さよならを教えて

사요나라를 가르쳐줘 (2001)

 

교생실습으로 한 학교에 보내진 히토미 히로스케. 히토미는 삼류대학에서 경제학을 졸업했지만, 당시 일본이 정말 그랬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인문계는 전부 사회과, 그것도 전공과 동떨어진 일본사를 가르치게 되며 자신의 교육담당인 타카시마 세미나의 수업을 참관하며 매일의 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그런 그는 동시에 매일 촉수를 가진 괴물에게 천사가 범해지는 악몽에 시달려 보건실의 오오모리 토나에에게 상담을 받고 있었는데, 자신의 꿈 속 천사와 똑같이 생긴 학생 스가모 무츠키를 만나게 된다.

 

사요나라를 가르쳐줘는 엘리제를 위하여를 만든 크래프트웍스의 2번째 작품이자, 종말의 하늘자○을 위한 101가지 방법과 함께 흔히 일본 3대 전파게로 불리는 문제작 중 하나이다. 물론 성인용이며, 다소의 고어 묘사가 들어있다. 최초 발매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했다고 하나 그 악명(?)에 힘입어 현재는 여러 곳에서 디지털 다운로드판으로 재발매되고 있다. 제목의 한국어 번역은 좀 들쭉날쭉한데, 안녕을 알려줘안녕을 가르쳐줘라고도 불린다. 나는 그냥 나무위키 표제어대로 부르기로 했다.

 

보통 이상심리 혹은 광기를 테마로 한 작품이 전파게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은데, 개중 종말의 하늘처럼 작중에 발생하는 사건들이 상식의 궤도를 크게 벗어나 있을 뿐 잘 뜯어보면 나름 미치광이의 논리가 세워져 있어서 이러한 동기로 이러한 행동을 했다 힌트가 충분히 있는 작품들은 천천히 잘 읽어보면 나름 납득이 가는 작품도 있지만 사요나라를 가르쳐줘는 반대로 천천히 뜯어볼 수록 반대로 플레이어를 미치게 하는 종류의 작품이다. 히토미 히로스케에게도 나름의 행동원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매 장면마다 다른 환각을 경험하다시피하며 앞 장면과 뒤 장면이 서로 연결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무리해서 이해하려 할 수록 돌아버리기 되는 그런 작품.

 

 

 

일례로 위 두 장면. 이 두 장면은 바로 이어서 표시되는 연속된 장면으로, 아래와 같은 독백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나는 가는 길에 놓여있던 소화기를 케이스 째로 힘껏 걷어찼다. 소화기에서 슈욱슈욱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걷어찼다. 끝내 하얀 거품이 케이스에서 뿜어나와 주변에 퍼지기 시작한다. 주변이 흰 색으로 물들어간다. 하얗게, 하얗게, 하얀...
이 학교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시야를 채운 거품 속을 나는 뚫고 달려간다. 나는... 그래, 아마도, 이 학교의 교사일 것이다. 소녀들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준다. 그리고 여기는 학교니까, 아마도 나는 교사일 것이다. 소녀들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고 있으니까, 귀결적으로 나는 교사였다. 나는 교사다. 그러니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녀들을 구해내는 것이다. 교사의 일이다. 성직인 것이다. 먼지는 먼지로, 재는 재로. 되돌려야 할 것을 되돌려야 할 곳에 되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

 

왜 히토미 히로스케는 갑자기 소화기를 걷어찼는가? 알 수 없다. 설명도 없다. 거기서 흰 거품이 퍼져나온다. 그리고 화면이 흰색으로 반전되며 자신이 누구인가를 자문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가 보는 망상 속에서 그가 있는 곳은 학교이다. 그리고 그는 망상 속에서 자신을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여학생들과 교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곳은 학교일 것이라고 결론을 짓지만, 거기에서 다시 그녀들을 "구해내는 것"이 교사의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학생을 "가르치는"이나 "도와주는" 게 아니라 "구해내는"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섬찟함을 느끼게 하며, 여기에 자신이 교사라는 설정으로 이를 정당화한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의미심장한 문장. 되돌려야 할 것을 되돌려야 할 곳에 되돌린다는 것은 무슨 짓을 하겠다는 의미일까.

 

 

마리오의 비유 장면

위는 다른 장면의 예시. 소화기 장면보다는 더 앞에 나오는 장면으로, 주인공의 주치의인 오오모리 토나에가 히토미로 하여금 현실에 눈을 돌리게 하기 위해 비유적으로 말을 거는 장면이다. 타사 작품인 슈퍼 마리오를 그대로 이름도 안 고치고 언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앞에서 오오모리는 어쩌면 마리오가 버섯을 먹으면 몸이 커지고, 꽃을 먹으면 불을 쏘게 되는 건 그가 보는 환각이 아닐까 하는 식으로 말하면서 아래의 대화를 이어간다.

