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차원액션 넵튠 U (2014 PSV, 2016 PC)
넵튠 시리즈의 외전격 작품으로, RPG가 아니라 3D 브롤러/무쌍류 액션 게임으로 제작은 섬란 카구라 시리즈의 개발팀인 탐소프트에서 맡았다. 덕분인지 액션게임으로서 중요한 조작감이나 타격감은 충실하게 갖춰져 있고, 피상적인 감상이지만 카메라 시점의 조절에 있어서는 섬란 카구라 SV보다 더 나아진 면도 보인다.
캐릭터 모델이나 몹 디자인, 던전 텍스쳐 등 재탕이 심하긴 하지만 UI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고, 캐릭터의 모션도 역동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어 액션게임으로서 눈이 지루하지는 않다. 한마디로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은 잘 만들어져 있고, 쿠소게라고 부를 만한 게임은 아니다만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모자란다. 섬란 카구라의 이복동생격인 게임이다 보니 해당 게임과의 비교가 많을 것이니 양해를 부탁한다. 플레이 버전은 PC/스팀용, 컨트롤러는 360용을 사용했다. PC용이지만 키보드/마우스로 매핑해서 플레이하는 건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
그래도 일단 좋은 점들부터 이야기해보자. 같은 제작사가 만든 것도 있고 하다보니 섬란 카구라를 따라가면서도 단순한 카피캣 게임이 되지 않게끔 새로운 시도를 한 부분들이 보인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섬란 카구라와 달리 한번에 2명까지의 캐릭터를 선택하고, 전투중에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 어떻게 페어를 짜느냐에 따라 캐릭터들끼리 서로 응원하는 대사가 나오기도 하고, 둘 중 하나의 체력이 떨어지거나 해서 다른 캐릭터로 교체해서 하다 보면 시간경과로 회복된다. 전투불능 상태가 되었더라도 마찬가지로, 시간은 걸리지만 알아서 회복되어 풀피 상태로 복귀가 가능하다. 물론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둘 중 하나가 죽을 정도라면 레벨이 심하게 낮거나, 뭔가 크게 뻘짓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일 테지만.
도시 워치와 이레귤러 퀘스트는 기획 단계에서는 좋았을 시스템들이다. 설명하자면:
도시 워치는 각각 플라넵튠, 라스테이션, 르위, 린박스에서 여신들 및 후보생들이 뭘 하고 지내는지 일상생활을 엿보는 시스템이다. 이걸 보는 것으로 새로운 퀘스트가 해금되기도 하고, 일상 개그물을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몇 번 등장하지도 않을 뿐더러 텍스트박스의 대사를 읽는 게 전부라 아무래도 단조롭다. 어차피 이 시리즈가 재탕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 초여신신앙 느와르의 넨도로이드 스타일 캐릭터 모델을 가져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넣었다던가, 아니면 그 등장 빈도라도 좀 더 높아서 수시로 체크하게 만든다던가 했다면 모를까 아무래도 만들다 말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레귤러 퀘스트들은 최초에 퀘스트 달성조건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퀘스트들이다. (실패하거나, 도중에 포기해 메인 화면으로 되돌아가면 이벤트가 발생하며 힌트를 준다.) 개중에는 약간 퍼즐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것들도 있어서, 딱 2마리 등장하는 자코를 같은 곳으로 유인해 동시에 쓰러트려야 한다던가, 접근전 캐릭터들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적을 쓰러트려야 한다거나 하는 퍼즐적인 요소가 들어간 미션들도 섞여 있어 초반에는 흥미를 불러일으켰지만, 이런 퍼즐적인 퀘스트는 초반에만 약간 등장할 뿐이다.
이 두 시스템은 기획 단계에서는 섬란 카구라와의 차별화를 위해 기획했다가 아이디어가 떨어져서인지 납품기한이 촉박해졌는지는 몰라도 미완성된 느낌을 남긴다.
