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Remains of Edith Finch

에디스 핀치의 유산 (2017)

 

유복하지만 저주에 걸렸다고 알려진 핀치 가문. 작중에 등장하는 그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요절하거나, 가족의 요절을 지켜보며 살아야 했다. 이 저주받은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 에디스 핀치는 어려서는 이 저택에서 지냈으나 도중 저주를 피하려 한 어머니 돈 핀치와 함께 저택을 떠나 곳곳을 떠돌며 살고 있었으나 돈의 사망과 함께 저택을 물려받고, 플레이어는 에디스의 시점에서 핀치 저택을 탐사하며 그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에디스 핀치의 유산언피니시드 스완을 만든 자이언트 스패로우가 제작한 1인칭 시점의 워킹 시뮬레이터이다. 저택에 들어가면 마치 어제까지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듯한 생활감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복도에 마주한 가족 구성원들의 방은 엿볼 수 있는 구멍이 나 있을 뿐 문이 잠겨있고, 이름과 함께 생몰년도가 새겨져 있어 기묘한 느낌을 받게 한다. 핀치 일족은 죽은 가족의 방을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봉인해 추모의 공간으로 쓰면서 새로운 방이 필요하면 대신 집을 증축해 왔는데, 덕분에 저택 본관에는 증조, 조부모대의 방이 보존되어 있어 여기서부터 시작해 점점 후대로 내려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장 높은 선대는 고조대의 오딘 핀치로, 이 저택이 완성되기 전에 사망했다.

 

 

부엉이와 뱀이 된 몰리(위)와 만화 패널처럼 그래픽이 바뀌는 바바라(아래) 파트

에디스 핀치의 유산은 현실적인 배경과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개입되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경계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작중의 여러 오브젝트들과 인터랙트하면 작중에서 이미 고인이 된 각 인물들의 시점에서 각자의 마지막 순간을 그리는 회상이 보여지며, 여기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몰리는 10세의 어린 나이에 카프카의 변신처럼 고양이, 부엉이 등으로 변하며 이런저런 동물을 잡아먹다 거대한 구렁이가 되어 스스로를 잡아먹은 걸로 묘사되며, 한때 아역배우였던 바바라는 그녀가 출연하길 원했던 몬스터 영화의 괴물들에게 둘러싸여 사망한다.

 

이렇게 회상처럼 주어지는 핀치 가문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는 것도 가능하지만 보다 합리적인 생각을 한다면 몰리는 변신하기 전에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는 모습이 보여지는 만큼 중독으로 인한 환각을 본 게 아닌지 의심되며, 바바라 파트에서는 도중 라디오에서 핀치 저택이 있는 오르카 섬에 시리얼 킬러가 있다는 긴급뉴스가 나오니 그 피해자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플레이어는 핀치 가문의 저주가 실재하며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정말로 발생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단지 우연히 불행이 겹쳐졌을 뿐이며 핀치 가문의 저주는 그들이 만들어 낸 자기실현적인 예언일 뿐인지 플레이 내내 머리를 굴리게 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핀치들 자신들도 대답이 다른데, 에디스의 증조모 에디는 이를 저주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어머니 돈은 이를 부정한다. 

 

여기에 대한 대답이나 정해진 해석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점에서는 디어 에스더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남겨지는 의문점이 적다.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의 몫으로 남겨지는 건 게임 내의 회상들을 통해 보여지는 핀치 가문의 저주를 인정하고 이를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해석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부인하고 합리적인 해석을 내리는가 정도이며 판단의 재료 자체는 분명하게 주어진다.

 

 

 

게임은 핀치 가문 각 구성원들의 최후에 얽힌 이야기를 멀리는 1930년대부터 거슬러 내려오며 진행될 뿐이지만 매 인물마다 새로운 연출로 표현되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장르임에도 그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에디스의 죽은 두 오빠 중 루이스는 컨트롤러 사용시 왼쪽 아날로그 스틱으로는 망상 속의 루이스를 조작하며 오른쪽 스틱으로는 공장에서 생선 머리를 절단기에 넣는 동작을 반복하게 하며 그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세계를 1인칭 시점으로 보여주지만 작은오빠 밀튼 파트에서는 그림이 취미였던 그가 남긴 플립북을 통해 스토리를 유추하게 되는 등 모든 스토리가 서로 겹치지 않는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된다.

 

특히 밀튼의 방으로 들어가면 자이언트 스패로우의 전작 언피니시드 스완의 아트 및 애셋 모형들이 보여지고 전작의 주요 인물이었던 '왕'의 상징물이 보여져 밀튼 핀치가 곧 언피니스드 스완의 왕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데, 단순히 팬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둘이 동일인물이라면 두 작품에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아니, 경계가 있긴 한지 더 판단을 어렵게 한다. 답이 없는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 셈. 전작이 동화였듯 이것도 단지 약간 다크한 동화처럼 생각하면 되는 걸까?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걸까.

 

하지만 굳이 생각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을까? 디어 에스더 소개글에서 추상화를 보듯 감각적인 인상에 맡기자고 한 것처럼 에디스 핀치의 유산도 꿈과 현실 사이의 애매한 경계선을 즐기는 게임이란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각 인물들에 대해 진지 빨고 생각하며 전체를 분석하는 것도 뭐, 재미는 있겠지만 반대로 작품이 전달하고자 한 분위기와 여운을 파괴할 뿐일 테니까. 

 

그래도 굳이 분석을 해 보자면 마지막 회상인 에디스의 증조모 에디의 회상이 도중에 중단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이 장면은 에디가 남긴 일기를 바탕으로 에디를 회상하는 어린 시절의 에디스를 회상하는 2중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렇게 2중으로 겹침으로서 내러티브의 신뢰성을 일부러 낮추는 건 물론, 도중에 에디스로 되돌아와 어머니 돈이 도중에 개입해 노트를 빼앗으며 에디스는 끝내 그 결말을 읽지 못한다. 이 부분이 내게는 과몰입해 파고들고 해석하려는 유저와 이를 저지하고 싶어하는 개발자의 의지로 보인달까. 단순히 열린 결말로 남기고 '생각해 봐라'라는 게 아니라 유원지의 어트랙션을 즐기듯 플레이하고 끝내며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듯이.

 

 

언피니시드 스완

언피니시드 스완 (2012)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게임들을 다수 발매한 안나푸르나 인터랙티브에서 소니 플래폼으로 발매했던 1인칭 어드벤처 겸 퍼즐 플래포머. 개발은 이후 에디스 핀치의 유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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