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단간론파 2: 안녕 절망학원 (2012)
전작 단간론파 희망의 학교와 절망의 고교생의 후속작으로 2012년 스파이크 춘소프트에서 발매. 최초에 PSP로 발매되었으며 이후 여러 기종으로 이식되었다. 타이틀이 그냥 단간론파 2가 아니라 '슈퍼 단간론파 2'인 걸 보면 전작을 뛰어넘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데, 여러가지 의미에서 전작을 플레이하고 스토리를 이해하고 있음을 완전히 전제하고 만든 게임이다. 즉 2편부터 플레이하는 건 권할 수 없으며, 이후 절대절망소녀 단간론파 Another Episode로 이어진다.
사실 생각해 보면 단간론파는 후속작 만들기가 참 어려운 게임이다. 모든 등장인물이 클로즈드 서클 데스게임의 내부인인 만큼 게임 끝날 무렵엔 반 이상 죽어버렸기도 하고, 그 와중에 흑막의 비밀도 밝혀지며 이미 1편에서 자기완결적으로 마무리된 상태이다. 후속작을 만들려면 누군가가 납득할 수 있는 동기와 개연성을 가지고 새로운 데스게임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무슨 쓰르라미 울 적에 처럼 같은 애들을 몇 번이고 등장시켜 다양하게 죽고 죽이는 걸 구경하는 루프물이 아니라면 당연히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배경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자기복제 즉 재탕이란 소리도 듣지 않게 하려면 허들이 확 올라가는데,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스케일을 키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쫄쫄이를 입은 슈퍼히어로가 어느 마을에 나타난 악당을 물리치고 평화를 지키는 작품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반복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한 마을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위기를 구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나라를 구하고, 끝에 가면 지구를 구하고 전 우주를 구하게 된다. 이렇게 더 크고 아름다우며 익스트림한 것을 추구하는 스펙타클 크립의 과정에서 원래는 지나가는 한 마디, 사소한 배경설정에 불과했던 것들까지 살이 붙으며 복선으로 회수되고 하나의 완성된 세계관을 형성하게 되기도 한다. 슈퍼 단간론파 2 역시 전방위적인 스펙타클 크립으로 만들어진 게임들 중 하나로, 말 그대로 '슈퍼'가 되었다.
아무튼 단간2 역시 전작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대부분 계승하고 있다. 각 챕터가 시나리오 이벤트 - 자유시간 - 살인사건 발생, 수사 - 학급재판이라는 구성을 가지며 학급재판의 결과로 범인을 정확히 지목하면 범인만 처형, 범인을 밝혀내지 못하면 범인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이 처형되며 데스게임으로부터 탈출하는 구조.
전작인 단간론파가 비현실적인 배경에서 벌어지는 (대체적으로) 현실적인 살인을 그리는 미스테리 작품이었다면, 슈퍼 단간론파 2에 와서는 비현실성이 더욱 강화되었고 이를 숨기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전작의 무대인 키보가미네 학원을 통째로 마개조해 데스게임의 링으로 삼는 것도 충분히 비현실적이었지만 여기선 아예 리조트 섬이 통째로 개조되어있고, 등장인물의 캐릭터성도 전작보다 비현실적인 모습이 더 강해졌다.
이게 전작의 등장인물들 중 초고교급 아이돌, 문학소녀, 야구선수 등은 그래도 현실에서 비슷한 실례를 찾을 수 있는 수준이며 성격이 이상한 놈들은 있어도 (예외는 있지만) 당장 정신과 통원치료가 필요한 레벨은 아니었던 데 비해 본작은 그냥 딱 봐도 등장인물 절반 정도는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어 보일 정도로 시급히 상담사 면담을 시켜 주고 싶은 레벨이다. 네타 캐릭터와 DQN네임의 온퍼레이드, 거기에 평균 중2병 레벨도 심히 상승해 그만큼의 항마력을 요구한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취향을 탈 수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비현실적인 배경은 플레이어와 캐릭터 양쪽 모두가 비현실적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오히려 대체 누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지? 라는 미스테리의 요소로 기능하지만 (빌런을 제외한) 캐릭터들까지 대체적으로 비현실적이라면 플레이어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려워진다.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행동을 해야지. 눈 앞에서 사람이 죽었고 그 범인을 밝히기 위해 학급재판에 참가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캐릭터들이 중2병 대사를 쏟아내거나, 일발개그와 개드립을 이어가거나, 기회만 생기면 음담패설로 끌고가거나, 똥이다! 라고 외친다면 플레이어도 그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당사자들이 저러고 있는데 방관자인 플레이어가 얼마나 진지해지겠어? 네타도 적당히 해야지.
