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이어스버스트 크로니클 세이비어즈 (2015)
2-3개의 화면을 이어붙여 만든 거대한 전용 캐비닛의 임팩트와 그 넓은 화면을 채우는 바다생물을 모티브로 한 거대 보스들로 유명한 타이토의 횡스크롤 슈팅 다라이어스 시리즈의 (2024년 4월 현재) 마지막 작품. 2009년에 PSP로 발매된 다라이어스버스트에 추가 스테이지나 기체를 대량으로 추가하고 아케이드 버전까지 수록한 완전판 격인 게임으로, 신규요소는 물론 클래식 시리즈의 기체와 스토리까지 전부 포괄하는 시리즈 총집성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목이 기니 이하 DBCS로 약칭.
게임을 시작하면 AC, CS 및 DLC의 3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AC모드는 다라이어스버스트 어나더 크로니클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2010년작 아케이드 게임의 이식판으로, 어나더 크로니클을 줄이면 AC, 즉 아케이드가 되니 일종의 말장난이다. AC모드는 다시 오리지널, 오리지널 EX 및 크로니클 모드로 나뉘는데, 오리지널 모드는 시리즈의 다른 게임들처럼 제한된 수의 스테이지와 난이도에 따른 차등분기로 이루어진 아케이드 모드로 한 플레이는 3스테이지의 살짝 짧지만 스탠다드한 구성이다. 오리지널 EX는 그 고난이도 버전.
이식도의 문제는 없다는 것 같지만 본래 16:9 화면 2개를 이어붙여 만든 32:9라는 무식한 화면비의 게임이었던 만큼 일반 모니터로 플레이하면 뭐든 너무 작아보이며 심심한 인상을 받는다. 듀얼모니터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울트라와이드라도 쓰는 게 아니면 모든 게 너무 작아져 플레이할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듀얼모니터를 사용하더라도 모니터 테두리가 거슬리고, 나같이 듀얼모니터를 쓰면서 모니터 크기가 서로 다르면 더 어색하다. 일부 하드코어 팬들은 다라이어스 시리즈용 모니터를 따로 준비하기도 한다는 것 같지만 나는 그 정도까진 아니라.
아무튼 본래는 이렇게 긴 화면을 최대 4명이 나란히 앉아서 플레이하는 전용 캐비닛 게임인데, 1P와 4P는 컨트롤러가 화면 왼쪽과 오른쪽 구석 앞에 놓이다 보니 혼자서 할 때는 2P 자리가 인기가 제일 좋았다고 한다. 난 캐비닛을 본 적이 없지만 알고 지내던 일본인에게 듣기로는 자기 지역에 있던 캐비닛은 2P 자리만 쿠션이 살짝 패여 있었다고.
크로니클 모드로 들어가면 일단 도전할 성계를 선택하는데서 시작하는데, 성계 하나가 한 스테이지인 게 아니라 성계를 선택하면 위 화면 왼쪽의 헥스맵이 확대되고, 이 헥스 하나하나가 다시 다수의 존으로 구성된 고유한 스테이지이다. 본래 이 모드는 아케이드 캐비닛 단위로 진행도가 존재해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협력해서 공략해 나가는 방식이었고, 자기 주변 오락실에 한 대만 놓여있다면 그 오락실을 찾는 동네 게이머들이 함께 하나의 거대한 켐페인을 공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 크로니클 모드의 스테이지가 대체 몇 개나 있는지는 정확한 숫자는 찾지 못했지만 약 1500개 정도라고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보니 가정용으로 판매되면서는 가상 캐비닛 번호가 붙었는데, 한 번 선택하면 변경이 안 된다. 실제든 가상이든 그 캐비닛에서 특정 스테이지를 최초로 공략한 유저는 그 기록이 캐비닛에 영구히 보존되었다고 하는데, 인근에 놓여있는 오락실이 있고 같이 다닐 친구가 있다면 경쟁하는 재미도 있었을 것 같다. 나는 스팀판을 발매 초기에 구입했다 보니 거의 10년이 지나며 전부 누군가가 공략해버린 상태인 것 같지만 이미 공략된 스테이지라도 다시 플레이하는 건 자유.
