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드리우스 블레이즈 (2013)
세이부 카이하츠의 해체 이후 설립된 MOSS에 의해 만들어진 종스크롤 탈의슈팅게임. STG 태그가 좀 과하게 레트로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물타기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2013년작이면 별로 물타기가 안 되나. 플레이어 기체의 작은 피탄판정과 보스에 따라 상당히 두꺼워지는 탄막 덕분에 탄막슈팅에 해당하며, 판타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라이덴 시리즈 제작사답게 육중한 메카형 적들이 다수를 이루며 곳곳에서 튀어나와 옆구리 샷을 날리는 작은 전차들 및 화면을 뒤덮는 플레이어의 무기들까지 라이덴 테이스트가 느껴진다.
탈의슈팅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 건 보스전중 3단계로 되어 있는 체력 게이지를 하나씩 깔 때마다 '수치 브레이크'라는 컷인과 함께 보스의 옷이 일부 벗겨지며, 노미스로 쓰러트리면 찢겨진 옷의 보스 CG가 잠시 스쳐지나가는 연출 때문이다. 보스는 5면 보스인 그레이엄을 제외하면 전원 여성으로 다들 자신의 메카에 타고 있다는 설정인데, 남자인 그레이엄도 물론 수치 브레이크가 존재한다.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결코 수위가 높은 건 아니지만 오락실에서 하기엔 좀 부끄러울, 적당히 그정도.
플레이어 기체는 총 8종. 여성 6명, 남성 1명 및 조류 1마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용하는 무기를 일부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기도 해 선택의 폭은 넓은 편. 아, 물론 플레이어도 피탄하면 옷이 찢어진다. 플레이어는 화면 좌측, 보스전의 경우 보스 일러스트가 화면 오른쪽의 배경에 표시되는데 잠시 생각하다 다 잘라내기로 했다. 하필이면 내 주기체인 리리스가 다 찢어진 넝마를 입고다녀 노출도가 심해 이거 잘라내 가공하지 않으면 모든 스크린샷에 팬티가 들어가버려.
각 캐릭터는 기본샷 외에 3종의 엘리멘트 샷(ES)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으며, 기본샷은 강화가 되지 않지만 엘리멘트 샷은 특정 적을 쓰러트리거나 엘리멘트 샷으로 적을 쓰러트리면 차오르는 에테르 칩을 모으는 것으로 스테이지 도중 인터미션중에 임의로 강화가 가능하다. 대체로 공격, 지원, 방어의 3종류의 ES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무 캐릭터의 ES나 가져다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캐릭터마다 정해져 있는데, 리리스라면 자신의 암흑속성 ES 외에 소피아의 물속성 ES를 쓰는 것도 가능하며, 반대로 소피아도 리리스의 암흑속성 ES로 일부 혹은 전체를 변경할 수 있다.
여기에 버튼 배치가 상당히 직관적인데, Xbox 컨트롤러의 다이아몬드 구성을 기준으로 A가 기본샷에 3종의 ES가 X, Y, B에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 RT가 봄, LT로 특수공격을 사용할 수 있으며 특수공격의 특징이나 성능은 캐릭터별로 + 게임 모드마다 조금씩 다르다. 매핑도 물론 가능. 다만 어느 모드에서나 특수공격을 쓰고 나면 일시적으로 ES를 쓸 수 없이 기본샷에만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ES에 많이 의존하는 스타일이라면 LT는 잊어버려도 무난.
아무래도 슈팅은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자기 손에 제일 맞는 기체 하나를 골라 깰 때까지 그 기체를 파게 되는데, 나의 원픽 기체는 리리스의 악몽. 전 기체들 중 이동속도가 가장 느리며 기본샷이 전방 일점집중형이라 공격범위가 극히 좁다는 단점이 있지만 채찍 형태로 화면을 덮으며 탄소거를 발생시키며 공격까지 가능한 방어 ES의 성능이 탁월하고 기본샷도 전방집중형에 파워가 높기 때문에 보스의 체력을 빠르게 깎아 까다로운 패턴이 나오기 전에 게이지를 파괴하고 수치 브레이크로 몰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느린 이동속도와 기본샷의 좁은 범위 덕분에 답답해서 못 하겠다는 사람도 많을 듯.
스토리는 그레이엄이라는 어느 소국의 왕이 금단의 연금술을 어떻게 했다는 것 같은데 자세히는 솔직히 모르겠고, 리리스의 악몽은 그 와중에 실험에 희생된 인간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 구현화된 존재라고 한다. 덕분에 증오와 파괴욕구로 가득찬 본작 최대의 광년이...라기보다 그냥 짐승. 초반 스테이지에서는 오히려 보스가 리리스를 보고 겁에 질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보스들을 쓰러트릴 때마다 그들을 잡아먹고 힘과 감정을 흡수한다는 설정.
