ぬ〜ぼ〜

누보 (1992)

 

아이렘에서 1992년에 게임보이용으로 발매한 퍼즐 플래포머/어드벤처. 주인공 캐릭터인 누보는 모리나가 제과의 마스코트 캐릭터들 중 하나이다. 아이렘답지 않은 캐주얼 지향 게임으로, 중간중간에 어떤 아이템을 어디서 혹은 누구에게 써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적이 존재하지 않고 게임오버도 없다. 예를 들어 보통의 플래포머에서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면 그 아래 단으로 내려오게 되거나 아래에 착지할 플래폼이 없으면 낙사하게 되는 게 보통이지만 본작에서는 이동을 지시하면 누보가 아래를 내려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는 갈 수 없다고 알려주며, 이런 요소들이 플래포머보다 어드벤처 게임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누보는 자기 키 절반까지의 높이는 오르내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올라갈 수도 내려올 수도 없으며, 점프 능력도 없다. 그 대신 다양한 아이템들을 활용해야 하는데, 많이 사용되는 것들은 발판이 되어줄 수 있는 블럭이나 높은 곳에서 점프해 떨어질 수 있게 해 주는 낙하산, 바닥의 일부 블럭을 파괴할 수 있게 해 주는 삽 정도. 대부분의 아이템들은 지금까지 접근하지 못했던 장소로 이동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이며, 그 외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이벤트성 아이템들도 있다.

 

특징적인 요소라면 누보는 한 번에 1개의 아이템만을 가질 수 있다는 점. 그런 점에서는 어드벤처를 떠오르게 하는데, 여러 개의 아이템을 동시에 가질 수 없는 특성상 눈 앞에 있는 장애물을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이 그 주변 어딘가에 놓여 있을 수 밖에 없어 아이템의 종류가 많은 것 같지만 기능적으로는 전부 열쇠나 마찬가지. 그렇지만 이를 다양한 기믹으로 표현해 반복감이 들지 않게 하며, 게임제작을 한창 하던 시기에는 이 게임을 참고 아니 표절해 볼 생각으로 여러 차례 플레이하며 연구해 보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업무가 바빠져서 취소되었지만 아마 실행에 옮겼다면 미로미나의 후속작이 되었을 것이다.)

 

 

 

길을 가로막는 캐릭터는 있지만 적은 없다. 개가 길을 막고 있으면 막대를 가져와 던지면 막대를 쫓아 화면 밖으로 사라지고,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선물하면 도르래 엘레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식. 누보의 동작이 느긋느긋한 편이긴 하지만 긴 거리를 백트래킹하면서 오갈 필요가 없이 2, 3화면 내에 다음 목적지가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크게 답답하지도 않다. 스테이지 도중에 들어가는 컷신에 텍스트가 있긴 하지만 그 외는 스테이지 중에 텍스트를 읽어 힌트를 얻는 장면도 없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도 낮은 편.

 

스테이지는 총 5개. 내부적으로는 중간에 분절이 있어서 장 수가 더 많긴 하지만 크게 5개로, 최초의 튜토리얼적인 스테이지 이후 3개의 시나리오를 선택해 임의의 순서로 진행한 뒤 마지막 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스토리는 누보가 길을 잃고 어느 무인도에서 눈을 뜨는 걸로 시작하며, 길을 잃은 아기고래를 구출해 바다로 돌려보내 주거나 샤워가 고장나 더위로 고생하고 있는 두더지를 도와주거나 하다가 마지막에는 산타가 떨어트린 8개의 선물을 찾아주고 그 보답으로 산타가 누보를 집에 바래다주며 끝난다.

 

전체 플레이타임은 1시간 이내. 그리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패스워드 컨티뉴를 지원하며, 플레이 도중에 셀렉트 버튼을 누르면 다음 진행에 필요한 아이템이나 NPC의 위치가 화살표로 대강의 힌트가 주어져 중간에 막히더라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어린 아이들이라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캐주얼한 게임이지만 폭력적인 장면이 일체 존재하지 않고 따뜻한 분위기 덕분에 쉬어가기 좋은 치유계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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