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채널 5 파트 2 (2002 DC, 2011 PC/X360)
2002년 세가에서 발매한 드림캐스트용 리듬액션 게임. 전작인 스페이스 채널5는 98년에 발매되었지만 GBA(!)를 제외한 타기종으로 이식되지 않았다. 96년작인 파라파 더 래퍼를 리듬게임 장르의 본격적 시작이라고 친다면 충분히 초창기에 속하는 물건으로, 비트매니아 시리즈의 낙하식 노트가 대세가 되기 전의 작품. 음악과 게임을 어떻게 결합시킬 지 다양한 시도가 있던 중에 지금까지 non-비마니 양식으로 살아남은 건 아마 닌텐도의 리듬천국 시리즈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커맨드 입력 댄스배틀 형식이란 점에서 버스트 어 무브나 오디션과도 일간 비슷해 보일 수 있는데, 스페이스 채널 5는 눌러야 하는 노트를 화면에 직접적으로 표시해 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처음에는 업, 업, 다운, 다운 하는 식으로 보이스로 부러주는 걸 기억해 누르는 식이지만 때로는 상대의 동작을 눈으로 보고 따라해야 한다. 이렇게 눈으로 카피해야 하는 건 스테이지 2의 중간보스 푸딩과의 배틀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 같은데, 초견들은 대개 커맨드를 불러주길 기다리고 있다가 어어 하는 사이에 미스내게 되지 않을까. 어쨌건 커맨드를 불러주든 비쥬얼적인 힌트를 주든 하지만 직접 화면에 커맨드를 표시해주지는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사용 버튼은 6개. 상하좌우+AB. 각각 업/다운/레프트/라이트, AB는 추임새로 '츄', '헤이'에 해당한다. '업 다운 레프트 라이트 츄 츄 츄'라면 ↑↓←→AAA 를 누르면 되는 것. 누르는 타이밍은 완전히 곡의 흐름과 박자에 따라 눌러야 한다. 리듬을 타고 ↑↓←→AAA를 누르기는 어렵지 않지만, 거기에 엇박자가 들어가기 시작하거나 한 박자씩 제껴버리거나 시작하면 미스내기 쉽다. 누르는 타이밍을 기억하기 위해 원, 투, 쓰리, 포, 원, 투, 쓰리, 포... 하면서 타이밍을 기억하려다가 정작 뭘 눌러야 했는지 까먹는다거나, 그 반대가 되거나.
이렇게 말하면 어려울 것 같지만, 어지간한 박자치가 아닌 이상 그렇지만도 않다. 눌러야 하는 버튼은 언제나 1개. 방향키와 AB를 동시에 누르는 식의 콤보는 없기 때문에 의외로 할 만 하고, 판정도 그리 시비어하지 않다. 업! 다운! 츄! 츄! 하면서 목소리를 내서 같이 따라하며 플레이하면 한결 더 수월해지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부끄러움을 이겨낼 필요가 있다. 특히 츄! 말이지. (챌린지 모드에선 구령이 왕! 이나 냐! 따위가 되기도...) 에로게도 아니지만 아무도 없을 때 몰래 하자.
스토리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좋은 의미에서 약냄새 난다. 전 은하의 사람들을 납치해 춤추게 만들려는 악당 오도리단의 음모를 스페이스 채널5의 리포터 울랄라가 댄스배틀로 저지한다는 이야기인데, 자세히 설명하는 건 개그를 설명하는 거나 마찬가지니 생략. 시종 유쾌한, 혹은 관점에 따라서는 정신나간(...) 분위기, 그러면서도 진행하다 보면 한 편의 뮤지컬을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나란히 서서 1:1 대결을 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 진행에 따라 배경이 이동하고, 붙잡혔던 인질들을 구하면 (경찰의 보호에 맡겨지는 게 아니라) 울랄라의 뒤를 따라오며 점점 군무가 되어가는 덕분에 보는 맛이 있다. 어쨌건 게임성이나 연출이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설정과 스토리의 병맛 때문에 니코동의 관련 영상에는 "바카미게(バ神ゲー)"라는 태그가 붙기도 한다. 물론 바카게와 카미게의 합성어.
