デカ盛り 閃乱カグラ (Senran Kagura Bon Appetit)

데카모리 섬란 카구라 (2014 PSV)

 

섬란 카구라 캐릭터들을 이용한 요리배틀 리듬액션 게임. 동네 요리대회 우승상품으로 걸린,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준다는 비전인법서를 노리고 등장인물들이 요리대회에 참가하는 이야기이다. 여기까지라면 좀 정신이 이상하지만 그러려니 할 만하다. 리듬액션 게임의 스토리라고 해 봐야 없어도 되는 수준이고, 캐릭터별 스토리 모드는 길진 않지만 섹드립에 저항이 없다면 코믹하고 한 번쯤은 볼 만 하다. 전작인 SHINOVI VERSUS의 개인별 시나리오인 백화요란기 정도에 해당하는 수준의 스토리 볼륨이고, 등장인물들이 누가 누군지 모르면 안 그래도 아스트랄한 스토리가 더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전작인 SV는 자기들이 만들고 싶은 슴가슴가한 바카게에 대한 욕망을 철저히 추구한 작품이란 인상을 주는 게임이다. 다만 그 SV가 브레스트 피직스나 탈의실에 들인 공만큼 게임 자체도 잘 만들었기 때문에 쿠소게가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 바카게 소리를 듣는 게임이라면, 데카모리는 "바카"에는 충실한데 "게임"에는 약간 모자란다.

 

일단 리듬액션 게임으로서 못해먹을 정도의 쿠소게는 아니다. 프레임 드랍같은 문제도 없고, 판정도 깔끔하다. 이것만 잘 갖춰도 일단 해먹을 만한 게임이 되긴 하잖아. 그래픽도 모 학교 아이돌 게임같은 거랑 비교하면 훨씬 깨끗하고 잘 만들어져 있고 말야. 다만 하술할 여러가지 이유로 권할 만한 게임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일단 기본적인 디자인적인 문제. 노트는 화면 하단의 2줄 라인을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고정되어 나오는데, 플레이어의 시점은 결과적으로 화면 좌하단에 고정되게 된다. 이래서야 배경을 아무리 예쁘게 만들어도 그쪽으로 시선을 보내 감상할 여유가 없어지는데, 그렇다고 리플레이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란 건 문제. 하드모드에서 하다 보면 아무래도 처음엔 미스내기 쉬운, 손 꼬이는 콤보들을 리플레이로 확인해주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료비 좀 그만 괴롭혀라
놓치기 쉽지만 배경의 요리장면들도 꽤 공들여져 만들어져 있다

거기에 버튼의 수는 기본 8개. 방향키 4개와 △□X○를 다 쓴다. 화면 하단에 오른쪽에서부터 노트가 흘러나오고, 버튼 8개를 다 쓰는 다른 게임으로 기억나는 건 일단 PSP용 케이온! 방과후 라이브. 하지만 케이온도 실제로 그 버튼들을 다 쓰는 건 아니고, 캐릭터마다 어떤 버튼을 쓰는지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노트의 수가 많아지거나 속도가 빨라져도 큰 문제가 안 되는데 데카모리에서는 8버튼을 다 쓰면서 ↓○ 누르다 ←△ 누르라는 식으로 콤보가 이어지면 손이 꼬일 수 밖에 없다. 상기한대로 리플레이 기능이 없어서 악보를 확인할 수도 없고.

 

난이도는 이지/노말/하드 3단계. 이지는 리듬액션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을 대상으로 한 건지 엄청나게 쉽게 되어 있다. 여기까진 OK. 리듬액션은 사실 좀 매니악한 장르기도 하다 보니 리듬액션 게이머가 섬란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일단 섬란이라서 샀는데 리듬액션은 거의 안 해본 사람들도 있을테니까. 노멀도 그리 어렵진 않고, 어느 정도 짬이 있는 유저라면 처음 하는 곡에서 풀콤보 찍고 넘기는 것도 가능할 거다. 다만 그 다음 단계인 하드와의 난이도 갭이 제법 크다.

 

PS계열 버튼구조를 안다면 ←□나 →○ (둘다 왼쪽/오른쪽), 혹은 ←○나 →□ (손가락을 안쪽/바깥쪽으로 모음) 같은 상대적으로 입력하기 쉬운 콤보도 물론 나오지만, 하드모드로 들어가면서 ↓○나 ←X 같은 식의, 꼬이는 콤보가 늘어난다. 1노트씩 누르는 부분에서도 →↓←→라면 머리속에서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만 ○X□○가 0.5초안에 흘러가기 시작하면 채보가 필요해진다. 거기에 스샷에서 볼 수 있듯이 2줄에 걸쳐 등장하는데, ○는 윗줄에만 등장한다던가 하는 식인 것도 아니라, 같은 노트가 윗줄에 나왔다 아랬줄에 나왔다 하다 보니 이 역시 혼란을 가중시킨다.

