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내 빗자루 금지 (2022)
#08 위치트랩에 이은 주인공 도나의 2연속 출연. 이번에는 슈팅이 아니라 약간의 플래포머 요소가 들어간 워킹 시뮬레이터이다. 게임은 도나가 현존하지 않는 왕십리역 지하상가의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방문하며 시작되는데, 도서관은 시작지점에서 계단 위에 바로 있으니 책을 반납하고 바로 빠져나갈 수도 있지만 쇼핑몰 내를 돌아다니면 각 상점 앞에서 인터랙션이 가능하고, 개중에는 대사만 출력되고 끝나는 곳들도 있지만 장소에 따라서는 아이템을 충동구매 해 버리기도 한다.
도나는 최대 5개까지의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으며 무엇을 구입했는가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 얌전히 도서관에서 책만 반납하고 나왔을 때의 엔딩 하나, 충동구매한 아이템의 조합에 따라 4종류 및 조합을 맞추지 못했을 때의 엔딩 1종류로 + 게임 오버를 포함해 총 7종의 엔딩 텍스트가 준비되어 있다. PICO-8의 모든 게임처럼 게임패드를 기본적으로 지원하며, 키보드로 플레이할 경우 방향키와 Z, X가 2개의 버튼으로 배정되어 있다. 브라우저 및 모바일 플레이 링크는 여기.
어쨌건 게임으로서 최소한의 승리/패배조건을 넣어야 겠다는 생각에 추가한 메카닉이 빗자루. 좀 작위적이긴 하지만 쇼핑몰 내의 계단은 좌우로 걸어서는 관통할 수 없게 되어 있으며 점프한 상태에서 O 버튼을 눌러 빗자루 모드가 될 수 있고, 이 상태에서는 좌우로만 이동할 수 있지만 지형의 충돌을 무시해 계단을 지나칠 수 있게 된다. 빗자루의 사용에는 화면 하단에 BROOM 으로 표시된 에너지가 필요하며 몰 곳곳에 배치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회복되고, 만약 빗자루를 타고 날다가 경비에게 걸리면 알람이 뜨며 경비 머리 위에 ! 아이콘이 표시되며 추적해 들어온다.
잡히면 잔기 -1, 잔기가 0이 되면 게임오버. 하지만 어디까지나 게임오버가 가능하게 해 게임으로 성립하기 위해 넣은 요소에 가깝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잡혀서 게임오버될 일은 없을 것이고, BROOM이 0이 되었다 하더라도 쇼핑몰 내 모든 지점에서 도보로 접근 가능한 카페가 어딘가에 존재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 BROOM이 200으로 회복되며 체크포인트가 갱신되며 이후 경비에게 붙잡히면 해당 카페에서 리스폰된다.
위는 하이힐을 구입하는 장면. 발이 편한 하이힐은 발견하기도 쉽지 않고 혹시 상황에 따라 신게 될 수도 있으니 충동구매가 아니라 합리적인 소비라며 자기합리화를 함과 동시에 그러고 보니 화장품은 얼마나 남았는지 자문하는데, 이 대사들이 일종의 힌트. 하이힐 / 립스틱 / 미니스커트가 엔딩 중 하나의 조합이며, 이후 화장품샵을 찾아 들어가 립스틱을 구입하면 어울리는 스커트는 뭐가 있을지 생각하는 식으로 힌트를 직접적으로 제공해 모든 엔딩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몰내의 아케이드에 들어가면 간단한 미니게임을 플레이 1회당 1번 플레이할 수 있으며 목표는 도나를 조작해 나리보다 더 많은 칸을 자기 색깔로 칠하는 것. 다만 나리가 처음에는 랜덤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일정 주기로 도나를 최단거리로 쫓아와 클리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만 가능하고 피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뻥 뚫린 공간이 아니라 벽 같은 걸 설치해서 나리의 단순한 AI를 혼란스럽게 했다면 좀 더 쉬웠겠지만 그 때는 그 생각을 못 했지.
작중 배경이 왕십리역인 건 처음에는 일종의 메트로이드배니아같은 구성으로 기획하며 방해물을 뚫고 제한시간 내에 원하는 방향으로 환승하는 게임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왕십리역을 택한 건 수도권 지하철에서 가장 환승이 많은 역이기 때문으로 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러다 생각이 바뀌어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는데, 덕분에 이후 이 게임들의 세계관이 판타지 요소가 있는 현대 한국으로 고정되었다.
솔직히 기대도 안 한 게임이지만 어째선지 PICO-8 포럼에 공개했을 때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게 사실 이 게임이다. 위에서 언급한 하이힐 / 립스틱 / 미니스커트 조합을 구입하면 집에 돌아가 도나가 시착을 하고 인스타에 셀카를 올리며 나름 즐기는 모습이 보이고, 마법소녀 오타쿠 굿즈를 구입하면 사실 숨덕이었던 게 드러난다거나, 곳곳에 다른 게임 시리즈들에 대한 패러디가 들어있기도 하다. 병원의 이름이 닥터 와일리 클리닉이라던가, 개업예정 안내문 중 하나가 에이스 어토니(역전재판의 해외명) 변호사 사무실이라던가. 몰 곳곳의 포스터에는 #10 봄바 쿰 라우데의 주인공과 보스인 미나와 시노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 게임만 플레이해서는 사실 도나가 생물학적으로 XY라는 걸 알 수 있는 힌트는 없다. 하이힐 / 립스틱 / 미니스커트 엔딩에서 도나를 그냥 시스젠더 여캐로 생각할 때의 인상과 #08 위치트랩을 클리어하고 도나가 XY인 걸 알고 있는 사람이 받는 느낌이 서로 다를 거라 생각한다. LGBT+ 요소를 살짝 넣으면서 너무 정면에 나오지 않도록, 하지만 두 게임을 모두 플레이했다면 그제서 알 수 있을 정도로만 두 게임에 나눠서 넣은 것.
Katiusza #08 위치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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