플레이의 템포는 크게 다르다. 섬란 카구라가 데미지를 최소한으로 받으며, 최대한 빠르게 보스의 목을 따는 걸 목적으로 한다면 넵튠 U는 콤보수를 미친듯 불려가는 게임이며 한 스테이지가 대체적으로 길고 장기전을 요구하는 미션도 많다. 미션 진행에 따라 이동하며 보스를 찾아가는 섬란 카구라나, 넓은 전장을 휩쓸고 다니는 코에이테크모의 본가 무쌍 시리즈와 달리 대부분 미션에서 정해진 공간 내에서 계속해서 리스폰되는 적들을 상대로 최소한의 데미지를 입으면서 리스폰이 끊길 때까지 버티거나, 일정 수의 적을 쓰러트리면 등장하는 보스를 때려잡거나 하는 것이 목표가 되는데 플레이 감각에서 차별화를 두고자 한 시도는 좋지만 그 실행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위의 스크린샷에서는 콤보수와 적에게 입힌 데미지의 칸스토가 표시되어 있는데, 게임 내부적으로는 최대 9999콤보까지 기록하지만 전투중 화면에서는 3자리수밖에 표시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아니, 애초에 9999에 카운터 스톱을 걸어야 할 이유가 있나? 요즘 시대에 메모리가 부족해서 콤보수를 4자리수밖에 기록할 수 없는 것도 아니잖아. 5자리수 단위의 정신나간 콤보를 찍어댈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 게임의 매력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캐릭터의 조작성에서도 차별화된 부분이 눈에 띈다. 위에서는 전부 차별화를 시도는 했지만 아쉽다는 식으로 서술했지만, 여기서는 정말로 잘한 부분이다. 섬란 카구라에도 원거리에서 화기를 사용하는 료비가 있지만 넵튠 U에서는 유니와 롬, 람의 HDD버전이 원거리 공격을 주무기로 하는데, 섬란 카구라에서 다루기 까다로운 편에 속하는 료비와 달리 넵튠 U의 원거리 캐릭터들은 몰려 있는 적들로부터 살짝 빠져나와 속사로 쏴갈기며 슈팅에 가까운 감각으로 싸우는 게 가능하다. 일단 발사가 시작되면 한 방향으로 계속 고정해서 쏘게 되고, 조준을 옮기는 게 아니라 캐릭터 자체를 좌우로 움직여가며 타게팅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약간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단 적응하고 나면 빠른 템포의 연사형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된다. 단순하면서도 캐릭터를 움직여 조준해 쏘는 원초적인 즐거움을 준다.
그 외에 사소한 장점들로, 메인 화면에서 전체 퀘스트의 진행도를 퍼센트로 표시해준다. 게임 시작해서 컴플리트까지 진척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건 이 게임만은 아니지만, 왜 모든 게임에 들어있지 않은지 나로선 지금까지도 의문이다. 400쪽짜리 책을 읽는데 지금 362페이지라면 이제 곧 끝이겠다고 판단한다 해서 그게 네타바레는 아니잖아. 그 외에도 캐릭터 게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특정 캐릭터별로 선별적으로 보이스 OFF가 가능하다. 특정 캐릭터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꺼버릴 수 있는 것. 난 넵튠에선 그정도로 꺼버리고 싶은 캐릭터는 없지만, 제발 이런 기능은 널리 보급되길 바란다.
스토리로 넘어가보자. 시리즈 특유의 게임업계 네타를 집어넣은 유머들은 여전하긴 하지만, 네타가 떨어져 가는지 원작들에 비해 그 비중이 적어지고, 캐릭터들 사이의 일상물스러운 만담의 비중이 늘었다. 이런 걸 선호하는 유저들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아쉬운 부분. 거기에 여신들 사이의 갈등이란 찾아볼 수 없고, 넷이서 친구먹고 희희낙낙하는 평화로운 게임업계를 배경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기왕 이런 스타일의 게임으로 만들 것 같았으면 여신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는 전개였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지.
그런 평화로운 세계라도 일단 게임으로 만들려면 최소한의 갈등이 필요한데, 그런 평화로운 업계에서 기사거리를 만들기 위해 여신들에게 이런저런 퇴치 퀘스트를 발주하고 여신들은 그걸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이 전부다. 그 과정에서 이들을 밀착취재하기 위해 파견되는, 게임잡지를 의인화한 신규 캐릭터 전격과 패미통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무슨 기자들이 회사에서 제공한 파츠 몇 개로 여신들과 동급의 전투력을 자랑한다. 게임 내에서도 이래도 되는 거냐고 자기들끼리 자문하는 씬이 나오긴 하지만, 결국 회수되지는 않는다. 전통의 적인 마지콘은 등장하지 않고, 최종보스로 뭔가의 이유로 폭주한 듯 한 '차세대기'가 등장하긴 하는데 이게 왜 이렇게 되서 적이 되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당연히 없다. 메인 스토리의 분량이 길지도 않고, 그런 와중에 의문점들을 해소해 주지도 않는다. 위에서부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기분이 드는데, 스토리마저도 쓰다가 만 듯한 느낌이다.
