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소녀

기타소녀 (Guitar Girl)

기타소녀 (2020)

 

네오위즈에서 제작, 퍼블리싱하는 힐링형 클리커. 이렇게 말하니 무슨 "동그란 네모" 같이 형용모순으로 들린다. 클리커는 유저를 스키너 박스에 가둬놓고 정신없이 화면을 두들겨대는 원숭이로 만드는 빡겜장르인데 그게 어떻게 힐링이 될 수 있지.

 

스토리는 기타를 치는 여고생 '소녀'가 친구 미소의 도움으로 SNS에서 음방을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화면을 탭하거나 시간 경과에 따라 좋아요가 쌓이고, 이렇게 쌓인 좋아요를 모아 소녀의 레벨을 올리면 탭당 더 많은 좋아요를 얻는다. 또 소녀의 레벨을 올리는 것만이 아니라 음방의 팔로워들을 새롭게 해금하거나 기존 팔로워의 레벨을 올리면 시간경과에 따라 매 초당 자동으로 입수되는 좋아요의 양이 늘어난다. 이렇게 쌓인 좋아요는 다시 소녀나 팔로워의 레벨을 올려 더 많은 좋아요를 생산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무한루프에 들어간다... 비슷한 게임을 많이 해 본 사람들은 스크린샷만 봐도 대충 무슨 느낌인지 감이 올 것이다. 힐링요소라면 따뜻한 분위기의 비주얼과 기타연주. 게임으로서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설정상 소녀가 연주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기타 연주도 분위기를 더해준다. 절전모드도 따로 지원하고 있는데, 실제로 편안하고 차분한 곡이 많아 작업용 BGM으로 쓰기도 좋다.

 

레벨을 올리는 데 필요한 좋아요의 양은 물론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며, 소녀나 팔로워들을 레벨업 시키면 매 레벨마다 증가분이 있지만 그보다 25레벨마다 아웃풋이 2배로 증가하는 보너스가 크다. 이러다 보니 조금만 더 올리면 2배 보너스를 받을 만큼의 좋아요가 모일 거 같다는 생각에 우다다다 화면을 때리게 되고 손가락이 피곤해지며 힐링은 온데간도 없게 되어버린다. 뭐 클리커가 그렇지.

 

 

 

소녀나 팔로워들의 레벨을 올리다 보면 인게임 가상 메신저를 통해 톡이 날아오면서 이를 통해 스토리가 전개된다. 피버타임 걸어놓고 폭랩하며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톡이 띠링대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겠고 나중에 쌓인 톡을 몰아서 보다 보면 스토리도 급전개 되는 만큼 몰입도가 살짝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건 게임의 잘못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잘못이라고 치자.

 

톡 이벤트의 플래그 정리는 대체로 잘 된 편이다. 어설프게 만들면 만약 팔로워 A의 레벨 200 이상에서 발생하는 이벤트와 팔로워 B 레벨 250 이상에서 발생하는 이벤트가 있고, 이 스토리 시간선상 이벤트 A가 먼저 발생하고 이벤트 B가 그 뒤 이야기여야 하는데 플레이어가 B를 먼저 250으로 만들어 이벤트 B를 먼저 보게 되는 등의 참사가 터질 수 있지만 어지간히 레벨을 이상하게 편중적으로 올려도 이벤트가 꼬이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눈에 띈 부분은 극초반에 팔로워가 '반 친구 미소' 하나 뿐이리라 상정된 단계에서 기타소녀와 미소가 알고 지내는 편의점 언니한테도 팔로우를 부탁해 볼까 의논하는 이벤트가 있는데, 이 이벤트 발생 전에 '편의점 언니'를 이미 팔로워에 추가한 상태였던 것 정도.

