プリクラポケットシリーズ

프리쿠라 포켓 3부작: 불완전여고생매뉴얼, 남친개조대작전, 탤런트데뷰대작전 (1997-1998 GB)

 

세상에 카미게를 만들지 못하는 제작사는 있어도 쿠소게를 만들지 못하는 제작사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쿠소게를 만들더라도 그게 잘 알려지지 않고, 별다른 마케팅도 없이 조용히 사라지면 그런 게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잊혀지며, 때로는 공식 사이트의 기록에서도 말살되기도 한다. 특히 역사가 긴 제작사일 수록 젊었기 때문에 저지른 실수가 있기 마련. 그리고 세상에는 그걸 굳이 찾아내 세상에 알리려 드는 이상한 놈들도 있다.

 

그리고 게임보이용으로 발매된, 제목만 봐도 수상한 3편의 게임들. 물론 어느 게임 시스템이든지간에 괴작은 존재하고, 그들 중 때로는 마이너한 회사가 일발 몸개그로 만들어낸 유니크한 게임부터 셔블웨어를 전문으로 하는 놈들이 토해낸 양산형들도 있지만, 때로는 그게 멀쩡해 보이는 메이저 회사의 흑역사인 경우도 있다. 어쨌건 이런 수상한 제목의 게임을 만든 놈들이 대체 누군가 시선을 옮겨보니...

 

 

 

...아니 저런 건 아틀라스보다는 코나미가 만들어야 할 거 같은데. 사실 프리쿠라, 즉 스티커사진기는 아틀라스와 세가가 함께 개발한 거라 아틀라스가 IP를 어떻게든 활용해 보려는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기도. 아니아니, 플레이도 안 하고 제목만 보고 쿠소게일 거라 지레짐작하는 건 공평하지 않아. 어쩌면 아틀라스의 흑역사가 아니라 숨겨진 명작일 수도 있는 거야.

 

 

 

 

プリクラポケット 不完全女子高生マニュアル

프리쿠라 포켓 불완전여고생매뉴얼 (1997 GB)

 

97년 10월 17일 발매. 불완전한 여고생이 완전한 여고생이 되기 위해 프리쿠라를 수집하고 이런저런 스탯을 올리며 진행되는 RPG, 어드벤쳐, 육성 시뮬레이션, 미니게임 컴필레이션을 전부 갈아넣고 합친 괴상한 장르의 게임. 일단 여고생이면 여고생이지 완전한 여고생이 된다는 개념 자체가 잘 이해가 안 갑니다만. 환상의 프리쿠라를 모아 프리쿠라 퀸이 되자는 오프닝이 있긴 한데, 일단 학교를 프리쿠라로 재패하고 텟펜 먹으면 된다 이거지.

 

처음 시작하면 평범한 RPG처럼 탑다운 뷰로 집과 동네를 돌아다니게 되는데- 거기서 랜덤 인카운터가 발생한다. 랜덤 인카운터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싸우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적인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기본적으로 운. "비가 오는데 우산을 잊어버렸다! 어떻게 하지!" 라는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똑같이 "일단 기다려본다"를 선택하면 어떨 땐 훈남이 말을 걸어오기도 하지만, 어떨 땐 그게 태풍이 되어 주인공이 고무배를 저어 집에 돌아가게 되기도 한다. 이 결과에 따라 스테이터스가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하는데, 일단 이긴 하지만 보통 올라가는 폭이 더 큰 것처럼 느껴진다. 대충 하다 보면 알아서 스테이터스가 올라가니까.

 

때로는 몹들이 이게 무슨 유희왕 세계관도 아니고 오셀로나 에어하키같은 미니게임으로 도전해 오거나 하는데, 이기면 스테이터스가 올라가지만 진다고 딱히 패널티가 있는 건 아니며 미니게임의 룰은 잭 프로스트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응, 아틀라스 게임 맞아 이거.