"공주님이라니, 정말로 있는 걸까..."
"하하, 여자아이들은 백마탄 기사님, 남자아이들은 공주님. 서로 그런 이야기를 할 나이도 지나지 않았나요."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괴물'에게 붙잡혀 있는 걸까..."
토나에는 그걸 끝으로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나이 이야기를 해서 기분이 상한 걸까. 그렇다면 어른스럽지 못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한심한 이야기에 이 이상 어울려줄 필요도 없겠지. 마리오? 마리오가 어쨌다는 거지? 대체... 아아, 그런가.
"토나에씨, 마리오는 사실 마리오 본인의 망상이 아닐까라는 그런 거죠?"
"에에?"
"마리오를 조작하고 있는 사람의 망상일 뿐, 마리오에게는 죄가 없어요."
"아니, 그러니까, 조작하고 있는 사람은 마리오에게..."
"그러면 누가 조작하고 있는 거죠?"
"응?"
"내가 마리오라면, 누군가가 조작하고 있음이 틀림없잖아요!"
"뭘..."
나는 토나에를 추궁하듯 다가갔다.

 

그리고 이 다음 장면에서 히토미 히로스케는 오오모리 토나에가 자신을 조작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추궁하지만, 이걸 읽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히토미 히로스케를 조작하는 건 당연히 플레이어 자신이다. 이 작품은 히토미 히로스케의 망상을 그의 눈을 통해 보는 작품일까, 아니면 플레이어의 망상을 히토미 히로스케라는 필터를 통해 보는 작품일까? 뭐, 상식적으로 전자겠지만 이 작품을 진지하게 대하는 플레이어일수록 '내가 지금 제대로 본 게 맞나?'라며 자문하고 있을 플레이어들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게 되겠지.

 

 

 

이쯤에서 나올만한 이야기는 다 나왔으니 대강 정리하자면, 히토미 히로스케는 사실 교생 따위가 아니라 단지 대학병원에 장기입원해 있는 정신과 환자일 뿐이며, 이 공간이 학교로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망상일 뿐이다. 작중에서 힌트되는 내용들을 종합하면 히토미 히로스케는 어려서부터 중증의 열등감에 시달리며 그 발산으로 동물들을 괴롭히거나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본작에 등장하는 히로인들은 그의 열등감이 망상으로 구현된 것이다. 서포트 캐릭터들 중 오오모리 토나에는 물론 그의 주치의이고, 자신의 교육담당이라 믿고 있는 타카시마 세미나는 친누나.

 

그 외의 히로인들도 각각 히토미 히로스케의 컴플렉스를 표현한 것으로, 언제나 학교 옥상에 있는 타카다 노조미는 까마귀, 학교 중정에서 나타나 친하게 굴어주는 타마치 마히루는 고양이, 도서실의 사서인 메구로 미유키는 그곳에 있는 개구리 표본이며 궁도부에 가면 볼 수 있는 우에노 코요리는 거기에 놓여 있는 인형을 바탕으로 망상한 것이다. 제3자 입장에서 보면 환자가 물건을 상대로 사람처럼 대화하고 있는 그런 모습이겠지. 타카다는 어느 루트에서나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최후를 맞게 되는데, 실제로는 아마 까마귀가 어딘가로 날아간 장면을 보았을 뿐이라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동시에 높이 날아오르고 싶었던 히토미 히로스케의 갈망 및 자○로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렇게 표현되었다고 해석되는 것.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실제로 존재하는 히로인은 스가모 무츠키 1명. 심한 우울증으로 잠시 들어와 있다가 나갔다고 설명되는데, 작중에 들어가는 다른 섹스신들은 뭐 말할 것도 없이 히토미 히로스케가 본 망상에 불과했을 것이지만 그럼 스가모는? 역시 망상일 가능성이 높다. 엔딩 에필로그에서 오오모리와 타카시마가 나누는 대화에서 모든 진상이 드러나는 가운데 스가모 루트였다면 히토미가 스가모에 특별히 집착했다고는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신사적으로 대했다고 언급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지만 히토미의 뇌내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으로 보여졌을 뿐이겠지. 그렇다면 그가 스가모와 나눈 대화들 중 어디까지가 정말로 있었던 대화이고 어디까지가 그의 망상에서 재조립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마지막에는 히로인들마저 히토미에게 작별을 고하게 되며, 클리어 후 에필로그에서는 드디어 히토미 히로스케가 자신이 있는 곳이 대학병원이라고 인식하게 되고, 마치 지금까지의 교생실습 설정은 잊어버린 듯한 모습을 보인다. 오오모리는 이에 드디어 진전이 있는 것인가 반색하지만 곧 이것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히토미는 이번에는 자신이 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게 된 인턴이라는 망상 속에서 오오모리를 자기 담당으로 인식하게 되었을 뿐이기 때문.

