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chtraps

위치트랩 (2022)

 

커피를 마력의 근원으로 하는 마녀과 전문대생 도나. 그러던 어느날 소중한 커피메이커는 사라져 있고 오늘 밤 만나달라는 도전장을 발견, 폭주해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며 시작하는... 일견 횡스크롤처럼 보이지만 지형이 없이 웨이브 방식으로 적들이 등장하니 실질적으로는 고정화면 슈팅이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회색 로브를 입은 도나와 흰 로브를 입은 나리의 2명으로, 스토리상 도나 파트에서 나리 파트로 이어지게 되어 있어 도나로 먼저 클리어해야 나리가 해금된다.

 

PICO-8의 모든 게임처럼 게임패드를 기본적으로 지원하며, 키보드로 플레이할 경우 방향키와 Z, X가 2개의 버튼으로 배정되어 있다. 브라우저 및 모바일 플레이 링크는 여기.

 

 

 

두 캐릭터 모두 실제 히트박스는 1픽셀 사이즈로 작으며 구간에 따라서는 제법 많은 적들과 탄이 날아오는 탄막슈팅에 가깝다. 여기에 배경을 스크롤시켜 횡스크롤의 느낌을 내긴 했지만 실제로는 스테이지 맵이 따로 준비되어 있는 게 아니라 배경의 건물과 구름들은 랜덤하게 생성되어 스크롤될 뿐이며, 동시에 각각을 2중의 레이어로 움직이는 속도를 다르게 해 패럴랙스 효과가 나게끔 했다. 실제로는 카메라의 이동이 없이 고정된 화면에서 적들이 웨이브 단위로 출현하고, 모든 적이 파괴되거나 카메라 밖으로 나가면 다음 웨이브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사용 버튼은 X버튼 샷과 O버튼 홀드. 샷을 누른 상태에서 자동으로 연사가 발생하며 도나의 별 옵션들은 도나가 정지 상태일 때는 정면으로, 이동중일 때는 이동과 반대 방향으로 보조 샷을 발사해 이를 이용해 화면 상하나 후방에서 등장하는 적들을 상대하도록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는 도나의 움직임을 따라 이동하지만 홀드 상태에서는 그 시점에서 도나로부터의 상대위치에 고정되며, 옵션으로 적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어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의 모티브는 사실 타이토의 다라이어스버스트에서 따 왔다. 다라이어스버스트에서는 때때로 화면을 메우는 다수의 적들이 우르르 등장하며 탄막이 아니라 '적막'이라 부를 만한 연출과 이를 화력으로 쓸어버리는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 느낌을 나름 재현하려 시도해 본 것. 여기에 정면샷과 대각선 미사일로 된 도나의 공격방식 역시 다라이어스버스트의 플레이어 기체 중 하나이자 다라이어스 II의 주인공 기체인 세컨드의 공격패턴을 베이스로 했다.

 

 

 

도나로 1회 이상 클리어하면 해금되는 나리 파트는 이를 이은 하드모드 느낌으로, 처음부터 랭크가 높게 설정되어 있고 다수의 적이 등장하도록 되어 있다. 나리는 도나와 달리 정면으로밖에 공격할 수 없으며 미사일의 발사각이 좁은 전방집중형으로, 대신 옵션을 홀드할 수 없고 같은 버튼으로 좌우 방향전환을 하도록 되어 있다. 덕분에 도나에 비해 방어적인 운용이 까다롭고 상하 방향에서 오는 적들은 요격보다는 회피에 중점을 둬야 한다.

 

적들을 쓰러트리면 때로 녹색 아이템을 남기는데 이것은 실드. 실드가 남은 상태에서 피격당하면 그 자리에서 적탄이 소거되며 실드가 감소한다. 이 역시 다라이어스버스트의 실드(ARM)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참고한 것. 화면 우상단의 숫자는 콤보 수치로 피탄하지 않고 적을 쓰러트리면 상승하며, 50콤보 단위로 적을 쓰러트려 얻는 경험치가 x2, x3, x4.. 식으로 증가하다 피탄당하면 리셋된다. 우하단의 퍼센트는 게임 진행도. 사실 좀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고정된 화면에서 웨이브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인 만큼 플레이테스트 중 '이거 언제 끝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그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했다.

