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安京エイリアン

헤이안쿄 에일리언 (1979)

 

어느날 헤이안경의 상공에 UFO가 등장해 길거리가 에일리언으로 가득차게 되고, 이에 당시의 경찰쯤에 해당하는 검비위사(検非違使)가 나서 길거리 곳곳에 구멍을 파 에일리언을 생매장하는 게임. 1979년에 애플 II 베이식으로 제작된 게임으로, 함정을 파 적들을 빠트려 처치하는 종류 게임들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장르에서 가장 유명한 건 브로드번드의 로드 런너, 좀 넓게 보면 허드슨의 봄버맨도 이에 해당한다.

 

탄생비화가 나름 웃긴데, 당시 주간 아사히에 대학들을 돌아다니며 그 대학의 컴퓨터 동아리에서 제작하는 게임들을 소개하는 주간 컬럼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도쿄대에 취재를 갔는데 2개 있는 동아리 중 하나는 게임이 너무 변변치 않았고, 다른 하나는 아예 게임을 만들지 않고 있어 기자가 그 자리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게임 아이디어를 모집해 채택된 게임이 이후 이 헤이안쿄 에일리언이 되는데, 정작 기사가 나갈 때는 단 한 줄도 코드가 작성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처음 아이디어는 바퀴약을 설치해 바퀴벌레를 잡는 구상이었던 것이 영화 에일리언의 영향을 받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이후 남코, 세가 및 전기음향이라는 3개의 회사가 아케이드판의 제작을 제안, 결과적으로 전기음향에 의해 아케이드판이 제작되며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

 

팩맨과 달리 헤이안쿄 에일리언의 외계인들은 이렇다할 AI가 없이 갈림길에 오면 무작위로 방향을 변경하며, 플레이어의 목적은 도로 곳곳에 구덩이를 파 이들이 걸리면 달려가 다시 묻어버리는 것. 따라서 상하좌우 이동 외에 구멍을 파기/묻기의 2개의 버튼이 사용되는데, 구멍을 파는 게 한 번에 되는 게 아니라 총 5번 버튼을 누르고 입력되어야 파진다. 만약 구멍을 파다 말았다면 에일리언이 걸려들었다가도 금방 도망치게 되며, 반대로 에일리언이 걸리면 5번에 걸쳐 파묻어야 완전히 제거되고 스코어가 올라간다. 이 에일리언들이 잡혀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도망쳐 나오기도 하고 다른 에일리언이 먼저 거기에 도착하면 구출된다. 덕분에 막 파묻는 중에 에일리언이 구멍에서 빠져나와 바로 미스가 뜨기도 한다.

 

 

 

목표는 필드상의 모든 에일리언을 제거하는 것. 미로는 팩맨과 달리 매번 랜덤하게 생성되며 대칭구조를 띠지 않게 되어 있다. 클리어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바로 이어지며 더 빠른 에일리언이 더 많이 등장하게 되며, 총 9스테이지 루프 구조라고 한다. 에일리언의 속도가 플레이어보다 금방 빨라지기 때문에 난이도는 금방 어려워지며 수 분이 지나지 않아 게임이 끝나는 구조. 뭐, 당시 아케이드 게임은 대체로 이런 식이지.

 

단순한 게임이지만 여기에도 나름 다양한 작전들이 고안되었는데, 위에 몇 가지만 뽑아보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플레이어는 자신이 판 구멍에 빠지지는 않지만 통과할 수 없으며, 위의 은거형이나 아키하바라식처럼 구멍을 팠는데 탈출하려면 다시 구멍을 묻어야 한다는 점. 좁은 통로 양쪽을 가로막는 은거형은 좀 더 안전하긴 하지만 스테이지 내에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에일리언이 늘어나고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운이 필요하고, 교차로를 중심으로 십자 형식으로 파는 아키하바라식은 보다 효과적이지만 제작에 시간이 걸리고 에일리언들의 방해를 받기 쉽다. 오른쪽의 이토식은 구멍을 하나만 팔 경우 달려가 묻어버리려 할 쯤 되면 에일리언이 탈출해 미스되기 쉬운 데 대한 대책으로, 이렇게 파면 첫 번째 구멍을 탈출한 에일리언이 50% 확률로 바로 그 옆의 구멍에 빠져 그 사이 접근하는 작전. 아키하바라식은 아키하바라역 주변의 십자로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이토식은 개발팀 중 하나인 이토란 사람이 고안했다 해서 이렇게 불린다고 한다.