AC는 이 정도로 마무리. 가정용으로 이식되며 추가된 CS모드는 부제 크로니컬 세이비어즈의 약자이면서 동시에 컨슈머의 약자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말장난인 것. 아케이드판의 크로니클 모드를 1인용으로 할 수 있게 축소한 버전으로, 스테이지의 개수는 아케이드의 ~1500여개에 달하던 것을 186개로 줄여 간소하게(?) 구성되어 있다. 아니, 그래도 너무 많아. 여기에 각 스테이지는 최소 1개, 최대 24개의 존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존에 따라 도중 스테이지만 나오기도 하고 존 하나가 보스전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들도 많아 길이는 제각각. 대부분은 10개 이하의 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24개는 엔딩 이후에 보여지는 히든 스테이지 Kyokkuho에서만 보인다.
기본적으로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는 방식이며 도중에 분기가 나눠지기도 하고, 이미 클리어한 스테이지에 때로 Warning 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나며 스테이지 구성이 바뀌기도 한다. 시작지점에서 분기에 따라 과거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기도 하고 이후의 전개를 볼 수도 있는 식. 엔딩은 Suriaha를 클리어하는 시점에서 발생하며, 이후 상기한 히든 스테이지 Kyokkuho가 열린다. 이 스테이지들의 이름은 지구 각지의 지명을 카타카나로 쓴 뒤 아나그램한 것이라고 한다.
각 스테이지마다 어떤 아이템이 등장하고 등장하지 않는 등의 룰이 정해져 있기도 하며 어느 기체로 기체가 어느 파워업 수준에서 스테이지를 시작할 지 프리셋으로 정해져 있다. 프리셋 기체를 그대로 사용해 클리어하는 게 내부 스토리상 카논이라는 것 같지만 원한다면 기체를 바꾸거나 파워업 상태를 늘려 시작할 수도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플레이하며 스코어에 따라 얻은 포인트를 소비해야 한다. 즉 도저히 어느 스테이지를 프리셋으로 돌파할 각이 안 보인다 싶으면 클리어할 수 있는 쉬운 스테이지를 반복해 플레이하며 포인트를 벌고 그걸로 기체를 변경하거나 파워업을 추가로 붙인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 다만 기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그 기체가 해금되어 있어야 하고, 기체 해금을 위해서는 당연히 적잖은 포인트가 들어간다.
AC 모드에서는 8종, CS 모드에서는 9종의 기체를 선택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수가 많다 보니 너무 자세하게는 들어가지 않고 간단하게만 훑고 넘어가겠다. 크게 나눠 클래식 다라이어스 시리즈에서 참전하는 기체인 오리진, 세컨드, 제네시스, 가이덴과 버스트 이후의 신규기체 레전드, 넥스트, 포뮬러, 어설트, 무라쿠모로 나눌 수 있다.
모든 기체는 주무장과 보조무장을 가지고 있으며, 주무장은 빨간 파워업을 모으며 미사일 → 레이저 → 웨이브로, 보조무장은 녹색 파워업을 모으며 봄 → 멀티봄 → 미사일로 파워업된다. 기본적으로는 강하면 좋지만 특정 보스를 상대할 때는 미사일이나 레이저 단계에서 유지시키는 것도 방법인데, 이쪽의 기체와 탄 종류에 따라 탄소거가 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파란 파워업을 먹으면 일종의 실드인 ARM 수치가 올라가며, ARM이 남아있는 동안은 피탄해도 ARM이 깎이고 미스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리진과 세컨드는 아케이드용 다라이어스와 다라이어스 II의 주인공 기체들로, 이렇다할 기믹은 없는 단순한 파워형 기체들. 오리진은 웨이브 단계까지 파워업하면 지형과 적을 관통하며 공격 자체의 위력도 다른 어느 기체보다 강해 장애물이 늘어선 구간들을 쉽게 통과할 수 있고 보스도 다른 기체들보다 빠르게 잡을 수 있지만 대신 웨이브 상태까지 가면 어떤 적탄도 소거할 수 없고 방어적인 기믹도 없어 모든 탄막을 순수히 회피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세컨드도 기본적으로는 오리진과 유사한 성격의 복잡한 기믹 없는 공격적인 기체로, 깊게 생각하기 싫다면 둘 중 취향에 맞는 걸 고르면 무난하다.