넵튠 U를 단순한 남성향이 아니라 신사향 게임으로 만드는 시스템, 코스츔 브레이크. 팬서비스라고 하든 색기요소라 부르든 호불호가 갈릴 요소이고, 특히 그나마 성인으로 보이는 베르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젖내나는 미성년자 외모를 한 캐릭터들을 벗겨대는 이런 게임은 무슨 플랫폼으로 이식하든 서구에선 결코 메이저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이다. 일빠 페도새끼들이나 하는 게임으로 끝나지. (그렇다고 넵튠이 일본에서 메이져에 속하냐면 그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코스츔 브레이크는 섬란 카구라에서 이어진 유전자인 것 같지만, 그나마 최소한의 기능을 갖고 있는 섬란 카구라에 비해 넵튠 U의 코스츔 브레이크는 정말 팬서비스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슨 말이냐면, 최소한 섬란 카구라에서는 일정 이상 데미지를 입거나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혀야 그 캐릭터의 코스츔 브레이크가 발동된다. 즉 플레이어 캐릭터의 옷이 찢어지면 그만큼 데미지를 입었다는 경고의 기능을 하고 있고, 적 캐릭터의 옷이 찢어지면 그만큼 내가 효과적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확인을 시켜주는 것이다. 그런데 넵튠 U에서의 코스츔은 만피 가까운 상태에서도 찢어진다. 심지어 찢어지기 쉬운 옷, 이미 찢어져 있는 옷, 찢어지지 않는 옷을 따로 입수하는 것도 가능. 이래서는 단순한 팬서비스 외에 게임 메카닉으로서 아무런 기능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코스츔 브레이크가 발생하면 EXE 드라이브 게이지가 절반 차오르기는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 어느 쪽이든 이런 컷씬 한두번 보는 것도 아니고 금방 스킵해버리게 되는 건 마찬가지지만, 게임 내의 시스템이라면 게임적으로 존재할 이유(혹은 변명) 한두가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팬서비스를 넣지 말라는 게 아니다. 캐릭터가 한참 사투를 벌이다가 그 결과로 옷이 찢어졌다면 납득할 수 있는데, 아무리 캐릭터 HP와 옷의 내구도가 별도로 설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만피 가까운 상태에서 몇 번 긁힌다고 헐벗은 꼴이 되는 건 납득이 힘들다.
사소한 것들은 이정도면 됐고, 정말 큰 문제, 디자인과 밸런싱 이야기로 넘어가자. 이런 무쌍류를 두고 적이 있는 방향으로 스틱을 기울인 뒤 버튼 하나만 연타하면 끝나는 게임이라고 깔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적어도 넵튠 U에서는 분명 사실이다. 버튼 조합에 의한 콤보기술, HDD 변신, SP 스킬, 릴리 시스템 및 EXE 드라이브 등 공격방식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이 게임의 90%는 그냥 연타만 하다 보면 끝나게 된다. 물론, 다른 선택가능한 작전들을 전부 무시하고 단순히 버튼연타만으로 깰 수 있다고 해도 그게 이지모드나 초반 미션들에 한정된다면 문제될 게 없고, 초보자들이 금방 이해해서 효과적으로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이런 뉴비전략들은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의미가 있다.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2에서 백열장수나 요가 파이어만 계속 연발하며 끝판까지 가는 것을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난이도가 조금만 더 올라가거나, CPU가 아니라 사람과 대전하게 되면 이런 작전들은 금방 무너지게 되고, 이 시점에서 초보자들은 작전을 조금씩 다양화시키며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게임이 제공하는 깊이를 차츰 깨닫게 된다. 스트리트 파이터 2같은 게임이 명작이라 불리는 건 이 과정이 그만큼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이겠지. 그에 비해 처음 몇 레벨을 클리어하자마자 갑자기 모든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만든다면 급격한 난이도 상승으로 유저가 이탈할 수 있고, 반대로 뉴비전략으로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면 다른 시스템들은 아무리 깊이있게 만들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된다. 넵튠 U의 문제는 후자다. 아무런 생각 없이 동일 버튼만 연타하는 것으로 엔딩까지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다. 난이도 선택이 있는 게임도 아니니 이지모드에서나 그렇다는 변명도 불가능하다. 그나마 캐릭터에 따라 베르나 패미통같은 경우 적당히 약공격과 강공격을 번갈아 눌러주면 되는 정도고, 네프기어나 유니라면 약공격만 연타하면 끝난다.