 

 

 

이런 랜덤 인카운터 이벤트가 한 번 발생할 때마다 체력 게이지의 하트 반개가 소비되는데, 체력이 제로가 되면 빈혈로 쓰러져 집으로 강제소환되며 소지금이 감소한다. 이 하트의 최대치를 올리는 방법은 일정 확률로 주인공의 방에서 할 수 있는 에어로빅. 에어로빅 미니게임에서 성공하면 최대 하트 소지량이 증가하는 만큼 초반에 일단 에어로빅을 통해 하트를 넉넉히 확보하고, 이후에 동네나 학교를 탐사하거나,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거나 하면서 진행하면 된다. 이 이벤트들이 재미있는 게, 과장된 표현들이나 실패씬도 그렇지만 삐삐라던가 롱삭스라던가 프리쿠라라던가, 90년대스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프리쿠라 사진이 모이는데, 이 프리쿠라는 스테이터스가 일정수준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수집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집을 못할 일은 없고, 모든 능력치가 최대치로 올려 모든 프리쿠라의 수집이 끝나면 보스(...)가 출현, 지금까지 미니게임으로 도전해 오던 학교의 양키들이 몰려오는데, 약간 난이도가 올라간다. 에어하키나 오셀로 중 하나로 승부를 하게 되는데, 에어하키는 장애물이 귀찮은 위치에 놓이게 되고 오셀로는 구석 2개를 내주고 시작하는 정도. 하지만 패배해도 바로 재도전이 가능해지고, 이기면 엔딩을 볼 수 있다.

 

 

 

일단 랜덤 인카운터 전투를 이벤트로 교체한 발상 자체는 재미있다. "프리쿠라를 소재로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게임을 만들어라"라는 상부의 명령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어쨌건 아이디어를 내고 독창적인 게임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 시도가 느껴지긴 하지만, 인카운터율은 높지만 준비된 이벤트의 수는 적어 결국 같은 이벤트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다, RPG처럼 마을을 돌아다닐 수 있는 건 좋은데 방문 가능한 장소는 1. 자기집 2. 패스트푸드점(알바장소) 3. 게임센터(슬롯머신) 4. 학교. 이게 전부다! 맵상에는 카라오케 같은 것들도 있지만 직접 들어가는 게 아니라 랜덤 이벤트로 카라오케에 가게 되는 식.

 

조작이 나쁜 것도 아니고, 난이도가 귀축인 것도 아니고, 프리쿠라를 모아 학교의 프리쿠라 퀸이 된다는 컨셉도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굳이 단점을 꼽자면 처음 1시간 정도면 어지간한 이벤트를 볼 수 있고 이후 반복작업같은 느낌이 된다는 점이 문제다. 게임 자체는 5~6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지만 아무래도 볼륨의 부족이 아쉽다. 이벤트 텍스트를 늘리려고 해도 그게 다 용량이고 GB 카트리지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차라리 좀 더 후대에 만들어졌다면 싶다. 컨셉 자체는 재미있다.

 

 

 

 

プリクラポケット2 彼氏改造大作戦

프리쿠라 포켓2 남친개조대작전 (1997 GB)

 

1편과 거의 동시에, 1997년 12월 19일 발매. 오프닝부터 비범한데, 학창시절의 마지막 1년을 남긴 여고생 주인공의 남친은 앞으로 1년간 자기가 주인공 취향의 남자가 될 수 있게끔 어드바이스를 달라고 하며, 만약 자기가 주인공 취향의 남자가 된다면 졸업식날 함께 프리쿠라를 찍자고 말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남친을 앞으로 자기 취향대로 개조하겠다고... 아니, 육성도 아니고 개조 맞다. 제목에도 개조라 써 있고 게임 내 대사로도 개조 맞다.

