スプラッターハウス

스플래터하우스 (1990 PCE)

 

남코의 1988년 아케이드 작품의 1990년 PC엔진 이식작. 북미판 패키지에 담긴 경고문이 이 당시 이 게임의 악명(?)을 대변해준다. 아직 ESRB나 게임 등급이 없던 시기지만, 오히려 이런 경고문을 삽입한 것이 역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어필했겠지."The horrifying theme of this game may be inappropriate for young children......and cowards."

 

물론 그건 1990년 이야기고, 지금 기준에서 보면 호러라고 분류하기도 사실 애매하다. 호러라기보단 그냥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많이 나오는 게임이라고 하는 게 맞을 지 모르겠다. 애초에 상대가 주인공이 맞서 싸워 쓰러트릴 수 있는 게임이면 내겐 그건 호러가 아니기도 하고. 다만 13일의 금요일을 시작으로 많은 고전 호러영화들의 오마쥬가 들어가며 호러스러운 분위기는 살려져 있다. 아무래도 이 제이슨 마스크는 소송적인 의미로 너무 위험하다 싶었는지 북미판에서는 흰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하지만, 이 마스크와 파란 공장 작업복은 주인공 릭의 아이덴티티.

 

주인공인 릭은 여자친구 제니퍼와 함께 무슨 초자연 현상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조사차 스플래터하우스라 불리는 저택으로 향하고, 들어가자마자 끔살당하는 것 같았지만 귀신들린 가면의 힘을 빌려 제니퍼를 구하기 위해 저택을 쓸고 다니기 시작한다. 이 마스크의 이름은 때로는 헬 마스크, 때로는 테러 마스크라고도 불리는 것 같은데 일본판과 해외판의 차이인지 그냥 오락가락 하는 것 뿐인지는 모르겠다. (난 그냥 제이슨 마스크라 부른다만) 다만 이런 배경설명은 게임 내에서는 일체 등장하지 않는데, 아케이드 OP를 생략한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텍스트 OP라도 넣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디폴트로 주어지는 크레딧은 5개. 크레딧 하나당 라이프 3개가 주어지고, 각 라이프는 하트 5개. 1히트마다 하트가 하나씩 감소하니 75히트 이하로 맞으면서 게임을 클리어하면 엔딩을 볼 수 있다. 도중에 스테이지 클리어에 따라서인지 점수에 따라서인지 잔기가 추가되기도 하니 그보다는 약간 여유있나. 그 하트가 발렌타인 하트가 아니라 리얼한 염통이라는 게 깨긴 하지만 이렇게 보면 크레딧 개수가 자비로워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만만치 않은 게임이다. 스테이지 하나를 클리어할 때마다 하트 2개를 회복시켜 주기는 하지만 스테이지 내에는 회복수단따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릭은 거한에 강력해 보이지만 액션게임의 법칙이라는 게 있잖아. 주인공 캐릭터는 크기가 크면 클 수록 피탄면적이 넓고, 결국 덩치 크고 느린 캐릭터일수록 약하다는 것. 조작의 반응성에는 딱히 문제가 없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릭이 단순히 덩치가 크기 때문에 날아드는 공격을 회피하기가 힘들고, 어이없게도 몸통을 향해 날아드는 적을 상대로 상단 통상 펀치공격도, ↓ + II 하단 로우킥도 맞추지 못하고 그 사이로 파고드는 걸 허용하는 사태도 때때로 발생한다.

 

여기에 적이 릭의 주먹 리치 내로 너무 가까이 들러붙으면 공격판정이 안 뜨는 ACT 전통의 충돌판정 문제가 포함되면 제법 스트레스받는 게임이 될 수 있다. 종축이 없는, 좌우방향만 존재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옆으로 피한다는 것도 불가능한 만큼 측면으로 날아들어오는 적들에 정확히 릭의 펀치나 로우킥으로 히트판정을 낼 수 있게 미리 거리를 맞춰두고 타이밍 맞춰 쳐야 하는 것. 여기에 아케이드 및 그 이식작들의 특징인 초견살 떡칠을 합하면 일견 브롤러로 보이는 이 게임이 STG급의 스테이지 암기와 패턴화를 요구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니 뭐, 아케이드 코인옵이 시니게(死にゲー)인 건 당연한 거라 죽어가면서 배우고, 매번 뉴 게임을 할 때마다 조금씩 더 나아가는 방식인 것 자체는 괜찮은데, 위의 판정문제 때문에 정확한 타이밍이 몸에 익을 때까지 계속 같은 곳에서 게임오버되는, 아케이드 이식작 치고도 높은 난이도를 보여준다. 