외부로부터 격리된 환경에 놓인 고등학생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데스게임을 강요받고,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원탁에 모여서 논쟁을 통해 누가 진범인지를 가려낸다. 그 과정에 각종 증거물이나 증언을 '코토다마'라는 탄환의 형식으로 표현해 상대의 모순된 발언을 지적하고 논파하는 시스템은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나 마찬가지. 애초에 제목 자체가 '단간론파(탄환논파)'니까.
여기에 상대의 모순된 발언을 지적하는 것 만이 아니라 적당히 감으로 찍어서 발언하는 캐릭터들에게 코토다마로 '동의'하여 적절한 증거를 보충해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가 추가되어 두뇌파가 아닌 캐릭터들도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나온 제안에 주인공이 올라타는 식으로 협력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그와 함께 다른 캐릭터들도 때때로 주인공의 발언에 적극적인 반론을 걸어오는 등, 전작에서 주인공 및 캐릭터 한둘이 재판을 끌어나가며 나머지는 잘 해야 증인, 못 하면 병풍 수준이었던 전작에 비해 더 역동적이고 혼란스러운 학급재판 분위기를 끌어낸다.
위에서 캐릭터 관련해서도 언급했듯 종종 뻘소리가 섞여 나오기는 하지만 적어도 전작처럼 살아서 학급재판에 참가한 사람을 눈 앞에 두고 이 사람이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아님을 논쟁으로 증명해야 하는 수준의 바보같은 장면은 최소한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미니게임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렇잖아도 귀찮았던 미니게임이 더 복잡해지고 액션성이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 다른 참가자가 주인공의 발언을 직접 반박하는 '반론 쇼다운' 중에는 상대의 반박 대사를 후르츠 닌자처럼 베어나가며 상대가 노출한 약점을 증거물을 통해 베어내야 하는데, 상대가 약점을 노출한 것을 확인하면 그 후르츠 닌자 액션을 하면서 동시에 많게는 5-6가지도 될 수 있는 이쪽의 반박 증거를 검토하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해 타이밍 맞게 약점을 베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을 보며 게임성이 강화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단간론파는 근본적으로 미스테리 어드벤쳐이지 미니게임 모음이 아니잖아?
난이도 선택을 통해 이지모드로 하면 적어도 미니게임의 시행착오 회수는 줄일 수 있지만 아예 이런 잡다한 미니게임 요소를 제거하고 논쟁과 스토리 진행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후르츠 닌자 같은 액션을 하고 싶으면 후르츠 닌자를 하면 되지 미스테리 어드벤쳐 게임에서 그걸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미스테리 팬이면서 동시에 후르츠 닌자가 너무 좋아서 추리소설을 읽으면서도 머리속에서 증거와 대사를 슥슥 썰어버리는 상상을 하는 소수층에게는 인생에 둘도 없을 카미게가 될 것이겠다만.
리듬액션 부분에선 타이밍에 맞춰 누르는 것 외에 아무렇게나 내뱉는 발언들을 록온해서 격파하는 것까지 요구하는데, 후르츠 닌자도 그렇고 이 리듬액션도 그렇고 게임으로서 너무 산만하다. 적어도 리듬 파트에서는 액션을 하면서 동시에 증거물을 선택해 논파해야 할 필요는 없는데, 판정의 타이밍이 뭔가 이상해 bpm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같은 간격으로 입력을 해도 갑자기 어느 순간 미스가 뜬다. 기분 탓인가?
그래도 스토리의 밀도는 전작보다 진하고, 미스테리 트릭도 더 복잡하고 변태적이 되었다. 전작의 초반 살인들이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서 반쯤 우발적으로 저질러진 것들이고 그만큼 트릭도 단순한 것들이었다면 본작에서는 초반부터 명백한 살의를 가진 계획살인이 등장하며, 복수의 인물들이 자기 나름의 동기를 갖고 사건에 개입해 들어오기 때문에 사건 하나하나가 복잡하게 배배 꼬이게 된다. 물론 이건 미스테리물이고 그렇게 꼬인 사건을 퍼즐처럼 풀어나가야 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선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학교라는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섬을 통째로 쓰는 만큼 살인사건도 다양한 공간적 요소나 도구들을 활용해 신선함을 유지시키고 있으며 감시카메라, 지문, 유전자 채취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비전문가들의 수사로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는 설정상 현대(미래?) 배경임에도 고전적인 미스테리 트릭들이 그대로 유효하게 활용되어 고전적인 추리물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과학수사 이전 시대에나 통할 고전적 트릭들이 등장한다는 것과 별개로 단간론파가 정통 추리물인 건 아니다. 전작에서 이어지는 특징으로, 학급재판 도중에 결정적인 증언이나 실언을 포착해야 사건의 전모가 보이도록 설계된 덕분에 재판 시작 시점에서는 진범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로 재판에 임하게 된다. 두뇌파 조력자 캐릭터가 있어 때로 노골적으로 주인공의 판단을 유도하거나, 자기가 말해도 될 걸 굳이 주인공의 입을 통해 말하게 하는 장면이 있지만 전작만큼 노골적이지는 않다. ("설명해라 나에기!" "나에기군 알겠어?")