 

주인공과 남친의 스테이터스가 따로 존재하며, 시간대별로 학교 내외의 여러 지점으로 이동하면 여러 랜덤 이벤트나 미니게임이 발생하며 그에 따라 스탯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한다. 장르 클리셰인 동성친구 조연이나 괜히 주인공을 견제하는 라이벌 등이 등장하며 처음엔 얼핏 연애 혹은 육성시뮬레이션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나 싶은데... 실제로는 3부작 중 가장 문제가 많은 작품이 이 게임이다. 남친을 개조한다는 발언이나, 자기 집에서 남친의 스테이터스나 사생활(!)까지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스토커질 같은 부수적인 문제들도 있지만...

 

미니게임 중에는 닥터 마리오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스타일을 따와서 충분히 사람 실력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수업시간 이벤트로 발생하는 퀴즈들은 플레이어의 리얼 지식에 따라 대충 뭉갤 수 있다. (5문제 중 2-3개만 맞춰도 지성이 올라간다) 그러나 그 외에는 슬롯머신처럼 완전히 운에 의존하는 것이 많다. 아니,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요소가 운에 의존한다. 1편보다 더 심한 의미로. 스케줄을 설정할 수 있지만 주인공이나 남친의 스탯에 직접 관여할 순 없고 스탯은 오직 랜덤 이벤트로만 변화한다. 이벤트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만나야 하는데 쉬는시간 점심시간 방과후에 어디로 갈 지는 정해야 하지만 남친이 대체 어디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 대화 이벤트가 발생해도 주인공의 선택지는 항상 이 3가지로 주어진다.

  1. 요즘 날 너무 차갑게 대하는 거 아냐?
  2. 뭐 재미있는 이야기 없어?
  3. 아- 심심해-

언제 어디서 만나도 이 세 가지밖에 없는 중에서 뭘 어쩌라는 거야. 조건은 모르겠지만 때때로 선택지가 '이야기를 한다 / 선물을 준다'로 바뀌는 경우도 있는데, 선물을 주면 남친이 새로운 특성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원하는 선물을 골라서 줄 수 있는 게 아니고 일정 범위 내에서 룰렛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자기 취향대로 남친을 조교한다는 본래의 컨셉과는 달리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남친의 상태들 중 일부. 보통, 변태, 영능사, 바보, 창조성, 소(...)

...이렇게 된다. 위의 6명은 전부 동일인이다. 이 중에는 다른 이벤트로 변하는 것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물 룰렛에서 이상한 걸 주면 남친이 병신이 되어버린다. 야한 책을 주면 변태가 되고, 염주를 주면 영능사 흉내를 내고, 악보를 주면 왠지는 모르겠지만 미술을 시작하는 등, 선택지도 없이 룰렛으로 정해진 선물을 주면 정말 하루만에 캐릭터가 돌변한다. 내용적으로도 야한 책을 줘서 변태를 만드는 것 까진 이해한다고 쳐도 만화책을 주면 '바보'가 되며 모든 스탯이 급락한다... 만화에 불만있냐?

 

그런데 마음에 안 드는 상태가 되었을 때 이걸 구제하기 위해서는 뭔가 이벤트를 발생시켜야 하는데, 다시 말하지만 (몇 번이고 회차 플레이를 하지 않는 한) 일단 대체 얘가 어디에 있을 지 자체를 파악하기 힘들고, 기껏 만나서 대화 이벤트를 발생시켜도 선택지는

  1. 요즘 날 너무 차갑게 대하는 거 아냐?
  2. 뭐 재미있는 이야기 없어?
  3. 아- 심심해-

무념. 이 세계에서 한 계절은 1주일이고 1년이 딱 지나면 게임이 종료되는 만큼 스케줄을 정할 수 있는 날도 딱 28회밖에 없어 시간도 촉박한데 남친은 병신이 되어가고,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 졸업식의 날이 온다. 졸업식의 날에는 마지막 이벤트가 발생하며 그 결과에 따라서인지 아니면 주인공과 남친의 스탯에 의존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둘이 이어지는가 실연으로 끝나는가가 결정된다. 이 게임의 그나마 장점이라면 길어야 1시간 반, 2시간이면 플레이가 끝날 정도로 짧게 끝난다는 점인데 (과연 장점이긴 한가?) 나는 2번 연속으로 실연을 당하고 포기하기로 했다. 현시대에 이 게임을 굳이 발굴해서 플레이하는 지구인이 또 존재한다면 주인공의 실연한 마음을 치료해 주길 바라며 다음으로 넘어간다.

