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란 카구라 피치 비치 스플래시 (2017)
이젠 바카게라기보다 그냥 슴가게라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지는 섬란 카구라 시리즈로 등장한 워터건 TPS. 섬란 카구라 본편이 유사 무쌍류 3D 브롤러인 반면 장르가 TPS로 바뀌었는데, 그럼에도 외전이 아니라 정규 시리즈인 것 같다. 제목은 1. 옷이 꽉 낀 느낌 2. 젊어서 팔팔한 느낌을 묘사하는 의태어 ピッチピチ의 어감을 의식해 살짝 비튼 걸까?
사실 섬란 카구라같은 게임은 아무래도 질리기 쉽다. SHINOVI VERSUS 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클리어 이후 반 년 정도 텀을 두고 ESTIVAL VERSUS도 구입했는데 6개월의 텀을 두었음에도 예전에 했던 게임을 다시 하는 느낌이 들어서 시작하자마자 질려버렸던 적이 있어 이후 시리즈에 관심을 끊고 있었지만 장르가 달라진 걸 보고 흥미가 생겼다. 리듬액션이든 TPS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건 좋은거야.
장르는 TPS지만 일반 총기가 아니라 워터건인 점을 감안해 플레이 감각을 다소 어레인지한 모습을 보이지만 물대포를 전방으로 계속 난사하며 몰려 있는 자코들을 마구 쓸어버리다 보면 아, 이거 섬란 게임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자코가 아니라 다른 시노비를 상대할 때 본가에서는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상대가 어디 있는지 찾아서 록온을 걸고 싸우기 쉽지 않은 국면도 제법 있었던 데 비해 본작에서는 여전히 펄쩍펄쩍 뛰어다니지만 기본적으로 원거리 무기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쏴갈기면 된다.
물이 떨어지면 리로딩은 해야 하지만 어디서든 (심지어 공중에서도) 무한정 리로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잔탄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여기에 제트팩을 이용한 슈퍼점프나 고속대쉬 등이 추가된다. 슈퍼점프로 높이 올라가는 중에는 물을 소비하지만 낙하하는 중에 재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며, 높이 뛰어올랐다가 낙하하며 물대포를 쏟아붓는 것도 가능하다. 덕분에 굉장히 빠른 템포로 게임이 진행되며, 전체적인 플레이 감각은 퀘이크와 닮은 올드스쿨 하이퍼FPS의 느낌도 준다. 물론 PBS는 TPS지만. 그리고 ON/OFF 가능한 오토에임이 있기 때문에 건플레이의 난이도는 낮다. 정조준은 딱히 없지만 스나이퍼 라이플 같은 걸로 먼 곳의 적을 타게팅해 보면 레티클 색이 변하며 조준이 맞춰졌음을 알린다.
나름 다양한 무기들이 존재하지만 처음 결정한 무기를 매치 도중에 변경하거나 할 수 없으며, 한 무기만 계속 써야 하기 때문에 많은 무기들을 적절히 활용하기가 힘들다. 섬란 PBS의 그레네이드 런처나 스나이퍼 라이플 같은 건 서브웨폰으로 설정할 수 있었다면 다른 주무기와 교체해 가며 활용할 여지도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 갖고 시작한 무기를 끝까지 써야 하는 만큼 가장 범용적으로 어느 상황에서나 무난하게 쓸 만한 무기로 선택이 좁혀지게 된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지만 결국 나는 AR과 샷건 중 하나로 결국 전부 통일.
매치 시작부터 끝까지 한 가지 무기만 고정되는 것 외에 부착물을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요소도 없다. 그 외에 투척물이나 다른 아이템도 없으나, 대신 캐릭터마다 총 3개까지의 카드를 설정해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스킬을 설정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는 좀 답답할 수도 있지만 무슨 스킬이 무슨 기능을 하는지를 알고 덱 조합을 생각하다 보면 전통적인 슈터와는 다른 종류의 독특한 재미가 있다.