가이덴은 다라이어스 외전의 주인공 기체로 원작에서는 중간보스를 일시적으로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캡쳐 봄이라는 걸 장착하고 있었지만 DBCS에서는 삭제되었다. 대신 DBCS 등장 기체들 중 유일하게 전멸폭탄 개념인 블랙홀 봄을 쓸 수 있어 스탠다드한 봄 슈팅에 익숙한 사람에게 쓸만한 기체. 제네시스는 G 다라이어스의 기체로 버스트 레이저라는 강력한 공격을 쓸 수 있으며 쿨타임이 돌아오는 시간도 다른 버스트 기체들보다 빠르고, 버스트 게이지가 차면서 서포트 유닛이 붙어 보조공격을 해 주지만 이 서포트 유닛이 파괴되면 게이지도 줄어들고, 버스트 게이지가 100%가 아니면 발사가 불가능한 등의 제한이 있어 다루기 까다로운 편이다.
레전드와 넥스트는 표준적인 성능의 기체들로, 제네시스처럼 버스트 레이저를 직접 공격하듯 쓸 수도 있고 화면의 특정 지역에 설치할 수도 있다. 버스트 버튼을 길게 누르면 버튼을 누른 동안 버스트가 이어지며, 두 번 짧게 누르면 그 자리에 버스트가 설치되며 이후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따라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다시 샷을 쏘면 그 각도로 고정. 어지간한 적들의 샷들을 막아낼 수 있고 대규모로 적들이 몰려올 때 화면을 가로지르듯 설치해 두면 알아서 자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기체의 가장 큰 차이는 레전드는 설치 버스트의 각도가 주인공 기체의 이동과 반대 방향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며 넥스트는 같은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것이니 취향대로.
포뮬러와 어설트는 보다 특수한 성격의 기체들인데, 포뮬러는 화력은 좋지만 메인 샷의 사정거리가 화면 끝까지 닿지 않아 접근전을 강요받고 버스트 시스템은 레전드와 같다. 어설트는 '스파크 버스트'라는 기뢰를 추가로 장착하고 있는데, 플레이어가 임의로 버스트 레이저를 종료할 시 강력한 단발 공격이 들어가며 이 스파크 버스트로 적을 격파할 경우 통상보다 높은 배율의 점수가 들어가 스코어러들이 좋아하는 기체.
이상의 8종은 아케이드 모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후 추가된 무라쿠모는 CS모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본래는 타이토의 1986년작 스크램블 포메이션의 기체를 자사 콜라보로 데려온 것이라 한다. 제네시스와 마찬가지로 서포트 유닛을 사용할 수 있으며 최대 4개, 여기에 포메이션을 변경할 수 있어 처음에는 복잡하지만 조금 손에 익으면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기 좋은 올라운드 기체. 다만 CS 모드에서 프리셋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면 해금까지 필요한 포인트가 상당히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버스트 레이저는 플레이어만이 아니라 일부 상위 적들과 보스들도 사용하며, 적이 사용할 때는 알람 사운드와 함께 핑크색 레이저가 발사되는데 이를 플레이어의 버스트로 맞받아칠 수 있으며, 이를 버스트 카운터가 부른다. 적이 버스트를 사용할 때 정확한 타이밍에 같이 버스트를 쓰는 것도 가능하지만 타이밍을 맞추기가 상당히 시비어하며, 일단 보스가 버스트를 쓰게 한 뒤 밀착했다가 버스트를 발사하면서 동시에 보스의 버스트 레이저로 뛰어들면 본래 흰색인 버스트 레이저가 위와 같이 노란색으로 바뀌며 버스트 카운터가 발동된다. 요는 플레이어가 버스트를 시작하는 순간 적의 버스트에 닿아야 하는 것 같은데, 중간에 끼어드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만 정면에서 받아치는 쪽이 성공할 수만 있다면 드래곤볼의 에네르기파 대결처럼 보기에 멋있다.
올드팬들에게는 자신에게 익숙한 기체로 새로운 적과 싸워볼 수 있게 하고, 또 그러다 좀 새로운 플레이를 원한다 싶으면 클래식 기체들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시스템인 버스트를 갖고 놀 수 있는 등 다양한 층의 플레이어를 끌어들이려는 작전이라 할까. 사람에 따라서는 설치 버스트를 이용해 보스나 도중 적들의 웨이브를 막아내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선호할 수도 있고, 카운터 버스트의 일발승부가 주는 쾌감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또 누군가는 복잡한 시스템보다 간단명료한 클래식 기체들을 선호할 수도 있겠지. 나는 이것저것 만져 보다가 결국 오리진에 안착했다. 탄막은 파워다제.