PC로 이식되면서 그래픽에 대한 불만도 있는 것 같은데, 음.. 이게 리마스터도 아니고 단순 이식작인 이상 드림캐스트 게임을 드림캐스트 수준 그래픽으로 이식한 게 뭐가 불만인거지. 하지만 비판점이 없는 건 아닌데, 가장 큰 건 난이도 밸런싱. 아래는 내 각 스테이지의 1주차 첫 클리어 타임이다.
- 스테이지1 0:32:30
- 스테이지2 1:10:46
- 스테이지3 0:19:43
- 스테이지4 1:30:50
- 스테이지5 0:45:49
- 스테이지6 0:17:00
스테이지 2, 4, 5의 난이도 상승폭이 크다. 스테이지 4는 스테이지의 길이 자체가 좀 길다보니 그런 면이 있다고 쳐도, 스테이지 5는 상대적으로 짧은 스테이지이지만 체감상 난이도는 여기가 제일 높았다. 그에 비하면 중간에 낀 스테이지 3은 너무 금방 끝나버리고, 마지막 스테이지 6은 최종장임에도 불구하고 좀 허무할 정도로 난이도가 낮다. (끝내고 나면 2주차 스테이지가 개방되며 각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엑스트라 캐릭터가 늘어난다.)
로컬라이징도 좀 애매한데, 당시 독일어 윈도우즈를 쓰고 있던 때문인지 자동으로 게임내 텍스트나 메뉴가 독일어로 선택된다. 그건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이걸 다른 언어로 변경할 수 없다. 아니, 어째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컷씬에 포함된 각 장의 제목 등은 그대로 일본어로 남아있다.
그래도 세일 때문에 스팀판을 산다다행히도 보이스는 일본어와 영어 중 선택이 가능한데, 일본어 보이스로 선택할 경우 게임 내에서 음성으로 전달되는 지시사항 등에 일체의 자막이 없다. 노래가사나 스토리 대사들은 일부는 자막이 들어가 있고, 일부는 자막이 없다. 아니, 자막을 입힐 거면 철저히 입히던가 말던가. 텍스트 언어가 한국어나 영어라면 어떨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모르겠다만, 적어도 내가 플레이한 독일어 텍스트/일본어 음성에서는 번역을 하다 말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반글화? 아니, 반독화.
2주차도 존재하고,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해금되는 코스츔 수집, 그리고 일종의 챌린지 모드인 "울랄라 댄스" 모드 등 야리코미 요소는 많다. 1주차 클리어하고 엔딩을 보기까지 (게임 내 시간기록에 따르면) 4시간 반정도가 걸렸는데, 아무래도 본편의 분량이 짧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이렇게 스토리를 따라가는 뮤지컬식 구성에, 본편이 짧다는 건 파라파 더 래퍼와도 비슷한데, 죽고 재시작하는 거 없이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간다면 1시간 40분정도 분량이다.
DC 이후로 PS2, X360, PC 등으로 이식되었는데, 상하좌우 방향이 중심이 되는 만큼 게임패드를 사용한다면 십자키가 멀쩡한 컨트롤러를 권한다. 처음에는 X360으로 하다가 슈퍼패미컴 스타일 USB 패드로 갈아탔는데, 그것만으로도 난이도가 확 떨어졌다. 아날로그 스틱은 물론이고, X360의 십자키는 십자키가 아니라 원판에 십자모양을 붙여넣은 거라 실수로 2방향을 동시에 입력하다 미스나기 딱 좋다. 엑박패드는 분명 명품이지만 360도가 아니라 십자키 4방향 중심으로 설계된 게임에는 좀 맞지 않는다. 아니면 그냥 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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