 

히토미 히로스케는 조현병, 일본식 표현으로는 통합실조증(統合失調症)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거기에 기반해서 본작을 해석하는 시도도 없지는 않은 것 같으나 굳이 사요나라를 가르쳐줘를 병리적으로 깊게 분석하는 건 의미가 없다. 현실적인 고증보다는 어디까지나 픽션의 과장이 중심이 된 작품이니 플레이어로 하여금 히토미 히로스케의 입장에서 그의 기묘한 세계를 추체험하며 광기든 우울이든 취향대로 즐기면 그걸로 그만이니까. 다만 이건 픽션이라는 걸 감안하고 각 히로인들의 모습이나 여러 장면들이 주인공의 어떤 부분을 표현하는 것일지 분석하기에는 나름 재미있는 작품이다. 우에노 코요리가 주인공에게 몇 번이고 화살을 겨누는 장면은 자기주장이 가능하고 당당한 인싸녀에 대한 열등감을, 오컬트 관련 책을 든 주인공에 대한 타마치 마히루의 혐오표현은 본인이 그런 것에 빠져있었던 흑역사에 대한 수치감을 나타냈다는 등.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런 디테일보다 이 설정이 왜 존재하는가 그 자체이겠지. 히토미는 자신이 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했더라도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에 대한 방어기제로서 자기가 왜 이 건물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자기합리화를 위해 이런 설정들을 만들어냈고, 각 히로인들이 히토미의 트라우마나 컴플렉스를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무난하지 않을까? 하지만 오히려 마지막에 새로운 망상을 만들어 낸 것이 역으로 우울 요소를 증폭시키는데, 더 이상 호전될 희망이 없는 건 물론이고 (애초에 조현병은 이정도쯤 진행되면 완치가 불가능하다) 반대로 자신의 망상조차 끝까지 믿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니까.

 

 

스스로 대학병원에 있다는 걸 자각한 주인공. 그러나...

차라리 아예 완전히 빠져들어 자기만의 세계에 살 수 있다면 주변이 보기에는 몰라도 적어도 자기 기준에서는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조차 미치지 못하고 계속해 망상을 만들어내고, 그 망상을 끝까지 믿지 못하고 파괴하고, 다시 새로운 망상을 만들어내기를 반복하는 이상 주변인은 물론 본인도 끝없이 고통을 받게 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이것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사이클임을 시사하는 힌트가 작품 내에 숨겨져 있는데, 바로 히로인들의 성이다. 스가모, 우에노, 메구로, 타마치는 도쿄 전철의 순환선인 야마노테선의 역 이름이며, 타카다 역시 타카다노바바역에서 따온 것으로 생각된다. 시발점도 종점도 없이 그저 같은 장소를 빙빙 돌 뿐인 것. 

 

주치의인 오오모리는 이 히로인들 중 유일하게 실존인물이었던 스가모 무츠키가 그가 현실세계와 갖고 있던 마지막 접점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스가모 무츠키는 본인도 우울증 때문에 입원했다가 이제 막 퇴원한 상태였고 생판 남인 히토미 히로스케와 오래 얽히게 만들 수 없다. 무츠키가 퇴원해 버리면 그동안 주인공이 계속해 온 '천사와 짐승'의 내러티브 및 무츠키는 천국에서 떨어진 천사였다는 스토리가 어떤 식으로든 완결되어버리니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것.

 

 

 

그 외에도 시종일관 석양을 묘사한 듯한 오렌지색 컬러톤으로 묘사되는 세계부터 시작해 각 장면의 분위기에 맞게 불안감을 키우는 사운드, 특히 학교종의 사운드가 날이 지날수록 뒤틀리는 부분 등은 마치 플레이하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여기에 주의깊게 플레이하다 보면 화면에 나오는 위치장소 표시와 배경에 보이는 모습이 일치하지 않기도 하고 분명 주인공은 건물 밖에 있는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나레이션에는 "복도를 달린다"고 표시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함께 혼란시키며, 그런 의미에서는 호러스런 연출 없이 순수히 주인공의 광기만으로 공포감을 자극하는 몇 안 되는 게임이다.

 

사실 플레이어를 우울하게 만드는 게임은 그 외에도 많이 있지만 사요나라를 가르쳐줘가 이들과 구분되는 특징이라면 일부 히토미의 망상에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섞이는 걸 빼면 전체적으로 지극히 평화로운 게임이며, 무슨 흑막이 있는 것도, 거창한 진상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 누구도 죽지 않고, 오히려 적어도 인간으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히토미 히로스케에게 최소한 호의를 갖고 그를 염려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끝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전작인 엘리제를 위하여와 대조를 이루는데, 엘리제를 위하여의 주인공 히오키가 인간이 찌질해서 그렇지 악인이 아님에도 주변인들의 협잡으로 나락으로 가는 데 비해 본작의 히토미는 주변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극복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단순한 광기나 그에 대한 두려움만이 아니라 씁쓸함, 안타까움을 함께 느끼게 하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인 것.

 

이 블로그 파면서는 에로게 따로 올릴 생각이 없었는데 사야의 노래 이후 전파를 추구하다보니 결국 이 꼬라지가 되고 말았다. 3대 전파게 중에서는 하나가 남은 게 있는데, 게임의 내용 이전에 이건 제목에서 신고가 들어갈 것 같은데 과연. 알고리즘한테는 사정을 설명해도 그딴거 들어주지 않는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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