 

도중에 루트가 분기되기도 하는데, 개인적인 룰은 닥치고 위로. 2면에서 강제로 하수도를 통과하는 구간을 제외하면 굳이 아랫길을 택해서 더 많은 적들과 추가로 싸워야 할 필요도 없고, 5면에서는 분기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는 같은 곳으로 이어지긴 하지만, 덕분에 모든 걸 보길 위해서는 회차 플레이를 하게 되기도 한다. 까다롭긴 하지만 1스테이지가 여러 면으로 나누어져 있고, 죽더라도 잔기가 남아있으면 체크포인트부터 계속할 수 있지만 6면부터는 맵이 한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고 죽으면 스테이지 처음부터 재도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플래터하우스는 2020년대 현재까지 여전히 매력적인 게임이다. 각목을 휘둘러 백그라운드의 벽에 날려버리는 거나, 날아드는 나이프(!)를 주먹으로 쳐서 튕겨내거나, 뛰어드는 좀비견을 샷건으로 피떡으로 만드는 등의 연출은 지금 봐도 매력적이고, 한세대 전의 그래픽도 오히려 그 투박함을 살려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PCE판의 사운드 이펙트가 좀 심심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 1990년의 가정용 이식작이라고 생각하면 이 이상 바라기도 힘들지.

 

위에서 난 이걸 호러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래도 긴장감이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스전을 벌일 때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자동으로 강제스크롤되는 만큼 숨을 돌릴 여유가 없고, 몇 번을 상대한 적이라도 패턴이 일단 깨지면 몇 번이고 연속 히트를 허용하는 만큼 긴장감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예로 4면의 거울이 늘어선 복도같은 곳에서는 어딘가에서 릭의 도플갱어가 측면에서 튀어나올 거라는 걸 알고 있어도 조금 타이밍을 실수하면 1히트를 허용하게 되고, 그런 만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진행하게 된다.

 

위에서 오프닝 시퀀스가 통편집으로 잘려나가며 덜컥 게임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후에도 스토리 컷씬같은 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스플래터하우스의 스토리가 마리오 수준인 건 결코 아닌 것이, 이 게임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게임플레이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의 좋은 예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1~2스테이지에서 스플래터하우스 저택인가 싶더니 3스테이지에선 밖으로 나와 거대한 보스가 가로막고 있는 본관 앞으로 향하게 되고, 이후 넓은 저택에서 이런저런 루트분기를 하며 제니퍼를 찾아 헤메는 행동을 플레이어가 직접 하게 만드는 식. 말로 진행되는 스토리와 플레이어의 액션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단순히 지점 A에서 지점 B까지 가는 길을 가로막기 위해 배치된 적들과 싸우는 게 전부인 당시 대부분 액션게임들에 비해 세련된 스토리텔링 감각을 보여준다.

 

5면 보스 및 이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상기한 말없이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의 정점. 한편으로 마인드 시커 따위를 만들던 남코에 아직 이런 패기있는 팀이 있었구나 싶으며 감탄했다. 스플래터하우스 1편은 PCE로만 이식되었지만 후속작인 스플래터하우스 2, 3은 메가드라이브로만 이식되었고 패미컴으로 귀엽게 데포르메된 스플래터하우스 완파쿠 그래피티라는 타이틀이 외전격으로 발매되었다. 이후 시리즈는 오랬동안 동면하다가 2010년에 신작 스플래터하우스가 발매되는데, 아쉽게도 흥행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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