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使帝國Ⅱ

천사의 제국 II (1994)

 

통칭 천사제국 II. 소프트스타(大宇資訊)의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 SRPG 시리즈 2번째 작품으로 대만에서는 1994년, 이후 한국에서는 1995년에 천사의 제국 II라는 제목으로 발매되었다. 와을크리(瓦爾克麗)와 라나로(拉那洛)라는 두 왕국간의 총력전을 다룬 전작 천사제국에 이어지는 스토리로, 전작에서 추태를 부리는 것 외에 활약이 없었던 무능한 여제 외스타(維絲塔)가 이번엔 납치까지 당하며 시작된다. 그래픽적으로도 많이 발전했고 전직의 종류나 스테이지의 개수 등 전체적으로 볼륨업된 게임.

 

천사의 제국 IV 소개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같은 고유명사의 한국어 음차가 편마다 다르다. 전작의 두 세력은 2편에서는 와알가리, 라나락이라는 이름으로 개명(?) 되었고 拉那洛는 모르겠으나 주인공 세력인 瓦爾克麗는 사실 발키리(Valkyrie)의 중국어 음차이다. 그대로 중국어로 읽으면 와얼커리. 어쨌건 이 글은 2편을 다루고 있으니 2편 정발판에 사용된 명칭을 따라가고자 한다.

 

새 게임을 시작하면 이하의 난이도 선택이 주어진다. 한국어판에는 처음 세 난이도가 난이도 1부터 난이도 3으로, 마지막 난이도는 무법천지라는 이름으로 개명되어 있다.

  • 과관참장(過關斬將): 관문을 지나며 장수를 베다 (관우?)
  • 세균역적(勢均力敵): 적과 세력이 세력이 비슷하다
  • 곤난중중(困難重重): 어려움이 겹치고 겹치다
  • 무법무천(無法無天): 법도도 없고 하늘도 없다

여기서는 과관참장으로 진행했다. 어차피 다른 차이는 없고 순수히 적이 강해질 뿐이라 대책을 위해 노가다를 빨리 하느냐 늦게 하느냐, 또 얼마나 하느냐의 차이 정도니까. 초대 천사제국에 비해 한국어 공략정보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쉽게 검색 수 있는만큼 자세한 공략정보는 이번에는 생략한다.

 

 

최초의 전직 선택. 기병계, 전사계, 궁병계, 수녀계로 갈린다.

전작의 특징이었던 독특한 전직 시스템은 여전하며, 최종적으로 7종의 직업으로 수렴되던 것이 총 20종으로 세분화되었다. 주인공 니아를 포함한 모든 네임드 캐릭터는 가장 기초 병종인 '사병'으로 시작해 전직까지 경험치 1을 남긴 상태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를 임의의 직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어 자유도가 높고, 최종 전투에 딱 20명이 출동하는 만큼 거기에 맞춰 20개의 직업을 하나씩 만든다거나 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전체 트리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바로 다음 단계의 직업만이 표시되며 이름도 없이 아이콘만 보여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느게 어느건지 알 수 없다는 점. 뭐, 시기가 시기이기도 하니 매뉴얼을 참고하라는 것이었겠지.

 

이 전직과 경험치 시스템의 밸런스가 크게 조정되었는데, 전작에서는 따로 레벨이란 개념이 없이 일정 경험치마다 전직이 발생하고 같은 전직 단계의 캐릭터라도 누적된 경험치에 따라 스탯이 올라갔다. 그런데 도중에 합류하는 동료들은 이미 전직된 상태로 들어오더라도 경험치가 없는 상태로 들어오기 때문에 같은 전직 단계라도 초반부터 스스로 키운 캐릭터들이 훨씬 강력했다. 본작에서는 이 부분이 일부 조정되어 레벨 개념이 생기고 전직을 하면 해당 직업의 1레벨로 초기화되어 2차전직 상태로 파티에 들어왔다면 2차 → 3차 만큼의 레벨 노가다만 해 주면 된다. 뭐, 발전이라면 발전이지만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 셈.

