蒼き雷霆ガンヴォルト (Azure Striker Gunvolt)

푸른 뇌정의 건볼트 (2014 3DS, 2015 PC)

 

제작은 인티 크리에이츠. 캡콤을 떠난 제작자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해 록맨, 그 중에서도 록맨 제로 시리즈의 정신적 후속작을 표방하며 만들어진 시리즈라 하는데 록맨에 대한 내 기억은 패미컴 시대 이후 끊기기 때문에 파란 애가 주인공인 횡스크롤 런앤건이란 점 외에는 연결점을 잘 모르겠지만 제로 팬들이라면 느낌이 다를 듯. 아, 물론 그런 것보다 걸 건의 제작사라 하는 쪽이 아- 거기! 하고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리즈 작품수나 가지치기가 많다는 점에서도 록맨스러운 부분.

 

 

제작진에 촉수 매니아가 있나? 걸건 더블피스, 걸건볼트에도 유사한 식물 촉수가 등장하는데...

그냥 뉴 게임을 시작하면 통상 난이도대로 진행되지만 처음에 '기타 게임 모드'에서 이지모드나 하드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하드모드는 내가 손댈 일이 없는 존재니 넘어가고, 노멀 난이도와 이지 난이도에 대해 약간 이야기해보자.

 

건볼트는 쉬운 게임은 아니다. 제3해저기지 등 일부 구간에서는 수십번은 오버라 해도 십수번 이상 반복해 도전하게 되기 십상인 구간도 있고, 적으로 등장하는 보스들도 처음 대면해서 바로 격파하지 못하고 반복해 도전한 끝에 겨우 클리어하게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럴 때 유저가 좌절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몇 가지만 예를 들면:

  1. 잔기 개념을 없애고 무제한으로 시도할 수 있게 한다.
  2. 시간을 들여 주인공을 강하게 만든다.
  3. 난이도를 낮추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등이 대표적이고 그 외에 유저가 도저히 못 깨고 있으면 어린 유저를 어엿비 녀겨 깬 셈 치고 넘어가게 해 주는 게임들도 있다. 건볼트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1, 2, 3번을 전부 다 채용하고 있다. 일견 매우 친절해 보이고 제작사 입장에서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아쉽게도 결과물이 그리 깔끔하진 않았다. 위의 1과 2 중 어느 하나에 포커스를 맞췄어야 하는데 애매한 부분이 남는다.

 

건볼트는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의 2D 플래포머 액션 게임이다. 스테이지에 들어가 끝까지 살아서 간 뒤 보스를 만나 격파하는 게 목적이며, 그 외의 모든 요소들은 부차적인 것이다. 이하의 내용은 이 전제 하에 쓰여진다. 이 게임의 퀘스트는 모두 1회 이상 클리어한 기존 미션에 재도전해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며 클리어하라는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레벨을 올리거나 장비 제작을 위한 소재를 입수하거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하면 같은 판을 계속 플레이하는 것 보다 새로운 판을 보고 싶은 게 유저의 마음이고, 나도 하면서 진행이 막히거나 특히 어려운 곳이 있다면 그때 다시 생각하겠다는 생각에 레벨이나 퀘스트 요소는 일단 무시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스테이지로 진행했다.

 

튜토리얼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6개의 미션이 선택지로 등장하고, 아마 이걸 다 클리어하면 그 뒤에 최종 스테이지 에리어가 열리는 식이겠지. 그렇게 3개째의 미션을 클리어한 순간 이벤트가 발생하며 '환락가'라는 새로운 미션이 선택 가능해짐과 동시에 기존 다른 미션들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 즉 퇴로가 가로막힌 상황에서 되든 안 되든 계속 도전해야 하는데, 만약 레벨이나 장비강화 요소가 처음부터 없었다면 '그래도 깰 수는 있게 만들었겠지'라고 생각하며 차분하게 공략에 임할 수 있겠지만 이런 요소가 굳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 내가 적정레벨 미만이고 상대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건가라는 킹리적 갓심이 들면서 게임 처음부 새로 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든다.

 

 

중반의 장벽 아큐라. 아큐라가 쓰러지지 않아

리트라이 회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몇 번이고 무한정으로 리트라이 할 수 있는 만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긴 하고 일단 깨기는 깼지만 이걸로 그냥 게임 클리어한 셈 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탈력감이 들었다. 레벨업이나 강화를 요구하는 게임이라면, 난이도 상승 구간 직전에 퇴로를 막아선 안 된다.

 

이걸 때려 쳐 계속 해 새로 다시 해 고민하는 도중에 이지모드도 일단 구경이나 해 봤는데, 이건 이것대로 실패다. 건볼트의 기본 시스템은 샷 대신 피뢰침을 쏴서 적을 마크하고 거기에 백만볼트를 흘려넣어 바삭바삭하게 구워내는 시스템이다. 이 전기 바지직을 게임 내에서는 전격린이라 부르는데, 피뢰침 샷이나 전격린 어느 한쪽만으로도 데미지를 입히는 게 가능은 하지만 그 데미지량이 매우 적고 둘을 조합해야 한다. STG에서는 이런 락온식 공격이 꽤 예전부터 있었는데 (타이토의 레이 시리즈라던가) 플래포머에서 이런 공격은 신선하기도 하고 이 설정을 활용한 기믹도 여럿 존재한다.