 

 

 

 

プリクラポケット3 タレントデビュー大作戦

프리쿠라 포켓3 탤런트데뷰대작전 (1998 GB)

 

약 1년의 텀을 두고 1998년 12월 18일 발매된 육성시뮬레이션. 아이돌마스터의 선배 중 하나라고 하면 혼날 거 같지만, 여고생 주인공을 육성해 연예계 데뷰를 시킨다는 점에서는 개념상 비슷하다. 제목은 일단 일본어 직역으로 탤런트 데뷰 대작전이라고 옮겼지만 실제로는 가수, 배우, 모델 등 원하는 방향으로 육성시킬 수 있고, 주인공의 이름을 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1편에서처럼 외모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등 GB용 소프트로서는 시대를 앞서가는 모습도 보인다.

 

스케쥴을 정해서 행동하는 프린세스 메이커도키메키 메모리얼 공식을 단순화시킨 모습으로, 한 달을 전반/후반으로 나눠 1년에 24턴의 행동이 가능하다. 마지막 턴은 자동으로 고정되며 엔딩으로 이어지니 실질적으로는 23턴. 그리 길지 않은 게임이다. 1턴에 넣을 수 있는 스케쥴은 처음에는 2개, 나중에는 3개, 4개로 늘어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학교로 고정되고, 다른 하나는 넣을 수 있는 게 놀러간다/휴식한다/에스테의 3가지밖에 없어 단조로울 것 같지만 곧 아이돌 오디션에 합격하며 각종 레슨이 추가되고, 이런저런 일거리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친구들과 놀러가거나 남친과 데이트하는 이벤트 등이 추가되며 할 거리들이 금방 늘어난다.

 

레슨이나 일거리를 수락하면 미니게임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룰 설명을 해 주긴 하지만 처음에는 약간 어려울 수 있고, 학교에서도 기말이 될 때마다 퀴즈 형식으로 시험을 보게 되는데 게임 내에서 수업시간에 설명해 준 내용도 나오지만 순수한 퀴즈 형식의 문제들도 나오기 때문에 모르면 꽝. 방학기간 중에는 학교를 쉬면서 스케쥴칸이 하나 비게 되지만 시험을 너무 못 보면 보충수업에 참석하게 되는 패널티를 받게 되며, 미니게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아이돌 출세가도에 지장이 있음은 물론. 미니게임들도 간단한 건 간단하지만 어려운 건 어렵다.

 

 

 

예로, 인기가 좀 올라가면 그라비아 촬영을 하게 되는데, 화면에 흘러가는 6개의 포즈를 타이밍에 맞춰 눌러주면 된다. 1 2 5 2 1 순서로 누르라는 지시가 스크롤로 나오고, 이를 기억했다가 화면이 전환되면 카메라맨의 지시 타이밍에 맞춰 포즈를 입력하면 되는 것. 번호는 십자키 4방향이 1~4, B/A가 5/6번에 대응하기 때문에 위 예라면 ↑ ← B ← ↑ 를 누르면 되는데, 처음에는 이 매핑이 익숙하지 않은 건 물론이고 한 번 스크롤로 지나간 포즈 지시는 다시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외우거나, 지시가 흘러나오는 동안 메모하던가 할 필요가 있다. 그냥 지시 자체를 ↑ ← B ← ↑  로 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 외에 친구와 테마파크에 놀러가면 할 수 있는 개구리 게임. 지렛대 한쪽 끝에 올려진 개구리를 반대쪽에서 망치로 쳐 점프시켜 지정된 장소에 착지시키는 간단한 게임인데, 때리는 파워와 개구리의 포즈에 따라 얼마나 점프하는지가 달라진다. 몇 번 해 보다 보면 감이 오지만, 게임 내에서 기회는 단 1번! 이 게임, 실기로 했다면 처음 1~2주차 정도는 거의 포기하고 미니게임에 익숙해지는 걸 최우선으로 해야 했을 것이다. 레슨같은 걸 하는 것보다 일을 받거나 친구들과 놀러가는 이벤트에서 미니게임을 성공시키는 쪽의 스테이터스 상승폭이 훨씬 크기 때문에 더더욱. 다만 이 미니게임들이 까다로운 면이 있긴 하지만 그 대신 종류가 많고, 게임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이벤트나 미니게임을 보여주면서 지루하거나 반복작업이란 인상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큰 발전이다.