그건 내가 게임을 재미없게 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레벨 디자인 역시 그 단조로움에 이바지하고 있다. 코에이테크모의 본가 무쌍 시리즈라면 넓은 전장을 휘젓고 다니는 게 기본이고, 그 변이형인 섬란 카구라도 적어도 몰려드는 자코들을 쓸어가며 보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맞다이를 뜨는 게 기본 스테이지 구성이다. 넵튠 U에도 한 에리어의 적을 전부 쓰러트리면 다음 에리어가 해금되는 식으로 최소한의 탐색을 제공하는 미션들이 있긴 하지만 그건 소수고, 넵튠 U의 미션 대부분은 상기했듯 한 지역에서 계속 리스폰되는 자코들을 아무 생각 없이 쓰러트리는 구성이다. 미션에 따라서는 노골적으로 자코 1000마리, 1500마리, 2000마리(!)를 쓰러트리라는 것도 있고, 때로는 같은 곳에서 자코를 쓸다 보면 알아서 보스가 등장하거나 하기도 하지만 닫혀진 공간 내에서 리스폰되는 적들을 하염없이 쓰러트린다는 기본구성은 동일하다.
그나마라도 상쾌하게 진행할 수 있다면 모를까. 스테이지마다 베리에이션을 늘리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미션에서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리스폰되는 자코의 종류와 수가 점점 줄어들다가 더 이상 적이 등장하지 않게 되면 클리어로 인정되는 패턴이 쓰이고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적들을 마구 쓸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단순하면서도 말초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야 있지만, 위의 스크린샷에서 저게 무쌍류 게임의 적 밀도로 보이는가? 적들은 기껏해야 대여섯마리씩 찔끔찔끔 스폰되다가 그나마도 한두 마리 수준으로 줄어들고 지금까지 쓰러트린 적의 수를 나타내는 클래시 카운터가 2천을 넘기는 동안에도 이 지긋지긋한 미션은 끝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레벨을 디자인한건지?
일단 엔딩을 본 이후에는 포스트 크레딧 요소들이 해금되는데, 여신들끼리 싸움을 붙일 수 있는 토너먼트식 무도회 모드와 50층짜리 추가던전 네프트럴 타워, 추가 퀘스트 및 치트 모드 등이 있다. 공식적으로 치트 모드를 해금시키는 건 처음엔 좀 병신같다고 느꼈지만 하다 보면 이 치트모드가 필요하긴 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일단 네프트럴 타워의 밸런스 문제에 대해서. 50층짜리 분량, 즉 이 게임의 통상 미션 50개분의 추가요소라면 결코 적은 건 아니지만 심하게 반복적이고 단조롭다. 3장 스토리 모드를 클리어할 무렵까지 전체적으로 골고루 사용하며 레벨을 올렸다면 대체로 40레벨 언저리까지 육성되어 있을 것이고, 주력으로 많이 쓴 캐릭터는 50~60사이를 오갈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네프트럴 타워 1층의 권장레벨은 고작 7. 처음이니 그렇겠지, 4층의 권장레벨은 48, 25층은 22레벨, 47층은 33레벨이다. 괴랄할 정도로 일관성이 없이 널뛰고 있지만, 낮게는 한자리수부터 높아봐야 권장레벨 50 사이를 오가고 있고 그 사이에 얻는 경험치도 적지 않기 때문에 결국 권장레벨 따위 한참 넘긴 상태에서 버튼만 연타해가며 아무렇게나 쓸어대는 전개가 된다. 내 경우 레벨 40 언저리의 넵튠과 네프기어를 던졌더니 절반인 25층 무렵에서 80레벨을 돌파하고, 45층 무렵에는 둘 다 만랩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최상층인 50층. 스토리 모드의 보스인 차세대기가 한층 파워업해서 재등장하는데, 여기서 노가다게임 넵튠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 솔직히 난 여기 올 쯤 되서는 EXE 드라이브 쓰는 커맨드도 잊어버려서 구글해야 할 정도로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연타만으로 49층까지 돌파한 뒤 50층 진보스 앞에서 몇 번인가 좌절해야 했는데, 아항...그렇군. 넵튠 리버스 시리즈들이 그랬듯, 요가 파이어 원툴로 최종 스테이지 직전까지 갈 수 있게 만들었다가 최종보스 직전에 콤보를 연구하게 하는 글러먹은 난이도 곡선이다.