 

그런데 이지모드에선 전격린의 데미지가 너무 심하게 뻥튀기 되어 있어 피뢰침을 사용할 이유가 아예 없어질 뿐더러, 보스도 그냥 바지직 바지직 하다 보면 순식간에 학살당한다. 이지모드니까 그런 거 아냐?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건 이지 모드가 아니라 무뇌 모드라고 해야지. 주인공이 입는 데미지량을 감소시키고 보스급 적의 HP를 깎는 등 만으로도 '피뢰침을 꽂아넣고 지져넣는' 본 게임의 근본적인 컨셉을 부정하지 않는 이지모드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굳이 이지모드를 넣는다면 가능한 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이지모드는 '쉽게'는 만족시킬 수 있지만 게임으로 성립하지 않는 레벨까지 내려가 '즐길' 수 없게 되면 문제가 다르다.

 

 

약리연구소 스테이지 보스 스트라토스. 날벌레떼를 사용하는 공격을 하는데, 그 패턴이나 배경이나 동키콩 3를 연상하게 한다.

스테이지 구성은 튜토리얼 이후 6개의 스테이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그 중간에 상술한 바와 같이 환락가라는 이벤트성 스테이지가 추가되어 총 8개, 그리고 록맨으로 치면 와일리 스테이지 정도에 해당하는 추가 스테이지 4개로 구성되어 있다. 진 엔딩 조건과 연관된 스테이지가 추가로 있으니 합하면 총 13면으로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볼륨을 보여준다. 이 스테이지들과 관련된 퀘스트의 조건이 보통 '8분 내로 클리어하기'로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충 1스테이지당 10분이라 치고 실 플레이시간은 적게는 2시간 남짓, 길게는 뭐 사바사겠지만 클리어까지 10~15시간이면 되지 않을까.

 

어쨌건 깨지 못해서든 퀘스트나 도전과제를 위해서든 동일 스테이지를 반복해 플레이할 것이 전제되는데, 그러다 보면 이미 본 이벤트 대사나 캐릭터 보이스가 거슬리기 시작한다.일단 옵션에서 '라이트노벨 보이스'를 OFF로 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런다고 해도 모든 보이스가 삭제되는 건 아니다. 이벤트 보이스가 아니라 전투 보이스로 분류되는 건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은데, 보이스에 따라 보스의 다음 행동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경우도 있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꺼버리고 싶은 기능이다. 게다가 그 보이스가 듣기만 해도 짜증나는 비호감 보이스라면 이걸 듣기 싫어서 게임을 꺼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선별적으로 보이스를 ON/OFF 할 수 있는 기능이 표준이 되는 날이 제발 오길 바란다.)

 

 

환락가. 그렇잖아도 상하반전 덕분에 멀미나는데 보이스까지 어그로를 끈다.

그 스토리 내용 자체도... 글쎄, 애초에 제작사가 표방하는 이 게임의 장르 자체가 '라이트노벨 2D 액션'인 이상 라노베스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만, 단지 라노베스러워서가 아니라 그냥 수준이 낮다. 작중에 등장하는 악역인 '스메라기 그룹'과 거기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 '페더'는 어쨌건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준 내전 상태에 있으며 프롤로그에서는 건볼트가 스메라기에 체포된 상태로 시작한다. 전기채찍을 든 변태가 악당 클리셰답게 신나서 주인공이 원하는 정보를 줄줄 불고, 정보 고마워라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주인공이 일어서자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설마 네가 건볼트..?! 라며 놀라는데...

 

자, 이 씬에서 주인공을 사로잡은 변태 아저씨는 건볼트라는 이름을 이미 알고 있다. 즉 주인공 건볼트는 이미 스메라기 그룹 내에서 적으로서 충분한 인지도를 갖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그 실물을 눈 앞에 두고도 식별에 실패했다? 이게 사람의 안면정보를 초상화나 말로 설명해서 전달하던 시대도 아니고 미래 SF 배경에서, 그것도 건볼트를 포함한 특수한 능력을 가진 이능력자들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집단이라는 스메라기가 건볼트를 붙잡고 식별에 실패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오프닝에서 건볼트의 최초 목적은 '사이버 디바'라는 능력을 가진 이능력자 하츠네 미쿠... 아니 시온을 말살하기 위해 스메라기 건물에 잠입한 것. 하지만 정작 그 소녀가 살고 싶어요라며 착한아이 어필을 하자 너의 날개가 되어 주겠다며 멋대로 미션 내용을 말살에서 구출로 바꾼다. 뭐 주인공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속한 무장조직인 페더의 리더는 어린 여자애를 들여놓을 곳은 없다며 거부하고, 결국 주인공은 그 자리에서 조직을 이탈하고 시온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뭐 스포일러도 아니고 튜토리얼 전후의 오프닝에 불과한데 미안, 이미 머리가 아파온다. 이 게임 내의 설정상 사이버 디바는 노래를 통해 모든 이능력자들을 세뇌, 조종할 수 있는 전략무기 같은 존재인데 이걸 조직에서 보호하는 게 아니라 건볼트 한 사람에게 맡긴다고? 건볼트가 24시간 경계를 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페더의 미션을 외주로 받을 때마다 시온은 혼자 남겨지며, 도중의 대화 이벤트를 참조해 보면 그 와중에 게임을 하든 SNS를 하며 놀든 하는 것 같다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다시 잡혀간다. 처음부터 이런 무리수를 띄울 필요가 과연 있었을까? 그냥 페더의 기지에서 보호받고 지내며 자기를 구해준 건볼트랑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어도 충분히 무난하잖아. 처음 목표대로 죽이는 게 가장 무난하겠지만 그게 히로인 보정으로 불가하다면 차선책은 페더가 회수하는 것일 테니. 게임 내에서는 페더에 살 곳이 없다고 하지만 페더 어딘가 골방이라도 비워서 내주는 게 전략무기를 시내에 그냥 방치해 두는 것 보다는 합리적이다. 