 

때로 플레이어의 모랄을 시험하는 어려운 선택지를 강요하기도 한다. 선배 여배우와 만나는 장면에서, 선배가 주인공을 테스트해 보겠다며 질문을 던지는데, 첫 번째 질문은 "남친과 일, 어느 쪽을 택할래?", 두 번째 질문은 "여기서 벗으라면 벗을 수 있어?" 두 번째 질문은 설마 벗겠습니다가 정답일 리가 없다고 쳐도, 첫 번째 질문은 제법 고민해야 했다. 힌트라면 이 게임은 꿈꾸는 십대 여자아이들 (혹은 어른들의 상상속에 있는 십대 여자아이들) 대상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것. 아이돌 연애금지 시대가 된 지금 기준으로 생각해서 답하면 선배가 주인공에게 실망해 버린다. 즉 일보다 사랑을 택한다가 정답인 것이다. 그렇게 이 게임의 로직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스토커나 파파라치 이벤트가 발생해도 경찰을 부른다는 정상적인 발상이 아니라 노래나 연기로 상대를 감동시켜 건전한 팬으로 교화시킨다는 선택지를 망설임 없이 고르는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진행하다 보면 아마도 뭔가의 조건에 따라 프리쿠라 사진을 입수하게 되며, 3편에서는 게임보이 프린터로 연동도 된다. (그걸 아직도 갖고 있다면 말이지.) 하지만 프리쿠라를 어떻게든 게임의 메인 소재로 만들려다 말아먹은 1편, 프리쿠라 요소가 어디 간지 모를 2편과 비교하면 프리쿠라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수집요소가 된 덕분에 역으로 게임이 할 만 해졌다고 생각한다. 1회차가 총 23턴으로 끝나는 심플한 육성게임이지만 멀티엔딩 시스템에 스탯을 제외한 이런 수집요소와 엔딩 리스트 등이 계승되는 만큼 전체적인 볼륨이 작지만은 않다. 육성게임은 아무리 멀티엔딩이 있고 하더라도 1회차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그만큼 지쳐 떨어지기도 쉬운데, 휴대용 콘솔로 만든다면 이 게임의 5~6시간 정도 분량이 딱 적당할 지도 모르겠다.

 

몇몇 미니게임이 까다롭긴 하지만 전체적인 난이도가 낮고, 미니게임이나 선택지를 얼마나 잘 풀어가느냐에 따라 알아서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체력이 회복되는 만큼 피로도 관리같은 것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단순한 구성을 갖고 있다. 프린세스 메이커아이돌마스터같은 본격적인 육성게임에 비하면 많이 못 미쳐 보이지만, 그 대상이 나이 서른 넘게 쳐먹은 아저씨가 아니라 초등학생~중학생 여아들을 대상으로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소프트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느낌의 소프트는 지금도 3DS나 모바일 같은 걸로 계속 나오는데, 인앱결재가 없는 아직 순수했던 시절의 소프트인 이상 오히려 권할 만한 소프트일 지도 모른다. 1편이 쿠소게라 해야 할 지 간당간당, 2편이 그냥 쿠소게였다면 3편은... 적어도 보통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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