 

프로젝트 디바는 적어도 화살표는 오른쪽 버튼과 동시에 쓰게끔 되어 있어 4버튼+α고, 케이온! 방과후 라이브는 캐릭터별로 8버튼 중 사용하는 건 절반 정도로 제약되며, 태고의 달인이나 아이돌마스터 샤이니 페스타는 2버튼만으로도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 낸 걸 생각하면... 결론적으로 8버튼을 다 쓰면서 그걸 랜덤하게 흩뿌리면 찍기 힘들어진다는 거지. 유사하게 8버튼을 다 섞어쓴 게임으로 기억나는 건 보컬로이드 메구를 주인공으로 한 PSP용 메구포이드 더 뮤직이라는 게임이 있지만 역시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물론 그게 연습으로 커버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연습으로 커버가 안 되는 리듬게임이 어디있어. 다만 도전의욕이 나는가, 그냥 지랄맞다고 여겨지는가의 차이일 뿐이지. 노멀과 하드 사이에 난이도 하나를 추가시켰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느낌? 난 별로 하드코어한 유저는 아니기도 하고, 프로젝트 디바라면 익스트림 난이도를 절반은 깨고 절반은 못 깨는 정도의 자코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만. 아마 내부에서 테스트할 때는 출근해서 이것만 붙들고 있었을 개발자들이 이지, 노멀을 쉽게 만들고 제딴에 적당한 하드모드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샷은 아마도 전부 노말이다. 하드에서 스샷까지 찍을 여유가 없다)

 

 

 

리듬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음악인데, 분명히 내가 이 게임을 적어도 한달간 했는데 머리속에 남는 곡이 거의 없다. 캐릭터 22명분의 테마곡을 만든 건 좋은데 그 중에 보컬이 들어간 건 4세력 리더인 아스카, 호무라, 유미, 미야비 및 DLC 캐릭터인 다이도우지와 린의 6명분 뿐, 나머지는 보컬이 없는데다 기억에 남는 멜로디도 지금 정말 없다. 가사를 붙이던지, 아니면 가사가 없더라도 (칩튠처럼) 멜로디를 강조해서 기억에 남게 할 수도 있을텐데, 다른 게임의 백그라운드에나 깔 만한 음악에다 리듬게임을 하라고 하니 이래서야. 음- 곡이 기억에 남지 않으니까 매번 새롭다는 걸 굳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나?

 

어쨌건 대전이라는 형식을 하고 있는 만큼 아케이드 모드에서 랜덤하게 상대가 선택된다거나, 각 캐릭터마다 스토리모드가 있다거나 하는 등 재미있는 시도가 없는 건 아닌데, 그 대전에서도 미묘한 것이, 각 대전마다 요리 3개를 만들고 중간중간에 한조영감의 심사를 받게 된다. 얼마나 잘 눌렀는가에 따라 우세/열세가 결정되는 건 좋은데, 그러면 3전 2승제일 것 같지? ...앞에 2번을 아무리 잘 이겼어도 마지막에서 말아먹으면 그대로 그 판은 진 걸로 판정된다. 거기에 이 게임에서는 판정 자체는 좋지만 한번 미스를 찍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열세로 밀려버리기 때문에 마지막 5% 남기고 미스를 내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 아케이드 모드에서는 대전상대가 완전 랜덤, 스토리 모드에서는 1, 4, 5번째 상대가 정해져 있고 2, 3번째 상대가 랜덤으로 정해진다. DLC 추가캐릭터인 린과 다이도우지도 물론 참전. 스토리 모드에 고정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거기까진 좋은데, 이 둘은 같은 노멀 모드라도 다른 캐릭터들의 하드모드에 근접할 정도로 어렵다. 하드모드 하다가 얘들 튀어나오면 그냥 리셋해버리고 싶어지지. 나는 스토리 모드는 그냥 한 번 훑기만 한다는 식으로 노말로만 진행, 하드모드는 거의 프리배틀에서만 도전했다. 이 둘은 존재 자체가 다른 캐릭터들보다 몇 랭크 위인 만큼 하향시키거나, 아니면 스토리에 참가하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저런 말을 하긴 했지만, 마블러스가 만든 첫 리듬게임이란 걸 생각하면 제법 선빵했다고 생각한다. 게임으로서의 퀄리티는 PSP시대의 초대 프로젝트 디바랑 비슷한 수준일까. 아쉬운 점이 많이 남긴 하지만, 그렇다고 시리즈에 먹칠한 수준의 쿠소게는 아니다. 마블러스가 이 장르로 다른 게임을 더 낼 지 안 낼지는 모르지만.

 

다른 리뷰어들이라면 우선적으로 대서특필할, 완전승리시 상대 캐릭터가 뇨타이모리가 된다던가 한조 영감의 요리왕 비룡이나 미스터 초밥왕스러운 리액션 연출 같은 건 사실 처음 2-3시간 정도는 재미있을 수 있고, 품위있는 신사들에게는 게임 구입의 동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SHINOVI VERSUS의 옷 찢어지는 연출이나 브레스트 피직스처럼 플레이 타임이 길어지면 그냥 스킵해 버리게 될 뿐. 그냥 그렇다는 것 정도 외에는 별로 쓸 말도 없다. 뭐 아래같은 씬들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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