증가할 뿐이다. 언제 공격을 하고, 언제 회피할 지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맡겨져 있는 만큼 이 치고 빠지는 타이밍을 리얼타임으로 선택하는 것이 보코스카 워즈의 핵심이다.

 

 

왼쪽의 녹색이 오고레스 친위대, 오른쪽에 왕관을 쓴 빨간 적이 오고레스

아래는 간단한 공략법.


1. 스렌은 최대 320, 다른 유닛들은 310까지 전투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 마지막 보스인 오고레스는 스렌이 아니면 잡기 힘들고, 도중에 스렌을 전투에 투입해야 하는 사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스렌을 320까지 찍어야 할 필요가 있다. 빨간 두건을 한 적 병졸(전투력 10)을 최우선적으로 사냥하자. 그 도중에 재수없게 패배한다면.. 리셋.

 

2. 도중에 일정 간격으로 감옥에 갇혀 있는 아군 병졸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감옥은 기사 유닛으로만 파괴할 수 있다. 감옥을 지키는 문지기들은 대개 랜덤하게 배회하는데, 병졸들을 미리 감옥 가까이 배치하면 합류를 쉽게 할 수 있다.

 

3. 감옥이 있는 너머에는 적 병졸들이 진을 치고 있고, 그 너머로 성벽이 있는데 이 성벽은 스렌만이 파괴할 수 있다. 아군을 여기에 돌진시켜 길을 뚫은 뒤, 스렌으로 벽을 파괴하고 군세를 이동시키자. 그 외에도 스렌을 통해서 파괴할 수 있는 지형들이 일부 존재한다.

 

4. 3회 이상 전투에 승리한 기사와 병졸은 색이 금색으로 변하며 전투력이 대폭 상승한다. 후반으로 갈 수록 황금기사의 역할이 커지게 되고, 기사는 병졸과 달리 감옥에서 구출하는 게 아니라 맵에 숨겨져 있으니 체크를 꼼꼼히 하자.

 

5. 오고레스의 성 내로 깊이 들어가면 녹색의 오고레스 친위대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 친위대는 병졸에게 약하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최후반까지 황금 병졸을 2-3명 정도는 확보하지 않으면 오고레스까지 스렌을 도달시키기 힘들다. 2회차 이후에는 맵에 해골 모양의 함정들이 출현하는데, 스렌이나 기사가 이 함정에 걸리면 죽지만 병졸은 함정을 해제시킬 수 있다.

 

6. 이건 우라와자에 가깝지만.. 특별한 상성관계가 없는 한 전투의 결과는 양쪽의 전투력에 1부터 300까지의 난수를 더해 비교함으로서 결정된다. 즉 최대 전투력 320까지 올린 스렌은 전투력 10인 빨간 두건의 적 병졸을 상대로 반드시 이기게 된다. 이들이 벽을 치고 일행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을 때 스렌으로 단기돌격할 시 확실히 활로를 뚫을 수 있지만, 너무 스렌에 의지하게 될 경우 다른 유닛들을 육성하지 못하게 되니 주의. 전투력 10의 이 병졸들은 아군의 기사나 병졸들의 육성에 필요하다.


아무튼, 그 시대 기준에서만 아니라 현재 기준에서 봐도 보코스카 워즈는 독특한 조작성을 가진 유니크한 게임으로, 딱히 이와 같은 장르의 게임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나마 가장 유사한 게임플레이를 보여주는 건 RTS, 그 중에서도 진지 건설이 없이 영웅 하나만으로 시작해 아군을 구출해가며 전진하는 유즈맵을 생각하면 그나마 비슷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래 3가지.