 

각 웨이브는 일정 패턴들 중 랜덤하게 선택되어 매 플레이마다 다르게 등장하지만 진행도에 따라 초반과 중후반의 패턴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초반에는 적의 수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후반에는 더 많은 적들이 더 많은 탄을 퍼붓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 랭크 시스템이 있어 후반으로 갈 수록 적의 탄속도 더 빨라진다. 여기에 때로 다수의 적들이 빠르게 등장해 일제히 샷을 쏘기 시작하면 때로 처리지연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일부러 의도한 부분. 여러 아케이드 슈팅 게임들에서 우르르 탄이 쏟아질 때 처리지연이 발생하면 그것도 나름대로 드라마틱한 연출이 되는데, 이를 재현하기 위해 배경의 건물을 2중으로 늘려 패럴렉스를 연출하는 동시에 화면 상단에 등장하는 구름의 양을 적절한 처리지연이 발생할 때까지 늘렸다. 구름의 등장빈도 조절로 적당한 타이밍에 PICO-8 가상머신에 적절한 부하를 줘 처리지연을 발생시킨 것.

 

 

 

위는 개발중 초기버전에서만 존재했던 3번째 마녀 모란. 배경의 건물들이 1열밖에 없고 아직 구름이나 콤보, 퍼센트 등이 구현되지 않았던 시점의 빌드인데, 도나나 나리와 달리 옵션을 4개 갖고 시작하며 그라디우스의 레이저같은 공격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O버튼은 나리와 마찬가지로 좌우반전. 모란이 최종버전에 들어가지 못한 건 #01 미로미나편에서 언급한 카트리지 토큰과 텍스트 용량 문제. 간단히 요약하면 PICO-8은 그래픽이나 사운드 외에 코드도 일정 용량 내에서 완성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정말 하고자 했다면 어떻게든 리팩터링해서 모란까지 등장시킬 방법이 없진 않았겠지만 결국 포기하고 모란은 다음 게임에 주인공으로 등장시키자 생각했지만 결국 그 다음 게임은 제작되지 않았다. 모란 미안해. 

 

엔딩에 대한 스포일러를 붙이자면 나리 파트까지 클리어하면 둘의 대화에서 사실 도나와 나리 둘 다 생물학적 성별이 XY였다는 게 드러난다. 제목 위치트랩에서 '트랩' 부분은 사실 영어권에서 오토코노코를 trap이라 부르는 데서 따온 것. 나리는 크로스드레서일 뿐 정체성 자체는 남성이며 양성애자. 처음에는 도나에게 여자친구가 되어달라고 하지만 도나도 남자라는 걸 알게 되고 오히려 더 좋다며 이후 작품들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그에 비해 도나는 대외적으로는 마녀과기 때문에 마녀옷을 입는 것 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성별불일치(gender dysphoria)를 느끼고 있는 건 도나쪽이다. 위치트랩에서는 엔딩의 반전 외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 뒤를 이어 만든 #09 쇼핑몰내 빗자루 금지에서 여기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추가했다.

 

 

Katiusza #09 쇼핑몰내 빗자루 금지

쇼핑몰내 빗자루 금지 (2022) #08 위치트랩에 이은 주인공 도나의 2연속 출연. 이번에는 슈팅이 아니라 약간의 플래포머 요소가 들어간 워킹 시뮬레이터이다. 게임은 도나가 현존하지 않는 왕십리

ludonomie.tistory.com

 

Katiusza #15 세이브 아이콘 죽이기

세이브 아이콘 죽이기 (2022) 연금술과 플로지스톤 이론부터 Z80 어셈블리 코딩까지 잊혀진 과거의 기술을 연구하는 마녀의 전공과목 레트로테크. 도나는 레트로테크 수업중 3.5인치 플로피 디스

ludonomie.tistory.com

 

'Toponym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젝트 파이어스타트  (0) 2024.04.10
Katiusza #09 쇼핑몰내 빗자루 금지  (0) 2024.04.09
Katiusza #07 안개낀 숲  (0) 2024.04.08
Katiusza #06 담비의 월동준비  (0) 2024.04.08
46억년 이야기: THE 진화론  (0) 2024.04.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