총 3개의 게임 모드가 존재하며, 스테이지의 개수와 특수공격의 기능이 달라진다. 오리지널 모드는 기본 스테이지 5개, 아케이드 모드는 여기에 미션 스테이지 2개가 추가되었다. 이 미션 스테이지는 보스전이 없고 일정 대수 이상의 적들을 격추하는 게 목적인 일종의 보너스 스테이지. 에볼루션 모드는 이 7개의 스테이지에 엑스트라 스테이지가 더 추가되어 총 8스테이지 구성이 된다.
여기에 컨티뉴 없이 5면의 그레이엄을 쓰러트리면 이계의 봉인이 풀려 지상에 올라온 벨제붑이 진 최종보스로 등장하게 되며, 대부분 캐릭터 스토리에서는 벨제붑이 놀아주다 질려서 돌아가게 된 정도로 끝나지만 리리스의 악몽으로 플레이할시 서로를 사냥감으로 보고 잡아먹으려 들며, 리리스가 승리하면 벨제붑을 잡아먹으면서 그 힘을 흡수한다. 설정상 리리스는 증오와 파괴의 충동만으로 움직이는 존재인 만큼 이 세계에 평화가 돌아오긴 커녕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것 같지만 오히려 좋아.
모든 스테이지를 도중부터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며, (아마도 에볼루션 모드에서) 벨제붑을 1번이라도 쓰러트리고 나면 통상 플레이 및 보스 러시 모드에서 벨제붑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난이도 설정과 무관하게 가능하지만 연습이 목적이라면 Practice - Very Easy - Easy - Normal - Hard - Very Hard 중 Easy 정도로 잡는 게 좋다. 왜냐면 본작의 적탄은 3종류로 나뉘며, 일반 샷으로 소거가 가능한 것, 방어 ES로 소거가 가능한 것 및 아예 소거가 불가능한 탄으로 나뉘는 중 Very Easy 이하에서는 원래 소거가 안 되는 탄이 나와야 할 상황에 쉽게 소거되는 탄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이후 난이도를 올렸을 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노멀 난이도로는 5면의 그레이엄을 끝내 넘지 못하다가 이지로 내리고 간신히 벨제붑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괜찮아, 이지모드를 부끄러워할 나이는 이미 지났어.
다른 재미있는 특징은 싱크로 모드의 존재. 2인 플레이시 각 캐릭터들 사이의 대화 이벤트가 있지만 같이 할 사람이 없으면 보기 어려운데, 이 모드를 사용하면 이 대화들도 볼 수 있게 된다. 캐릭터를 어떻게 조합하는가에 따라 대화 이벤트가 달라지지만 혼자서는 보기 힘든데 이를 쉽게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싱크로 기체는 무적이며 플레이어의 좌우 입력에 반대로 움직이게 되며, 플레이어가 ES를 사용하면 싱크로도 같은 종류의 ES를 사용한다. 순수히 공격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난이도가 내려갈 것도 같기도 하고 도중에는 화면 한쪽 절반만 봐도 대충 진행이 되긴 하지만 때로 내가 어느 기체를 조작하고 있는지 혼동해 미스를 낼 수도 있다. 스토리에 관심이 많다면 해볼만한 모드긴 하지만 나로선 화면이 너무 번잡해지고 잔미스가 늘어 딱히 손이 가진 않는다.
일러스트만 보면 라이덴을 만들던 사람들이 이걸 만들었을 거라 생각되지 않기도 하지만 뭐, 케이브도 팬티를 벗어던지고 데스스마일즈를 만들었으니까. 라이덴 시리즈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라고도 하지만 오타쿠 장사를 해 보겠다는 게 본심일테고, 그러면서도 난이도 설정의 폭을 넓게 잡아 슈팅에 약한 라이트 유저도 쉽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납득할 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헐벗은 캐릭터에만 의지하는 게 아니라 순수히 슈팅으로 생각해도 라이덴의 테이스트를 살리며 다양한 ES를 상황에 따라 바꿔가면서 사용하는 재미가 있는 수작. 모스 제작 게임들 중에서는 이 게임과 라이덴 IV가 피크가 아니었을까.
'Toponym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러블 위치스 오리진 (0) | 2024.07.29 |
---|---|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 (0) | 2024.07.28 |
사이코로사이코: 세븐스 헤븐 (0) | 2024.07.26 |
템페스트 2000 (0) | 2024.07.25 |
미사일 커맨드 3D (0) | 2024.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