 

 

전투 애니메이션. 진지한 스토리와 혼란스런 세계관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여기에 입수되는 경험치의 양은 입힌 데미지에 따라 늘어나고 막타를 치면 추가 데미지를 얻는 만큼 아군 유닛들이 적보다 강해지는 시점부터는 전투원 육성이 조금씩 빨라지며 리셋까지의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는 게 그나마 위안이지만 이미 2, 3단계 전직을 한 적들이 등장하는 스테이지에서 초기상태인 '사병'으로 등장하는 아군을 육성하려 하면 공격을 해도 잔기스 수준밖에 안 되며, 그러면 경험치 입수량도 적어 힘들어진다. 아예 끝까지 버릴 거면 모를까 동료로 들어오는 대로 육성을 해 줘야 하는 것.

 

천사제국 IV 소개글에서는 2010년대에 그런 노가다판을 벌여놔서 쿠소게라 했지만 천사제국 II는 이 정도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였던 90년대 작품인 걸 감안하면 리즈너블한 레벨. 비슷한 시기 대만의 다른 개발사인 한당(漢堂)의 용의 기사(炎龍騎士團) 시리즈도 그렇고, 아니 명작이라는 KOEI의 삼국지 영걸전도 최대한 경험치를 빨아먹어가며 진행하지 않으면 진행이 안 되고 도중에 막혀 몇 시간을 플레이했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게 되기 십상인 밸런스였으니까.

 

추가로 네타바레라면 네타바레지만 처음부터 2단계 전직인 '마법사'로 파티에 들어오는 그티라스(葛蒂拉斯)는 육성하지 않는 게 좋다. 이유는 플레이 하다보면 알게 된다.

 

 

스테이지 5 '역장 통과'. NPC 그티라스(葛蒂拉斯) 주위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로 맵 최상단으로 향해야 한다.

여기에 대부분의 미션의 승리조건이 적 전멸, 패배조건이 니아 퇴각이었던 전작에 비해 특정 보스를 쓰러트리거나, 특정 NPC를 경호하는 등의 미션 종류가 추가되었다. 덕분에 보다 다채로운 미션들이 늘어났고, 분기에 따라 10~15 스테이지 구성이었던 전작에 비해 총 37 스테이지로 분량은 2배 이상 증가. 다만 '용의 탑'처럼 6층짜리 탑을 오르며 같은 맵에 적의 내용만 달라지는 구간도 있어 물타기 느낌도 든다.

 

여기에 높은 난이도를 선택하면 더 강한 적들이 더 빨리 등장하게 되니 초반부터 부지런히 노가다를 해서 맞춰가야 하고, 어느 정도 성장 한계치에 다다르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후에는 '성장' 요소가 소멸해 전투를 반복하는 요소만이 남게 된다. 최저 난이도로 시작해도 적잖은 노가다가 필요한 만큼 어지간한 야리코미 플레이어가 아니라 처음 플레이하거나, 아니면 그냥 옛날 기억을 더듬어 다시 재방문해보는 정도라면 최저 난이도로 가는 게 무난.

 

그나마 노가다 자체는 편하게 되어 있는 게, 전투중 이하의 단축키 사용이 가능하다.

  • F1: 행동 미완료 상태인 아군 일괄 휴식
  • F2: 행동 미완료 상태인 아군은 대장(주로 니아)을 향해 이동
  • F3: 행동 미완료 상태인 아군 일괄 자유행동
  • F4: 전투중 쌓인 경험치를 유지한 상태로 스테이지 재시작

 

스테이지 4 '우군구조'. 고난이도로 플레이할 수록 여기서 막히기 쉽다.

요는 마지막의 F4를 반복하면서 경험치를 최대한 빨아먹고 다음 스테이지에 대비해야 하는 것. 특히 스테이지 1~3 사이에 충분한 레벨과 전직을 해 놓지 않으면 스테이지 4 '우군구조'에서 고생할 수 밖에 없다. 이 미션에서는 처음에 최약체 상태인 기본직업 사병으로 등장하는 다시(黛西)가 적들에게 둘러싸인 상태에서 시작하는데 정작 구원 대상인 우군은 플레이어가 직접 컨트롤할 수 없어 산개된 상태로 각개격파 당하며, 화면 하단에서 시작하는 컨트롤 가능한 아군 유닛들을 빨리 이동시켜 구원하지 않으면 패배로 이어진다.