CS모드 켐페인은 분량도 많고 스토리적 요소도 중간중간 많이 들어있어 다라이어스 시리즈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진득하게 이를 감상하며 플레이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문제는 스테이지가 많아도 너무 많고, 그 많은 스테이지들도 반복되는 요소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져 있기 대문에 어느 순간 질리게 된다. 처음에야 뭐든 새롭고 이번엔 어떤 보스가 나올지 궁금해하면서 다음 스테이지를 계속 도전하게 되지만 어느 순간 몇 번이고 봤던 배경이 또 등장하고 보스들의 면면도 익숙해져 그놈이 그놈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의욕이 유지되기 힘들다. 뭐, 어쩔 수 없지. 183개의 스테이지를 전부 사람이 디자인할 수 없다보니 제한된 요소들을 블럭맞추기처럼 조합해 스테이지를 만들었으니까.
마지막 모드는 DLC모드. 타이토, 세가, 케이브, 에이팅, 캡콤 작품들의 기체를 쓸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 팩들로 각 팩마다 3종씩 기체가 추가되니 총 15종의 DLC 기체가 존재하는 셈이며, 팩이 아니라 특정 기체만 개별로 구입할 수도 있다. 구입하면 기체와 함께 미션 팩이 제공되며, 주의점은 CS 본편 기체를 DLC모드의 미션에서 사용하는 건 가능하지만 반대로 DLC 기체를 CS모드에서 사용할 수는 없다.
아마 밸런스적인 부분이라던가를 고려한 게 아닐까 싶은데, 대신 DLC팩을 구입하면 CS모드에서 선택된 30여개의 미션들이 CS팩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어 이를 통해 본편의 스테이지를 플레이할 수 있다. 다만 DLC모드에서는 아무 기체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대신 CS모드처럼 포인트를 소비해 파워업이나 ARM을 늘리고 시작하는 건 불가능하고 스토리 나레이션도 DLC모드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각 DLC 기체들은 원작의 특성이 대체로 재현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판타지 존의 오파오파를 선택하면 적을 쓰러트릴 때마다 코인이 드랍되어 화면 아래에 쌓이고 이걸 모아 무기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대신 통상적인 샷 강화 아이템이 등장하지 않게 되고, 도돈파치 대부활의 A타입 기체인 델타 소드로 플레이하면 원작의 샷/레이저 전환과 하이퍼를 쓸 수 있는 건 물론 다라이어스의 파워업 아이템과 대부활의 점수 아이템이 섞여서 등장하는 식. 각 기체마다 난이도의 차등이 있는 3개의 스테이지가 주어지며, 스테이지 구성과 보스는 100% 다라이어스지만 BGM은 출신 작품의 음악이 깔린다.
상기한 대로 DLC 모드에서도 9종의 DBCS 기체를 전부 사용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DLC 팩의 기체와 미션을 혼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데스스마일즈의 윈디아를 선택해 세가 판타지 존 팩의 미션을 플레이하면 윈디아를 조작해 데스스마일즈 시스템으로 판타지 존의 BGM을 들으면서 다라이어스의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는 혼란스런 게임을 즐길 수도 있는 것.
사실 나는 CS모드보다 DLC모드에서 더 많이 플레이했는데, DLC팩 5종을 전부 모으고 나면 거기 딸려오는 CS팩만 가지고도 대부분의 미션들을 플레이할 수 있으며 각 팩마다 보스와 1:1로 붙을 수 있는 연습용 스테이지가 딸려오기 때문이다. 시리즈 전통의 최종보스였던 Great Thing이나 본작에 추가된 최상위 보스인 Gigantic Bite 공략을 연습하고 싶다면 캡콤 팩에 이들과 바로 붙을 수 있는 스테이지가 있으니 감을 잡을때까지 여기서 반복하게 되는 것.
