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ution: Dino Dudes

에볼루션: 다이노 듀드스 (1994)

 

1994년에 아타리 재규어용으로 발매된 퍼즐/액션 게임, 아타리 50에 수록된 재규어 게임 기행도 대강 절반이다. 본래 영국의 이미지텍(Imagetec)에서 아미가용으로 더 휴먼즈(The Humans)라는 이름으로 발매했던 게임의 이식작이며, 아타리에 의해 링스로 이식되며 다이놀림픽스, 재규어로 이식되면서는 에볼루션: 다이노 듀드스로 제목이 변경되었지만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는 동일하다. 재규어 라이브러리 중 2D 게임으로 종래의 16비트 콘솔들과 그래픽 및 퍼포먼스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게임들이 있다면 대체로 아미가에서 이식된 작품들인데, 그래도 아미가나 메가드라이브판과 비교하면 높아진 해상도 덕분에 한 화면에 더 넓은 에리어가 표시되어 하드웨어 성능이 무의미하진 않다. 

 

당대에나 지금이나 레밍즈와 종종 비교되는 것 같은데, 아이디어의 일부를 빌려오긴 한 것 같지만 충분히 오리지널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각 스테이지마다 다수의 원시인들을 조작해 목표지점에 다다르게 하거나 스테이지에 따라서는 공룡을 사냥하거나 하는 것이 목표. 이 원시인들은 점프능력이 아예 없기 때문에 조금만 단차가 있으면 이동할 수 없지만 서로의 어깨 위를 타고 올라가 통과할 수 있게 해 주거나, 이들의 만능 도구인 창을 이용해 장대높이뛰기처럼 플래폼 사이의 갭을 뛰어넘을 수 있다.

 

 

스테이지 10 시작화면. 왼쪽이 재규어, 오른쪽은 메가드라이브

본작의 퍼즐 요소는 이런 도구들을 활용시키며 진행하는 것. 예를 들어 플래폼 사이의 갭이 있는 곳을 창으로 뛰어넘어 진행하려 하니 높이 단차가 있어 올라갈 수 없다. 그러면 되돌아가 창을 던져 건너편에 떨어지게 하고, 2번째 원시인을 아까의 플래폼 앞까지 데려온 뒤 창을 회수해 같은 창으로 뛰어넘게 한다. 만약 단차가 높다면 높이가 맞춰질 때까지 이를 반복한 뒤 창을 든 원시인을 위로 올려보내는 것. 이후 스테이지가 진행되면 횃불이나 바퀴 등 다른 도구들을 발견하며 '진화'하게 된다. ...진화의 개념이 그런 게 아닐텐데.

 

이렇게 길을 만드는 방식의 퍼즐 게임들은 아무래도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복잡한 동선을 요구하기 쉬운데, 다이노 듀드스는 여기에 이어 약간의 반복작업도 필요하다. 단 하나만 목표지점에 보내도 되지만 그의 길을 만들어 주기 위해 보통 4, 5명 정도를 함께 움직이게 해야 하며 각각 창을 하나씩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하나를 공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답이 분명히 보이는 상황이라도 조작량이 많다. 여기에 때로는 날아다니는 새 위로 올라타 반대편으로 건너가거나, 공룡에게 창을 던져 맞추는 등의 액션이 요구되기도 하는데 이 조작이 간단하지 않다.

 

상기한대로 이 원시인들은 점프능력이 없으며 낭떠러지로 보내면 그 자리에서 수직낙하한다. 만약 새 위로 점프해야 하는데 새가 끝까지 오지 않는다면 점프를 통해 그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1. 창을 가진 상태에서 2. 점프 동작을 선택하고 3. 동작을 시작하면 게이지가 늘었다 줄었다 하며 게이지가 높은 상태에서 놓으면 점프 거리가 길어진다. 여기까지는 조금 익숙해지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움직이는 게이지로 거리를 맞춰 움직이는 플래폼 위로 점프하는 건 타이밍을 맞추기까지 상당한 연습을 요구한다. 점프를 잘못하면 그 원시인은 낙사해 죽어버리고, 잔기와 시간제한까지 있기 때문에 한참을 진행했다가도 삐끗하면 그 스테이지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맵의 전모를 처음에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스테이지에서 뭘 해야 하는지가 바로 분명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게임이긴 개인적으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풀어나가 볼 의욕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이건 이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 나는 퍼즐은 퍼즐로, 액션은 액션으로 하고 싶지 액션과 퍼즐을 동시에 하기에는 내 머리가 그리 빠르게 돌아가지도 않고 조작 미스로 재시작하길 반복하다 보면 의욕을 쉽게 잃는다. 다만 이건 내가 QTE를 정말 싫어하는 것처럼 그냥 나란 인간의 별스러운 점이고(그러면서 퍼즐액션을 만들기는 했지), 이런 레트로 스타일 퍼즐액션이 취향이라면 나쁘지 않은 게임. 총 80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스테이지에 패스워드가 있어 중간부터 이어하는 것도 간단하다. 이후 여러 후속작이 나왔으며 피코 인터랙티브에 의한 복각판이 스팀에 The Humans Collection으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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