대신 물총 + 스킬카드의 조합에 중점을 두며 개별 캐릭터들의 개성은 사라졌다. 설정상 PBS에서는 비전인법의 사용을 금지하고 오직 워터건만으로 싸워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고 하는데, 덕분에 어떤 캐릭터로 플레이해도 무기와 스킬 조합만 맞추면 완전히 똑같은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캐릭터 게임으로 생각하면 성격이나 외모는 마음에 들지만 다루기가 까다로워 멀리했던 캐릭터도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장점?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플레이 중에 그 개성을 조금이나마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냥 이런 스킬 카드 시스템 없애버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QWER처럼 고유 스킬을 넣어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도 했지만 그러면 거기에 맞춰 AI가 이걸 활용할 수 있게 하나하나 짜 줬어야 할 테니 구현이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PC판의 경우 키매핑과 마우스 감도 기본설정이 좀 괴랄하게 되어 있다. 디폴트 설정에선 왼손이 키보드를 좌우로 종횡무진해야 하는 판이었는데, 초기 버전에서는 키매핑을 새로 할 수 없었던 것 같지만 현재는 수동 키매핑을 지원하니 편한 대로 고치면 된다. 마우스 감도도 디폴트가 너무 낮게 잡혀 있는데, 최대한으로 끌어올려도 약간 느린 인상이다. 콘솔을 중심으로 개발한 감각 그대로 포팅한건가.
싱글플레이어 모드는 크게 3가지. 메인 시나리오인 스토리 모드와 각 캐릭터마다의 약간의 사이드 스토리를 담은 '파라다이스 에피소드', 그리고 5:5 배틀만을 연속으로 플레이하는 V-로드 챌린지로 구성되어 있다.
스토리 모드에서는 이지/노멀/하드의 3종류 난이도로 나뉘며, 초반 미션들은 다수의 자코들을 상대하며 진행되지만 중반부터 라이벌 시노비가 보스급으로 등장하며 라이벌 팀과의 5:5 전투가 주가 된다. 밸로런트? 처음부터 노멀이나 하드로 들어가면 자코만 상대하는 동안에야 플레이어가 캐리해 어떻게든 되지만 라이벌 팀과의 5:5 전투에서 아군이 픽픽 쓰러져 버리고, 플레이어 혼자 1:5를 상대해야 하는 참사가 발생하기 때문에 힘들어진다. 난이도가 올라가면 단순히 적이 튼튼하고 강해지기 때문에 순수히 스펙에서 밀리게 되니까.
대신 어느 미션이든 클리어하면 트레이딩 카드 부스터 팩을 뜯는 듯한 연출이 나오며 캐릭터, 무기, 스킬 카드같은 것을 입수하게 되는데 이 중 중복된 카드들을 먹이로 플레이어 캐릭터나 무기의 레벨을 강화시킬 수 있다. 거의 강화를 하지 않은 초기 상태라도 이지모드까진 대체로 진행이 가능한 반면 노멀 이상은 어느 정도 강화가 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져 있으며, 특히 동료 AI가 그리 현명하진 않기 때문에 엄폐고 뭐고 개돌하다 작살나는 경우가 많아 동료의 생존성까지 생각하면 강화가 필수가 된다. 뭐 이 점은 적 AI도 마찬가지지만.
이 강화를 위한 소재는 결국 반복 플레이를 통해 입수해야 하며, 스토리 후반부 미션 하드나 V-로드 올클을 위해선 어느 정도의 강화 노가다도 필요하다.
내 기억속에 있는 섬란의 맵이라면 일자형으로 이어진 맵에서 자코를 쓸며 이동하다 보스에 다다르는 형식 뿐이지만 장르의 변경과 함께 적당히 복잡하고 탐색을 필요로 하는 맵들이 추가되었다. 야외 풀장 스테이지부터 시노비들의 숙소, 공용 목욕탕, 워터파크의 해적선 어트랙션처럼 본작 특징에 잘 맞는 것들부터, 데카모리 키친 스테이지처럼 전작에 대한 접점으로 들어가 있는 것도 있다. 맵 하나하나는 게임의 분위기에 어울리고 괜찮은 편이지만 한 매치에 수 분밖에 걸리지 않는 게임 페이싱을 감안해 그리 넓지는 않게 만들어져 있으며, 그 개수도 (싱글플레이어 V로드에서 확인한 바로) 6개밖에 되지 않아 1시간 플레이 중에 같은 맵을 2-3번은 보게 되니 베리에이션이 적고 반복적인 느낌이 든다. 나로서는 탈의실에 쓸 역량을 이런 데 좀 써 줬으면 싶지만 탈의실은 시리즈의 아이덴티티이자 포기할 수 없는 마지노선 같은 존재인 것 같으니 게임을 포기해도 탈의실은 포기하지 않겠지. 하지만 맵의 크기가 좀 더 컸거나 좀 더 다양했다면 쉽게 질리지 않는, 십덕 및 라이트 유저 지향 하이퍼 FPS 대체품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제대로 올클하길 원한다면 기본 스토리 미션, 사이드 미션과 V-로드 전종목 재패 및 그를 위해 수반되는 카드 파밍성 노가다까지 해야 할 건 정말 많지만 스토리는 한 번 보고 나면 그만이고, 어느 시나리오의 어느 미션을 하더라도 결국 예전에 봤던 맵에서 예전에 봤던 적들과 예전에 싸웠던 방식으로 퓻퓻할 뿐이라. 플레이 중에 선택 가능한 옵션이 그리 많지 않고 어느 정도 서로 맞아가면서 싸우는 게임 특징상 단순히 캐릭터 레벨이 높으면 유리하다.