DBCS는 정말 꽂힌다면 몇백시간이고 플레이할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여기에 아케이드 슈팅 팬이라면 DLC로 제공되는 다양한 작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즐길 수 있기도 한데, 나는 2015-16년 사이에 열심히 하다가 CS팩에서 기본 상태의 오리진으로 Ruminia를 클리어한 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은 현자타임을 맞이해 이후는 손이 잘 가지 않게 되었다. Ruminia는 CS모드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루트의 최종 스테이지로, 지정된 프리셋 기체는 오리진. 마지막 존에서는 본작의 최상위 보스 포지션인 Gigantic Bite를 상대하게 되어 있는데, 오리진으로 보스들과의 1:1을 반복해 연습하고 스테이지의 패턴을 연구하며 여기에만 30여시간을 들여 기어이 클리어하고, 이후에도 손에 익은 오리진으로 다른 보스들과의 1:1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한참을 놀았지만 그 외에 다른 고난이도 스테이지들을 처음부터 다시 패턴화하며 진행할 의욕까진 들지 않았다.
이게 컨텐츠가 방대한 것 까진 좋은데 그게 상기했듯 결국 한정된 블럭을 조합해서 만들어지는 만큼 신선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CS모드를 절반쯤 진행하고 DLC모드에서 주요 보스들을 다 한번 이상씩 잡아보고 나면 더 이상 새로운 게 없으니까. 특히 DBCS는 보스들의 독특한 디자인과 압도적 크기에서 보이는 시각적인 만족감은 물론 공격해 오는 패턴들도 정교하게 잘 짜여있어 회피와 접근전을 반복하는 리듬감에 shooter's high를 느끼게 하는, 가히 예술적이라 할 수 있는 완성도를 보이는 데 비해 도중 스테이지는 그에 비해 심심한 편이라 더더욱 그랬다. 스테이지 하나하나를 공들여 깎은 게 아니라 블럭 조합하듯 양산해 냈으니 그럴 수 밖에. 한참의 공백기를 두고 다시 재활삼아 플레이해 보니 빠져드는 보스전과 애매한 도중의 갭이 더 크게 느껴진다.
DBCS는 보스에 따라서는 제법 많은 탄을 뿌려대지만 탄막슈팅으로 분류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종래 아케이드 스타일 횡스크롤 슈팅의 정통진화로 느껴지는데, 많은 탄막슈팅들에서 보스의 공격패턴에 따라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탄 사이를 미세한 동작으로 피하는 게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DBCS에서는 고정된 각도로 날아드는 고정탄, 플레이어 기체를 향해 날아오는 조준탄, 도중에 방향을 바꾸는 유도탄 및 거대 레이저에 의한 와인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끊임없이 화면을 오가며 이동해야 하고 그 와중에 그 틈을 뚫고 가능한 한 밀착해서 데미지를 입혀야 하는 도그파이트 중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드 시스템이 있어 도중 스테이지에서 데미지를 최소화했다면 어느정도는 맞는 걸 각오하고 뛰어들게 되기도 하니 차분함보다 흥분을 유지시키는 듯한 디자인. 싫지 않다. 오히려 좋다.
시리즈 팬이라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전작들의 기체와 음악들이 총동원되고, 역대 보스가 전부 출동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수의 역대 및 신규 보스들이 3D화되어 화면을 메우는 모습은 마치 다라이어스 올스타즈. 물론 시리즈 입문용으로도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클래식 기체들이 그대로 구현되어 있는 만큼 이들 중 어느 기체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면 그 작품의 원작을 플레이해 보는 것도 가능하겠지. 컨텐츠의 반복감은 분명 문제지만 반복되지 않는 컨텐츠의 양도 충분히 많은 편이라 컴플리션에 대한 집착이 없다면 충분히 즐길 만한 게임인데... 가격대를 생각하면 쉽게 권할만한 게임이냐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DLC모드에서 원하는 보스전이나 스테이지를 선택하며 플레이했지만 DLC를 사지 않는다면 넓은 CS모드 맵에서 원하는 미션을 찾아다니기도 귀찮고, 특정 보스전을 연습하고 싶을 때 임의로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리플레이 저장 등의 QoL 기능이 없다는 게 흠. 그러면서도 슈팅으로는 드물게 당시 어지간한 AAA급의 풀프라이스 게임으로 나온데다 DLC까지 포함하면 제법 만만치 않은 가격대가 되니 순수하게 권하기엔 약간 어려운 느낌이랄까. 물론 계속해서 새로운 기체를 시도해 보며 파고드는 사람이라면 그 돈이 결코 아깝지 않을 플레이타임을 찍게 되겠지만 모든 슈터가 그런 건 아니고, 오히려 각 게임에서 자기 손에 맞는 기체 하나를 선택해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더 많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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