사건이 복잡해지는 모습은 또 동시에 페이싱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챕터 도입부 이벤트, 자유행동, 수사 다 마친 상태에서 학급재판만으로도 2-3시간 정도는 충분히 소요될 수 있는데 충분히 시간을 내서 플레이할 게 아니라면 한 파트를 미처 다 끝내지 못한 채로 플레이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고, 의식의 흐름처럼 이어지는 학급재판의 특성상 한번 손을 놨다가 다시 잡으려 하면 어디까지 했는지 감을 되찾는 데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도입 이벤트, 에리어 탐색, 자유행동, 수사, 재판의 흐름으로 각 챕터가 진행되는데 맵은 점점 넓어지지만 생존자 수는 점점 줄어드는 건 여전하지만 뭐, 이건 태생적 한계라 치자. 자유행동 중에 특정 캐릭터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이벤트 회수를 채워 '희망의 조각'을 모으면 게임 진행, 특히 학급재판 중에 도움이 되는 스킬을 입수할 수 있고 굳이 고난이도로 플레이하며 학급재판의 액션을 어렵게 만든다면 공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난이도를 낮추면 스킬 하나 얻고 말고에 큰 차이는 없다. 리타이어 시점이 빠른 일부 캐릭터들은 제때 공략이 불가능한 만큼 2회차 이후를 노리거나, 클리어 이후 특전으로 해금되는 '단간 아일랜드'를 통해 개인 이벤트들을 마저 볼 수 있다.
전작이 '희망'과 '절망' 사이의 대립구도 위에서 진행되었다면 본작은 맹목적인 희망도, 극단적인 절망도 함께 부정하며 복잡한 갈등 라인을 보인다. 전작의 흑막이 극단적인 절망의 아바타와 같은 존재였다면, 본작에서는 그 역할을 이어받은 '절망'의 화신과 함께 반대 방향으로 비뚤어진 '희망'을 등장시켜 실질적인 더블 빌런 체제로 내러티브를 구성하며, 이 더블 빌런들은 플레이어는 물론 자기들끼리도 반목하기 때문에 스토리가 복잡하게 움직이다.
해당 인물까지 빌런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이견이 있을 지도 모르니 사족을 달자면, 그는 분명한 목적과 가치관을 가지고, 거기에 대해 아무런 의심이나 반성을 하지 않으며, 다른 어떤 손익감정보다 자기가 가진 목적과 가치관의 실현을 최우선시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빠꾸없이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완전히 빌런의 행동원리에 부합한다. 내적인 갈등은 히어로의 몫이고, 그딴 거 없이 설득되거나 반성하거나 회개하지 않고 브레이크 없이 악셀만 밟으며 폭주하면 그게 빌런의 모습이다. 목적지에 다다르든 실패하든, 그 목적지가 어디든지 말이야.
즉 이런 형식의 인물들은 2개의 선택지가 있고, 둘 다 모두 소중한 것이지만 그 중 하나만을 선택하고 다른 하나는 버려야 한다는 lose-lose 상황에서 고민하지 않고 그 결과에 후회하지도 아파하지도 않는다. 거기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괴로워한다면 그건 빌런이 아니라 히어로이며, 그 과정을 통해 인격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면 훌륭한 성장물 템플릿이 된다. 슈퍼 단간론파 2의 주인공 히나타 하지메 역시 이런 루트를 따르며, 전작의 주인공 나에기 마코토보다 더 복잡하고, 더 어려운 딜레마를 강요받는 대신 이렇다할 변화 없이 의지력만 강해지는 소년만화 속성의 나에기에 비해 질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근데 그런 성장요소를 주변인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적용시키는 건 위험하다. 다른 매체와 달리 게임의 주인공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아바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작의 주인공 나에기를 보자. 나에기는 운빨이 세고 매사에 긍정적이란 점을 제외하면 다른 특징이 없는, 어떤 의미에서 지극히 일차원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자신을 투영하기 쉽고, 나에기가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나는 희망을 갖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선택을 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원하는 '흑막의 정체를 드러내고 게임을 클리어한다'와 결과적으로 일치하게끔 조절되어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나에기가 원하는 것, 나에기의 동기 따위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단순한 캐릭터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바타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셈이다.
