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aronomachia

마카로노마키아 (2022)

 

가공의 고등학교 왕십리여고. 오늘의 급식에 간식으로 마카롱이 나온다는 정보에 학생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었으나 배송중 차질로 인해 전교생에게 돌아갈 양이 충분하지 않을 거라는 루머가 돌며 긴장이 고조된다. 교내의 각 학급들간의 신경전은 무장충돌로 격화, 다른 학급으로부터 인질을 억류해 마카롱 쟁탈전에서 리타이어시키려는 강경파들도 나타난다. 그 와중에 설화를 반장으로 하는 2학년 2반도 억류당한 급우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교에 선전포고를 하는데...

 

마카로노마키아는 아스키의 보코스카 워즈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전략(?) 게임이다. 처음에는 4명으로 시작해 포로로 잡힌 급우들을 구출해 최대 9명의 파티를 동시에 조작하게 되며, 이 '동시에'라는 건 보코스카 워즈처럼 방향키 입력에 따라 모든 캐릭터가 동시에 그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의미. PICO-8의 모든 게임처럼 게임패드를 기본적으로 지원하며, 키보드로 플레이할 경우 방향키와 Z, X가 2개의 버튼으로 배정되어 있다. 브라우저 및 모바일 플레이 링크는 여기.

 

 

동료 구출과 사망대사의 예시

그 외에 적들이 능동적으로 공격해 오지는 않고 플레이어의 이동에 따라 겹쳐지면 자동으로 전투가 발생하며 전투에 승리할 때마다 일정 한도 내에서 해당 유닛이 강화되며, 보코스카 워즈의 스렌 왕처럼 반장인 설화만이 사로잡힌 급우들을 구출할 수 있다는 점도 보코스카 워즈에서 직접적으로 차용한 요소.

 

주요 차이점은 플레이어가 입력을 하지 않아도 적들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RTS 방식이었던 보코스카 워즈와 달리 마카로노마키아는 플레이어의 입력에 따라 적이 반응하는 턴제 방식으로 변경되었고 각 캐릭터에 HP가 부여되었다는 점. 보코스카 워즈에서는 유닛을 성장시키는 것으로 승률을 높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다이스 결과에 따라 승급시킨 황금기사가 일반 병졸에게 패배할 수 있었던 데 비해 각 캐릭터에 HP를 부여하고 서로 다이스를 굴리며 상대의 HP를 감소시키는 자동전투로 변경해 전투의 결과를 어느정도 예측 가능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O버튼을 통해 카메라 중앙에 놓이는 캐릭터를 변경할 수 있게 해 어딘가 구석에 걸린 아군이 있어도 위치를 특정하기 쉽게 만들었으며, 전투로 감소된 HP는 이동중 자동으로 회복한다. 

 

맵은 총 2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질이 된 급우들은 1, 2층에 흩어져 있다. 설화를 포함한 아군 캐릭터들은 킬을 반복할 때마다 조금씩 강해지며 5킬을 달성하면 테두리의 검은 선이 빨갛게 변하며 승급한다. 2층에서 충분히 동료들을 승급시켰다면 1층의 적들과도 충분히 맞붙을 수 있으나 인원이 늘어날수록 조작이 불편해지는 시스템에 힘입어 어지간히 잘 하지 않으면 몇 명정도는 로스트될 수 밖에 없게끔 조절했다. 아군 캐릭터가 사망하면 개그스런 대사와 함께 이탈하며, 이는 메타녀를 의식하면서 너무 진지한 분위기로 만들지 않기 위한 부분. #13 담비의 수렵생활에 이어 연속으로 정신나간 스토리를 구성한 건 아마 #12 거울미로 봄버즈가 너무 진지한 분위기가 되어버린 데 대한 내적인 반발이 아니었을까 싶다.

 

 

1층으로 내려가면 학생회 안보리에서 진압을 시도한다

목표는 설화가 급식 배달트럭에 다다르는 것. 맵을 통과해 1층으로 내려간 뒤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면 운동장으로 이어지며, 그 끝에 급식트럭이 있다. 제작중 가장 고생한 부분이라면 역시 아군 캐릭터들끼리, 또 적 캐릭터들끼리 서로 충돌판정을 갖고 겹치지 않도록 만드는 것. 이동하려는 지점에 다른 장애물이 있는가를 매번 확인해야 하는데 아군과 적이 닿으면 전투가 발생하니 아군은 아군 캐릭터끼리, 적은 적 캐릭터끼리 서로 충돌판정을 따로 넣어 맵상에서 겹쳐지지 않도록 충돌판정을 2중으로 계산하게 만들어 반 어거지로 해결했다. PICO-8은 용량제한은 크지만 의외로 CPU는 로우엔드 아미가급이라 이 정도 처리는 충분히 해 낸다.

 

정확한 원인은 특정할 수 없었지만 가끔 방향을 입력해도 모든 유닛이 동시에 이동하는 게 아니라 한두명이 이동하지 않고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보코스카 워즈 원작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해 소개글에서도 지적했던 내용이다. 아마도 퍼포먼스 문제가 얽히며 처리지연으로 뒤처지는 놈들이 나온 게 아닌가 싶은데, 고치고 싶어도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기도 하고 오히려 이렇게 대열 유지도 못하는 오합지졸 모습이 원작재현에 가깝다는 생각에 그대로 방치했다. 그 외에도 일부 의도적인 디자인 변경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잘 재현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당시 만들었던 게임들 중 가장 만족스럽게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보코스카 워즈

보코스카 워즈 (1983 X1/1985 FC) 패미컴 최초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패미컴 발매 이전에 일본의 여러 개인용 PC로 발매되었으나 일본 최초인지까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패미컴 최초임은 분

ludonomie.tistory.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