 

 

결국 다시 구하러 가야 한다
"이 게임은 오토세이브가 아니니까 꼼꼼하니 세이브 해야해" ... 이런건 로딩화면 같은 데서 알려주는 게 좋지 않아?

이게 일본에서 흥행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기본 컨셉부터 시나리오 전개까지 너무 올드한 느낌을 받는다. 애초에 붙잡힌 히로인을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이 구한다는 전개 자체가 올드하다. 그걸 다시 놓쳐서 다시 구하러 가야 한다는 것도 너무 오래되고 많이 우려먹은 클리셰다. 클리셰는 물론 그만큼 매력이 있고 어필이 되니까 널리 쓰이는 거겠지만 이 게임에서 클리셰 아닌 캐릭터가 없다시피 하니까 불만이 생기는 것. 상상력이 모자란 아저씨들이 기획회의를 하며 이걸 이렇게 저걸 저렇게...하며 어디서 많이 본 요소들로 시나리오를 짜맞추기하면 아마 스토리가 이렇게 나올 것이다.

 

물론 보통 플래포머 액션 게임이었으면 '건볼트 우리편, 스메라기 나쁜놈, 다 죽여'만 넣었어도 솔직히 스토리 갖고 까진 않겠지만 다만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임에서 그 스토리가 약하다면 그건 문제 맞다.

 

 


그래도 플레이 진행에 따라 주인공을 응원하는 모르포의 노래로 BGM이 바뀌는 연출은 독특하고, 센스도 좋다. 모르포는 히로인 시안의 정신을 구현한 어쩌고 한 존재인데 대충 히로인 등 뒤에 붙어있는 보컬로이드 배후령이라 하자. 건볼트에는 쿠도스(kudos)라는 시스템이 있어 피격당하지 않고 계속 적들을 쓰러트리다 보면 도돈파치 콤보 올라가듯 쿠도스가 올라가게 되며, 이 쿠도스가 1000을 돌파하는 시점에서 모르포가 등장해 응원의 노래를 부르며 해당 스테이지의 BGM을 자기 노래로 바꿔버린다.

 

다만 피격당해 쿠도스가 감소하거나, 도중의 리트라이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며 쿠도스가 리셋되면 노래도 함께 끊기고 본래 스테이지 BGM으로 돌아간다. 즉 이 연출을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기 위해서는 쿠도스를 축적하고, 피탄을 최소화하며 체크포인트를 무시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꽤나 하드코어한 조건으로, 모든 스테이지마다 이 상태에서의 노래가 따로 정해져 있으니 손재주에 자신 있는 유저라면 도전해 볼 동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열심히 이 게임을 플레이해 준 유저들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면 유니크한 보상이다.

 

그 외에 스테이지 도중에 죽어도 일정 확률로 위의 컷씬과 함께 부활시켜 주며 부활 노래를 불러준다. 아마 이지모드 클리어러라면 도중에 잘 한다고 노래를 불러주는 것도 중간중간 보겠지만, 노멀모드로 진행하면 못 한다고 노래를 불러주는 걸 먼저 듣게 될 것이다.

 

 

"널 상대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아니 그냥 죽이라고. 왜 후환을 남기는데.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스팀판은 한국어와 일본어를 포함한 다국어를 지원하며, 음성은 일본어만 지원한다. 아쉬운 점도 남지만 개인적으로는 2016년에 PS+로 플레이했던 걸 건볼트/마이티 건볼트 엔딩의 의미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이다.

 

 

걸 건볼트 (마이티 건볼트)

걸 건보트 (2015 PS4/PSV) 3DS와 PC로 발매되었을 때의 제목은 마이티 건볼트. PS4 및 비타 다운로드 타이틀로 들어오며 제목이 걸 건볼트로 바뀌었다. 인티 크리에이츠의 타이틀 푸른 뇌정의 건볼트,

ludonom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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