넵튠 U에는 본가 시리즈처럼 몬스터가 드랍하는 재료들을 수집해 새로운 악세사리나 파츠를 만들거나 하는 사양서 시스템은 정말 다행히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몬스터들은 쓰러트리면 일정 확률로 메달을 드랍하고, 이 메달들을 모아서 캐릭터 스테이터스 강화나 악세사리, 무기 등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는데 즉 모든 강화파츠를 전부 각잡고 수집하기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몬스터 메달을 수집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코부터 보스급 몹까지 전부 몰려나오는 이런 네프트럴 타워같은 던젼이 필요한 것이다! ...이 징그러운 놈들, 노가다 요소를 없애는 게 아니라 아예 노가다 편히 하라고 작업장을 만들어놨어.
그래도 여기가 게임적으로는 제대로 게임의 각종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최초이자 마지막 스테이지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콤보 데미지를 더 늘릴 수 있을까, EXE 드라이브를 어느 타이밍에 써야 할까, 처음 시작하면서 바로 HDD 변신을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일단 싸우다가 한대 맞고 코스츔 브레이크로 EXE 게이지를 회복한 뒤에 릴리 시스템을 사용할까... 등, 아니, 지금 내가 이걸 공략 하고 있는 거야? 이 게임에 공략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거기에 이 네프트럴 타워만이 아니라 엔딩 이후 추가되는 퀘스트들 중에서도 권장레벨 99 퀘스트들은 딱 그렇게 노가다를 최대한 하고 치트모드까지 동원해도 아슬아슬한 수준에서 조정되어 있는데다, 캐릭터 지정까지 있기 때문에 엔딩 다 보고 2주차로 전캐릭터 만랩을 찍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걸 깨달으며 실소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본가보다는 충분히 양심적이니 딱히 이걸로 깔 생각은 없다. 엔딩을 제대로 보여주고, 스토리를 완료한 뒤에 추가요소에서 무슨 짓을 시키든 그건 하고 싶은 놈만 하면 되는 거고, 단지 클리어만 목적으로 할 거라면 그런 미친 노가다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충분히 양심적이니까.
이것저것 까대는 글이 되긴 했지만 서두에서 말했듯 쿠소게라고 부를 만한 게임은 아니다. 아니, 정가를 다 지불하고 샀다면 쿠소게라고 욕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세일 타이밍에 7유로 정도로 구입한 덕분인지 증오는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주관적이라고? 개인 블로그가 그럼 주관적이지 객관적이겠나. 어쨌건 액션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은 잘 되어 있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요소가 강하긴 하지만 그건 무쌍류 게임들 전반적인 한계다. 넵튠 U는 레벨 디자인과 실패한 난이도 곡선의 문제와 겹쳐서 그게 더 눈에 잘 띄게 부각되어 보일 뿐.
그래도 몇몇 질질 끄는 미션들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즐겁게 플레이했음을 부인하지도 않겠다. 액션게임으로서의 템포도 빠르고, 조작성도 정확한데다 캐릭터를 조작해 무수한 적을 쓸어버리며 히트수와 총 데미지 카운터가 빠르게 올라가는 걸 보는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게임플레이를 확실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아니, 게이머란 그냥 숫자가 핑핑 돌며 올라가기만 하면 희열을 느끼는 단순한 생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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