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 (2022)
오리지널은 1996년에 세가 MODEL2 아케이드 기판으로 발매된 건슈팅 게임. 리메이크를 담당한 건 폴란드의 메가픽셀로, 팬저 드래군 리메이크를 담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HOTD 리메이크 역시 종래의 게임성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래픽만 완전히 새로 고쳐 만든 방식으로, 기존 HOTD 원작을 아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으로,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현세대 게임에 걸맞는 그래픽으로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다.
1996년 원작은 대부분 적에게 1발 명중시키면 알아서 사라지는 종래의 건슈팅 게임들과 비교해 좀비물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같은 적을 연사하며 부위파괴하고 피가 튀는 연출을 정당화시켰다. 그래픽적으로도 폴리곤에 텍스쳐를 입힐 수 없었던 MODEL1 기판에 비해 배경과 좀비들에 제대로 텍스쳐를 입혀 당시로서는 그래픽 면에서도 파격적이었던 작품. 아케이드판이 가정용 콘솔이나 PC에 비해 분명한 우위를 점하고 있던 마지막 세대에 속한다. 선혈이 묘사된 스크린샷 때문에 경고먹은지 얼마 안 되어 몸을 사리는 중이라 스크린샷은 얌전한 것들만으로 골랐지만 시원하게 조각나는 좀비와 그 때마다 쏟아지는 피를 보는 게임.
디자인적으로도 곳곳에서 툭툭 튀어나와 플레이어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던 민간인들이 그 수도 적어지고 갑툭튀하는 게 아니라 좀비에게 공격받는 상태로 등장해 좀비를 제거하고 구출해주기도 쉬워졌다. 물론 죽여버릴 수도 있지만 구출하면 라이프 회복 아이템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특히 같은 세가의 버추어 캅 시리즈 인질들과 비교해도 HOTD의 연구원들은 대체로 구출하는 보람이 있다.
여기에 도중에 취하는 액션에 따라 분기가 갈리는데, 어떤 좀비를 어떤 순서로 죽이는가, 아니면 어떤 오브젝트를 샷으로 파괴하는가 마는가 등에 따라서도 분기가 발생하며 그 가지수도 많아 플레이 회수가 쌓이거나 공략을 참고하지 않으면 전부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덕분에 길지 않은 게임임에도 플레이 할 때마다 부분부분 내용이 달라지는 걸 볼 수도 있어 아케이드에서 게임의 인기 유지에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엔딩은 컨티뉴 회수 및 점수에 따라 노 컨티뉴 + 62000점 이상에서 굿, 62000점 미달 상태에서 1의 자리 숫자가 1~9라면 노멀 엔딩이며 0이면 배드 엔딩이다. 1의 자리 숫자는 컨티뉴 회수이니 배드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노미스로 가던가 아니면 컨티뉴를 10번 해도 ... 되나?
리메이크판은 그래픽적인 업그레이드를 제외하면 원작을 최대한 1:1로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둔 구성이며, 시스템적으로 눈에 띄는 변경점은 핸드건 하나만 쓸 수 있던 원작에 비해 도중에 장소를 안다면 다른 무기를 얻고 변경할 수 있게 되었고, 여기에 좀비가 더 많이 몰려나오는 호드 모드가 추가된 정도. 다만 기본 무기인 핸드건 외의 다른 무기들은 게임 진행중 특정 지점들에 숨겨져 있어 공략을 보던가 우연히 발견하던가 해야 하는 숨겨진 요소에 가깝다.
그래픽은 충분히 훌륭하고 디테일도 빼곡하게 들어가 반복해 플레이하며 새롭게 그려진 배경을 보는 맛이 있지만 인물의 모델링은 살짝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진다. 좀비나 보스의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건 취향 문제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인물들은 약간의 과장을 보태 PS2 수준에서 약간 나을까 말까한 수준이라 위화감이 느껴진달까. 설마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그것도 기괴 요소의 일부라 생각하면 금방 익숙해지긴 한다.
일본에서 콘솔로 발매될 때는 이런저런 규제 때문에 좀비가 아닌 연구원을 해칠 수 없게 되거나 일부 고어 요소들이 삭제되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유탄발사기를 난무해도 패널티가 없는 일판이 좋다는 말도 있지만 HOTD1은 핸드건이지. 내가 스코어러 속성이 없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만 핸드건 써도 좋으니까 좀비의 머리를 몸에서 분리하고 싶어. (스크린샷은 카카오에 신고들어갈까봐 가능한 한 얌전하게 골랐지만 피가 튀고 좀비가 조각조각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임이다.)
스팀의 리뷰는 다른 문제로 '복합적' 상태가 되어 있는데, PC용 건콘을 지원하지 않아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아케이드보다 새턴판을 기반으로 했던 90년대 윈도우즈판의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지만 오랜만에 건콘 좀 꺼내보려 했던 유저들은 실망이었겠지. 살펴보니 유저 플러그인으로 건콘으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가 고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업데이트로 이것이 막혔다고 하는데, 덕분에 복합적이 되는 것도 이해할 만 하지만 처음부터 마우스로 플레이할 걸 전제한다면 문제될 요소는 없지만 지원해 줄 만한 기능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건 아쉬운 부분.
팬저 드래군 리메이크
팬저 드래군 리메이크 (2020) 세가의 1995년작 팬저 드래군의 리메이크...를 표방하고 있지만 리마스터에 가깝다. 회사 아재들 말로 듣기론 팬저 드래군은 당시 새턴이 약세였던 서구권에서 PS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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