뭐, 어떤 의미에서 그딴 것들보다 더 중요한 요소. 시리즈 전통을 따라 데미지를 입히면 옷이 찢어지며 다운상태가 되는데, 이미 비키니 상태라면 그 이상 찢어지지는 않는다. 아니 그 이상 찢어지면 심의상 문제가 되잖아. 이렇게 쓰러진 아군 캐릭터에게 다가가면 회복을 시켜줄 수 있고, 적 캐릭터라면 오리 물총을 꺼내 피니셔를 날릴 수 있다.
스플래시 찬스! 라는 이 모드에선 미스테리어스하게 시간이 정지되며 얼굴, 상의, 하의로 나눠 어딘가에 계속 붓카케... 아니 물총을 난사하다 보면 비키니가 벗겨지는 연출이 나온다. 다른 장면에서는 옷을 제대로 갖춰 입혀주더라도 이 장면에서만은 디폴트인 흰색 비키니로 되돌아오는데, 그건 기술적인 문제 및 어른의 사정이라고 생각하자. 비키니 외의 일반 복장은 통상 상태와 찢어진 상태만이 존재하며 완전히 파괴되면 비키니가 되는데... 처음엔 옷 안에 속옷 대신 비키니를 입었나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게임, 탈의실에서 일반 복장을 입히면 안에 입는 속옷까지 지정이 가능하잖아. 그 외에도 플레이어의 커스터마이징과 관계 없이 이벤트 CG에선 모두 디폴트 흰색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한다. 물론 2D 일러스트에 모든 커스터마이징 버전을 다 집어넣을 순 없는 노릇이니 그 쪽은 그러려니 하는데, 일반 팬티 속에 비키니 팬티를 입은 게 아니라면 이건 좀 어색하지 않나.
상기했듯 시리즈 전통에 따라 캐릭터 외형 커스터마이즈 요소는 정신나갈 정도로 공들여 만들어져 있으며, 외형을 커스터마이즈하는 것 외에 캐릭터에게 성희롱을 하는 스킨십 모드나 다양한 배경에 커스터마이즈한 캐릭터들을 이런저런 포즈로 배치해 스샷을 찍는 디오라마 모드 등 신사향 게임으로서의 컨텐츠도 풍부하다. 난 그냥 진영별로 일반 복장 하나씩을 골라 유니폼처럼 입혀놓고 다른 커스터마이징 없이 진행했다. 기본 복장은 전원 흰색 비키니인데 조금 진행하다가 이래서는 매치 도중에 누가 누군지 피아식별이 어려워서. HUD에 누가 누군지 아군은 캐릭터별 고유 아이콘으로, 적은 빨간 화살표로 구분되긴 하지만 복장으로 구분할 수 있게 해 놓자 진행이 한결 편해졌다... 만, 스토리 모드까지는 같은 학교 소속대로 움직이니 유니폼으로 피아식별이 쉽지만 V-로드 챌린지에선 마구 섞여진 팀으로 싸우다 보니 의미가 없어졌다. 유저들이 어디까지나 자기 취향대로의 커스터마이징을 우선시할 거라는 생각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걸까?
섬란 카구라 SHINOVI VERSUS 소녀들의 증명
섬란카구라 SHINOVI VERSUS 소녀들의 증명 (2013 PSV) 사실 처음 봤을 때는 뭐 이런 게 있냐고 생각하고 제꼈던 게임이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가슴을 강조하는 게임 따위 대체로 쿠소게일 게 뻔하잖아..
ludonomie.tistory.com
데카모리 섬란 카구라
데카모리 섬란 카구라 (2014 PSV) 섬란 카구라 캐릭터들을 이용한 요리배틀 리듬액션 게임. 동네 요리대회 우승상품으로 걸린,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준다는 비전인법서를 노리고 등장인물들이 요
ludonomie.tistory.com
'Toponym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탈 (2007) (0) | 2024.02.10 |
---|---|
매니폴드 가든 (0) | 2024.02.10 |
데카모리 섬란 카구라 (0) | 2024.02.10 |
섬란 카구라 SHINOVI VERSUS 소녀들의 증명 (0) | 2024.02.10 |
걸 건 더블피스 (0) | 2024.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