 

 

 

첫째로 컨트롤. 병종을 선택한 뒤 방향키를 누르면 일제히 이동하게 되는데, 이동 명령을 내려도 말을 안 듣는 놈들이 있어 대열이 망가진다. 나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단언하긴 힘들지만 단순히 조작감이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렇게 프로그래밍된 게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는데, 덕분에 다수의 유닛을 조작하다가 대열이 망가지거나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위 스샷에서 화면 위쪽 끝에서 2줄로 모은 병졸들을 선택해 아래 버튼을 4회 누르니 2명이 낙오되어 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후대 게임들을 하다가 이걸 보면 이런 대열도 못 맞추는 오합지졸들...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패잔병을 긁어모은 오합지졸 군대인 건 맞으니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게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지만 아마 처리지연이 아닐까 생각된다.

 

전투의 판정 역시... 완전히 운 요소에 맡긴 건 좀 아니지 않을까. 다른 유닛은 몰라도 스렌 왕에게는 HP를 부여했어도 좋았을 지 모른다. 운 요소에 맡긴다는 건 이쪽에서 아무리 상성을 고려해 금색으로 업그레이드된 유닛으로 약한 적을 때려도 재수 없으면 지고, 간신히 키운 유닛이 완저히 로스트된다는 걸 의미한다. 역으로 강적들이 몰려서 진치고 있는 곳에 병졸들을 카미카제 시켜서 활로를 뚫는 것도 가능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행이 무리인 에리어도 존재하니 전략적인 요소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스렌이 죽으면 바로 게임 오버인 걸 생각하면...

 

체크포인트가 없는 점도 문제다. 시작점에서 오고레스가 있는 곳까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계속 이동하며 전진하게 되고, 1마스당 1m로 총 600m를 이동해야 하는데 도중에 스렌이 사망하게 되면 매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볼륨을 좀 확장해서 200m짜리 스테이지를 5개 만들고, 컨티뉴 3회 정도를 주되 아예 처음부터가 아니라 그 스테이지 시작점부터 다시 플레이하는 정도였다면 어땠을까. 다행히도 플레이 타임 자체는 1시간 남짓으로 짧은 편이다.

 

 

BRAVO! YOU WIN! 오른쪽은 2주차 시작. 해골이 추가되어 있다.

몇 번이고 플레이하면서 드는 생각. 이 게임은 이후 RPG에 흡수될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RPG라고는 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 게임이 RPG라면, 다른 어느것보다 잔인한 RPG다. 보코스카 워즈에서 도중에 얻는 병사들은 모두 하나하나 플레이어의 손으로 구한 패잔병들이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이들의 영구 로스트를 각오하고 전투에 내보낸다. 그것도 벽을 치고 있는 강적들의 무리를 향해 특공을 명령하는 것이다. 그런 도중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승급한 병사들도 하나둘씩 길을 열기 위해 러시안 룰렛의 희생양이 된다. 얻을 수 있는 병사의 최대 수는 50명, 최후에 오그레스를 쓰러트릴 시점에서 한 손으로 셀 만큼이나 남으면 많이 남는 것이다. 전쟁을 다룬 게임은 많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희생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게임.

 

 

BGM은 짧은 트랙이 계속 반복되며, 그냥 플레이하다 보면 지루해지기 쉽지만 매뉴얼에는 악보와 가사가 실려 있다. 보코스카 워즈의 주제가 "스스메 보코스카." 노래를 부르며 플레이하면 승률이 올라간다는 도시전설이 있다. 니코동에 올려진 보컬 어레인지 버전에 MMD로 게임을 재현한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스위치판 후속작

오랬동안 묻혀있던 작품이었지만 2020년에 스위치로 보코스카 워즈 II가 발매되었다. 원작과 비교해 어떻게 다른지는 해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겉모습으로 보면 원작의 아트스타일까지 충실히 재연한 것 같다. 페이지 상단의 일러스트는 스위치판 표지 일러스트.

 

 

Katiusza #14 마카로노마키아

마카로노마키아 (2022) 가공의 고등학교 왕십리여고. 오늘의 급식에 간식으로 마카롱이 나온다는 정보에 학생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었으나 배송중 차질로 인해 전교생에게 돌아갈 양이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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