 

여기에 다른 의미에서 답답한 미션들도 있는데, 이 게임의 AI는 체력이 떨어지면 휴식으로 체력을 회복하거나 후방으로 빠지며, 기본적으로 적을 줄이기보다 보신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하필이면 죽으면 패배인 우군 유닛이 통제 불가능한 NPC 상태로 등장할 때는 교묘한 배치로 길을 틀어막기라도 하지 않는 한 적들을 향해 깡으로 돌진해 들어가기 때문에 답답해진다. 아니, 이럴 때 몸을 사려 달라고.

 

적의 AI가 그리 좋지만은 않아 산개되어 여러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길을 갈팡질팡, 후방에서 의미없는 힐을 쓰는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마법사, 사제 계통의 상대적으로 약한 아군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건 철저해서 만약 궁병계나 마법사가 많은 곳으로 돌진시키면 바로 집중공격해 제거해 버린다. 물론 이는 인간 플레이어도 똑같이 할 테니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빙결마법. 마술사 상태에서는 범위가 좁지만 무당으로 만들어 더 키우면 범위가 무식하게 넓어진다.

천사제국 II 최대의 밸런스 브레이커 클래스는 무당이다. 수녀 → 마술사 → 무당 테크로 만들어지는 무당은 1명만 잘 키워도 게임의 난이도가 대폭 내려간다. 무당은 빙결마법이란 걸 사용하는데, 자신을 둘러싼 일정 범위 내의 적들을 얼려 행동을 봉인하며 반격도 받지 않게 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키우는 게 가능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단 무당으로 만들어 버리고 나면 공격기술이 전혀 없어 육성이 어려워진다. 동시에 둘 이상을 키우면서 하나가 적들을 계속 얼려놓는 사이 다른 하나가 데미지는 적어도 계속 패게 하면서 경험치를 뽑아내던가, 아니면 도저히 안 되겠다면 치트키를 동원하던가.

 

추가로 마법 사용자들은 이동 후 마법 사용이 안 되는 점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마법이 너무 강력했을 게임이다. 애초에 MP라는 개념도 없이 아무리 강력한 마법이라도 무한대로 쓸 수 있고, 무당이나 회복계는 힘들지만 데미지 계통 마법사들은 육성도 한결 쉬운 편이니까. 마법을 좀 더 약화시키고 이동 후 사용할 수 있는 방향이었어도 좋을 것 같다만, 이건 이것대로 천사제국 II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밸런스 브레이커라고까진 하지 않겠지만 그 외에 육성이 필요한 캐릭터라면 전사계의 총림전사(숲속전사) 1~3명. 전사 → 강갑전사 → 총림전사로 승급되며 4레벨까지 올리면 특수능력 '시독'을 습득하는데, 공격한 상대의 HP를 3턴간 지속적으로 절반으로 깎아버린다. HP 수천 단위의 보스급을 처리하는 최종병기같은 존재로, 특히 최종보스인 극극여신은 HP 1만, 최고난이도에서 15000이면서 범위공격을 해오기 때문에 총림전사가 없으면 이걸 다 깎기 전에 이쪽이 회복에 급급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 외에 난이도를 높일 수록 통하지 않게 되지만 낮은 난이도에서는 노병을 서너명 육성하면 큰 도움이 된다. 상기한 대로 적의 AI는 HP가 떨어지면 휴식으로 자체 힐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협적인 적의 마법사 캐릭터나 노병을 때려 놓으면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휴식을 반복하게 되니 움직임을 봉인할 수 있다. 

 

 

 

스토리는 전작의 무능한 여제 외스타가 진스(琴斯)가 지휘하는 친위대의 반란으로 납치되어 이세계 포탈 너머로 끌려가게 되고, 니아가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이를 추적하며 시작된다. 어째선지 이세계도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인 건 마찬가지이며 이 세계에서 동료를 얻기도 하며 여제의 행방을 추적하다 사실 진짜 배반자는 따로 있었고, 진스는 여제를 피신시키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드러난다...만 그 과정에 어색한 면이 많다. 급전개와 우연에 의존하는 전개가 많다.

