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비의 수렵생활 (2022)
#06 담비의 월동준비에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후속작적인 게임. 설정상 숲을 돌아다니며 수렵채집을 하는 게 아니라 어째선지 담비의 천적인 눈사람들이 보관중인 마카롱과 치즈케익을 약탈하러 간다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모를 스토리로 시작된다. 판사님 저는 결코 불법적인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겉보기에 너무 비슷해서 자기복제게임처럼 보이겠지만 모티브가 된 게임은 시그마의 너구리가 아니라 1983년에 ZX 스펙트럼이라는 영국의 8비트 PC용으로 발매된 처키 에그라는 게임이다. 위 GIF는 1스테이지라 적이 1종류만 등장하지만 스테이지가 진행되면 비행하는 적이 등장해 유도탄처럼 주인공을 추적해 오며, 스테이지에 따라 위아래로 뻗은 사다리 외에 수직방향으로 움직이는 플래폼이 추가된다. 현재 이 블로그에는 아직 스펙트럼 게임을 따로 소개하거나 하지 않고 있지만 2022년 당시에는 스펙트럼 게임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만져보던 시기였는데, 이런 1~2주 정도의 기한을 잡고 짧은 단편성 게임을 만들 때는 현대보다 역시 레트로 게임을 참고하는 게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스테이지는 총 15개. 첫 스테이지는 항상 동일하지만 이후 스테이지는 랜덤한 순서로 등장한다. #07 안개낀 숲, #12 거울미로 봄버즈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기믹이다. PICO-8의 모든 게임처럼 게임패드를 기본적으로 지원하며, 키보드로 플레이할 경우 방향키와 Z, X가 2개의 버튼으로 배정되어 있다. 브라우저 및 모바일 플레이 링크는 여기.
아무튼, 전작 #06 담비의 월동준비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적의 AI와 움직이는 플래폼의 추가. 움직이는 플래폼은 #11 아직은 마법소녀의 코드를 활용한 것이지만 적의 AI는 내가 만든 게임들 중 최초로 플레이어의 위치에 반응해 능동적으로 루트를 찾아 추적해 오도록 했다. 첫 번째 적인 유령은 지형을 무시하며, 스테이지 시작 시점에서는 담비의 위치를 향해 직선으로 이동, 이후 최초 목적지점에 다다르면 그 시점에서의 담비 위치로 이동하기를 반복한다.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으면 잡힐 일은 없지만 플레이어로 하여금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이동하기를 강요하는 존재인 셈.
두 번째 적인 눈사람은 보다 복잡하다. 역할상으로는 처키 에그의 파란 새에 대응하는 적인데, 처키 에그의 파란 새는 주인공을 능동적으로 추적하는 게 아니라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지점에 다다르면 랜덤으로 방향을 선택해 이동하는 식이었던 것에 비해 담비의 눈사람은 플레이어를 능동적으로 추적하도록 되어 있다.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지점, 즉 사다리 포인트에서 담비와 자신의 위치를 비교해 다음 이동방향을 결정하며,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방향을 바꾸는 방식. 위 GIF에서 화면 우측에 있는 눈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우왕좌왕하는 건 화면 좌측에 있는 담비를 추적할 루트가 없기 때문이고, 그에 비해 왼쪽의 눈사람은 사다리 포인트에 닿자마자 담비를 추적해 화면 하단으로 내려오는 걸 볼 수 있다.
여기에 임시방편 아이템으로 추가한 것이 순무. 어째서 순무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순무를 땅에 내려놓고 눈사람이 순무에 닿으면 일시적으로 녹색으로 변하면서 움직임이 정지되고 데미지를 받지 않게 된다. 순무가 1개 이상이라도 남아있는 상태에서는 미스가 나더라도 순무를 다 빼앗기는 대신 잔기가 보존되며, 순무가 0개일 때 적에 닿으면 그제서야 미스로 처리된다.
별 거 아니게 보이고 실제로 별 거 아닌 게임이지만 만들면서는 뭐가 계속 꼬이면서 한참을 고생했다. 눈사람들이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모든 포인트에 배치된 타일들이 겉모습만 같을 뿐 내부적으로는 다른 타일로 설정되어 있는데, 즉 이 눈사람들은 어디에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지를 알아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지정된 포인트에 닿았을 때 방향을 전환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러니 만들면서 방향전환이 필요한 모든 포인트를 수동으로 지정해야 했고, 그러다 패턴이 꼬이는 지점이 있으면 그 부분의 스테이지 레이아웃을 아예 변경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만드는 뻘짓이 이어졌다. 당시에는 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04 파쿠파쿠 메이즈 수준의 AI였어도 맵 구조가 단순한 만큼 패스파인딩을 못하고 쩔쩔매진 않았을 것 같은데.
Katiusza #06 담비의 월동준비
담비의 월동준비 (2022) 총 10스테이지의 고정화면 2D 플래포머로 시그마의 오락실 게임 너구리(Ponpoko)의 클론 게임. PICO-8의 모든 게임처럼 게임패드를 기본적으로 지원하며, 키보드로 플레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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