그에 비해 히나타 하지메는 이렇다할 특징이 없는 평범한 성격과 능력을 가졌다는 점까지는 나에기와 동일하지만 실제로는 더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고, 스토리를 진행하며 방황하고, 고뇌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만약 히나타가 처음부터 강렬한 특징을 가진 캐릭터로 그 모습을 일관적으로 유지한다면 유저도 처음부터 그런 캐릭터였다고 생각하고 납득할 수 있지만, 별다른 특징이 없는 타불라 라사같은 모습으로 시작해 플레이어의 아바타 역할을 하다가 중간부터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얘 갑자기 왜 이래? 라는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간단히 말하면 더 입체적인 만큼 더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캐릭터인 것이다.
하지만 어쨌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라인은 플레이어의 흥미를 유지시키기에 충분하다. A인 줄 알았지? 아니야 사실 B일 거라 생각했다면 그것도 페이크고 진짜는 C라는 식으로 계속 엎어치기 메치기가 이어지는 플롯은 때로 과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또 중간중간에 '거기 무슨 큰 의미가 있는 줄 알았지? 사실 아무 의미 없어!' 라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반전으로 삼기도 하는 걸 보면 이건 다른 목적이 아니라 그냥 반전을 위해 넣은 반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플롯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덕분에 소소한 플롯 홀들이 있어도 눈 앞의 스펙타클에 시선이 쏠려 사소한 문제들은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효과도 있다. 이건 나쁘게 하는 말이 아니다. 게임은 플레이어를 속여먹기 위해 야바위를 해야 하고 본작의 야바위는 대부분 성공적이다.
그 '대부분'에 포함되지 않는 요소를 스포일러를 억제하는 선에서 2가지만 꼽아보자면, 첫째는 캐릭터들 누구도 현재 시간대가 '언제'인지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작과 동일한 문제인데... 전파망에 연동된 시계, 모노쿠마 달력, 이메일 등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기억을 잃은 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 지 대강이라도 짐작할 수 있게 할 수 있을 도구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누구도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특정 연도를 못박고 싶지 않다는 제작진의 의도도 있겠지만, 적어도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 캐릭터들이 자기 손으로 알아낼 수 있는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는 건 이상하다.
둘째는 스토리 최후반에 등장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존재다. 이들은 최후의 궁지에 몰린 등장인물들을 구하고 그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개연성과 관계 없이 외부로부터 개입해 들어온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정의에 부합한다. 문제의 인물들이 왜 등장해야 했는가에 대한 설명이 비록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본작의 인물들만으로 사태를 전부 해결한 뒤에 엔딩에나 등장했다면 어땠을까. 지금대로라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를 가로채 히나타 외의 인물들의 존재감이 확 죽어버린 모양새다.
클리어 이후 특전은 3가지. '단간 아일랜드'는 전작의 스쿨 모드와 비슷하게 캐릭터들을 외딴 섬에서 강제노역 시키면서 다 못 본 자유행동 이벤트를 회수하는 모드이다. 전작과 비슷하게, 라고 했지만 사실 이쪽이 오리지널이고 단간론파의 스쿨 모드는 이 모드를 1편에 적용시킨 것. 미연시 감각으로 진행하면 못할 건 없지만 준비된 이벤트의 가지수가 한정되어 있어 금방 질리기 쉽고, 어디까지나 오마케 모드로서 본편에서 보지 못한 캐릭터별 대화 이벤트를 마저 볼 수 있게 하는 게 메인이다.
전체 게임 클리어 후가 아니라도 각 챕터를 진행함에 따라 스테이지가 해금되는, 수상한 마스코트 모노미를 주인공으로 한 액션게임도 있지만 잡스러우니 패스. 매 챕터마다 강제로 플레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마지막은 '단간론파 IF'라는 키네틱 노벨로, 전작 '희망의 학교와 절망의 고교생'의 스타트 시점에서 이야기가 원작과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면...이라는 전제의 IF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키네틱 노벨인 만큼 게임으로서의 가치는 없고, 시리즈 정사에 포함되지도 않으나 어디까지나 캐릭터물로서 재미삼아 보기엔 충분하다. 공식에서 만든 동인소설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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