 

해외에는 세가에 의해 Digger라는 제목으로 수출되기도 했다는데 물량이 얼마나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양권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다. 헤이안쿄 에일리언은 알아도 디거라는 제목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인기를 얻지는 못했던 듯. 이후 그래픽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아이템을 추가하는 등 이런저런 버전들이 발매되게 되며, 그 중 하나가 이하 마인드웨어의 헤이안쿄 에일리언 3671.

 

 

 

 

平安京エイリアン

헤이안쿄 에일리언 3671 (2017)

 

마인드웨어에서 헤이안쿄 에일리언의 권리를 얻어 제작된 게임. 제작사인 마인드웨어는 1988년부터 존재했던 회사로, 자사 오리지널 IP를 만들기보다 대체로 외주이식을 담당하거나 타사와 협력해 개발의 일부를 담당하는 걸 주로 했으며, 95년 이전에는 MNM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최근 수년간 일본의 가정용 PC 여명기에 만들어졌던 게임들을 가져다 리메이크한 작품들을 만들고 있는 듯 하며, 이 포스트 최상단의 이미지는 마인드웨어 버전의 아케이드판 홍보 이미지.

 

디자인은 스페이스 인베이더 익스트림을 참고한 듯 선명하지만 분명히 눈에 띄는 픽셀 스프라이트와 네온 컬러 및 때로 화면을 가득 뒤덮는 각종 이펙트가 눈에 띈다. 여기에 게임플레이 면에서도 상당한 조정이 들어갔는데, 잔기의 개념이 사라지고 무한 라이프로 진행되되 5분의 제한시간동안 최대한 높은 점수를 내는 시간제 하이스코어 어택으로 변경. 여기에 플레이어의 이동속도를 빠르게 해 주는 신발이나 땅을 파고 묻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삽과 같은 파워업 아이템들이 추가되었다. 위 스크린샷 타이머 위아래에 하늘색 아이콘이 신발인데, 이동속도가 빨라지는 건 좋지만 너무 빨라져 컨트롤이 어려울 정도라 나는 보통 피한다.

 

그 외에 새롭게 추가된 아이템은 사탕과 코인. 사탕은 특정 자리에 내려놓으면 에일리언을 유인하는 기능을 하며, 코인은 팩맨의 파워 펠릿처럼 일시적으로 무적상태가 되며 에일리언을 처리할 수 있다. 모든 에일리언이 제거되면 다음 라운드로 바로 이어지지만 미로의 구조는 처음 생성된 형태 그대로, 물론 그동안 파 놓은 구멍도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에일리언만 늘어나는 식이다.

 

여기에 추가 스코어링 요소로 블럭을 한바퀴 돌면 흰 색으로 테두리가 둘러지며 한 블럭 전체를 흰 테두리로 감싸면 보너스 점수를 얻을 수 있고, 땅의 특정 지역을 파면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적잖은 요소들이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에서 사용되던 각종 배치전략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템포가 빨라짐과 함께 난이도가 살짝 내려가 접근성이 좋다. 가끔 이펙트가 너무 산만해서 일시적으로 플레이어나 에일리언을 가려 불의의 미스가 난다는 점을 제외하면 훌륭한 마무리. 5분 제한의 타임어택이란 특성상 각잡고 플레이하기보다 다른 걸 하다 쉬어가는 정도로 생각하면 적당하다. ...그런데 제목의 3671은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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