 

이후 결과적으로 별로 하는 일도 없는 여제를 되찾아 와알가리에게 강제로 병합당한 라나라 반군을 역진압하는 전개로 가지만, 도중에 진행을 포기해야 했다. 어째서냐면...

 

 

크래시로 인한 공세한계점

...아니 이게 뭐야. 위는 스테이지 26, 몇 번을 다시 로드해서 출격 멤버를 바꿔서 시도해 보았지만 어째선지 반복해서 위 화면에서 크래쉬되었다. 뭔가 에뮬레이션 설정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레벨 노가다를 생략하기 위해 치트를 몇 번 썼던 게 문제인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플레이를 계속하는 건 포기.

 

사실 그 외에도 몇 번인가의 버그를 만난 적이 있는데, 수란나(蘇蘭達), 아만니(阿曼妮), 레이라(雷伊拉) 3명만으로 시작하는 스테이지에서 한참 노가다를 하다가 F4로 총퇴각을 하자 비마기사 1레벨이 되어 있어야 했을 수란나가 기병 1레벨로 랭크다운된 일이 있었고, 하필이면 도중에 저장을 안 한 덕분에 1시간 이상의 노가다가 날아가 버린 순간이었다. 해당 스테이지 직전의 인터미션에서 로드해 다시 시작해 보니 기병 2레벨이었으니 F4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던 거겠지.

 

 

 

위는 전직과 관련된 또다른 버그. 본 게임에서는 마우스로 플레이하면서 캐릭터를 선택하면 이동/공격/기술 등의 메뉴가 보여지며 그리로 자동으로 마우스 포인터가 옮겨지는데, 포인터가 멋대로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마우스 감도도 도저히 어색해서 한참을 키보드로 플레이하다가 전직할 때가 되자 이런 모습이 되었다. 이 상태에서 마우스 포인터가 잘못된 위치에 놓이기 때문에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고 이 상태에서 진행불능 상태가 된다. 도스박스를 창모드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데스크탑의 메인 마우스와 도스박스 내의 마우스 사이의 위치와 관련된 건진 모르겠으나 상당히 귀찮...은 걸 넘어 노가다를 포기하고 치트를 동원하게 했던 이유 중 하나. 일단 이건 에뮬레이션 문제일 지도 모르니 게임 탓은 하지 않겠다.

 

천사제국 II는 전작에 비해 볼륨을 크게 늘린 대작이 된 건 분명하지만 반대로 분량을 너무 늘린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통제 불가능한 우군 NPC부터 시작해 마법 사용자들의 이동력을 상하좌우 1~2칸으로 제약하는 귀찮은 지형, 이동을 크게 제약하는 좁은 통로가로 이동해야 하는 스테이지 등 플레이 시간을 늘리려는 의도가 너무 뻔하게 보이는 스테이지가 연속으로 등장해 게임을 진행하며 즐거움보다 작업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20스테이지 정도로 줄이고 페이싱을 조절했다면 딱 좋았을 것 같은데. 거기에 체감상 적의 AI도 전작에 비해 소극적으로 바뀐 듯, 스테이지가 시작되어도 뭉쳐있는 적들이 니가와를 시전하고 있으면 마법사들과 노병들을 한참 걸려 이동시켜 사거리 한계점에서 점감해 나가는 작업성 플레이가 되기 쉽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전 글에서 천사제국 I을 호평했던 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그 글을 본래 작성한 것도 꽤 오래전이긴 하지만... 천사제국 I도 노가다성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개가 시원시원하고 질리기 전에 적당할 때 게임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게임이 한국에서 유행하던 시기에는 컴퓨터를 사면 그냥 깔려 있는 게임이기도 했다고 하는데,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이 담긴 게임이기도 하지만 내가 처음 컴퓨터를 갖게 된 건 97년. 추억보정 필터링이 없는 내 눈에는 분명 육성의 자유도도 높고 다양한 전략을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싱이 너무 늘어지고 시간만 잡아먹게 만드는 스테이지 디자인이 점수를 깎아먹는 게임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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