 

스토리의 내용은 초반엔 학교 끝나고 편의점 ㄱㄱ? ㅇㅇㄱㄱ 같은 완전한 일상물 파트가 비중이 높고, 이후 학교 축제에서 소녀가 기타 공연을 할 지 망설이는 장면부터 소극적인 성격에 자기가 천재인 줄 모르는 천재가 조금씩 용기를 내며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는 왕도적 성장물로 이어진다. 인물들 간에 소소한 갈등도 중간중간 등장하는데, 작중의 당사자들에게야 심각하겠지만 플레이어가 보면 목도리도마뱀들이 입 쩍 벌리고 아웅다웅대는 것처럼 귀엽게 느껴진다.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리다 보면 챕터 2가 해금된다. 챕터 1이 소녀가 자기 방에서 음방을 하며 좋아요를 모으는 내용이었다면 챕터 2에서는 길거리 버스킹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클리커인 건 마찬가지지만 별개의 게임이 시작된다.챕터 1에서 '좋아요'라는 하나의 리소스로 소녀와 팔로워의 레벨을 모두 올리는 게 가능했던 데 비해 챕터 2에서는 하트와 음표라는 2가지 리소스로 분리된다. 하트는 시간경과에 따라 자동으로 습득되며, 음표는 화면상에 등장하는 음표를 터치함으로서 습득되는데 챕터 1의 좋아요가 무식하게 화면을 두다닥 때리면 좋아요를 얻을 수 있었던 데 비해 화면에 뜨는 음표 아이콘을 하나하나 터치해야 하는 식으로 변경되었다. 컨텐츠 소모 속도를 의식한 결정일 듯.

 

하트는 기타소녀의 레벨에, 터치로 받을 수 있는 음표의 양은 팔로워들의 레벨에 의존하지만 기타소녀의 레벨은 음표로, 팔로워의 레벨은 하트로 올리는 구조. 챕터 2 조건이 맞춰지고 해금된 뒤에도 챕터 1의 인물들과 관련된 스토리는 어느정도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양쪽을 병행하게 되며 빡겜레벨이 더 높아지지만 어느 순간 챕터 1의 이벤트는 끊기게 된다. 로그인시 발생하는 오프라인 보너스는 챕터 1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미 챕터 1에 볼일이 없어진 상태라 해도 하트는 쌓일 것이고, 그러다 보면 쌓인 하트로 무언가의 레벨을 올려 소비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에 소극적으로라도 양쪽 게임을 병행하게 된다.

 

 

 

챕터 3에 다다르면 클리커 게임이 아니라 에리어 해금식 전개로 바뀌며 스토리 전달 방식도 기존의 톡 위주가 아니라 비주얼 노벨식 포맷으로 바뀐다. 소녀가 라이브를 하는 중에 지금까지 톡에 친추된 팔로워들이 일정 시간 내에 일정량의 좋아요를 만들어 내야 다음 이벤트를 볼 수 있는 형식으로, 이 챕터 3의 레벨은 당연히 챕터 1, 2에서 계승되는 게 아니라 챕터 3의 라이브 공연을 통해서만 올릴 수 있다. 반복해서 공연을 클리어 할 때마다 일정량의 아이템을 얻게 되고, 이 아이템을 선물하는 것으로 호감도 레벨을 올리는 것인데 행동력 제한이 있고 이는 시간 경과로 회복되는 구조기 때문에 과금자원을 동원하지 않는 한 여기서부터는 진행속도가 자연히 더욱 느려지게 된다.

 

라이브 공연은 얻은 좋아요에 따라 별로 점수가 매겨지는데, 별 3개를 달성하면 이후 이벤트 연출을 반복할 필요 없이 자동성공으로 처리되며 한 번에 5회까지 자동으로 할 수 있다. 이쯤 오면 가끔 출첵만 하는 정도로도 대체로 진행이 가능한 방치형 게임에 가까운 모습이 된다.

 

슬슬 이쯤에서 한계가 온 게 아닐까 싶기도 한 게, 기존 챕터에 새로운 톡 이벤트를 추가한다 하더라도 이미 만랩이거나 그 언저리에 있는 고인물들이 있는 상태라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챕터 3도 또 새로운 클리커로 제로부터 시작하는 것도 피로감을 줄 뿐일 것이다. 그에 비해 이렇게 시간을 들이며 천천히 스토리를 공략하는 구조로 간다면 가늘고 길게 업데이트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겠어? 이렇게 가다가 할 이야기가 떨어지면 과연 어떻게 될 지 궁금하긴 하다. 아마 엔딩을 업데이트하는 일은 없을 것 같고, 서서히 잊혀지다 어느 순간 서비스 종료로 가지 않을까.

 

기본적으로는 F2P로, 일부 과금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아이템들이 있긴 하지만 없어도 진행에 어려운 건 결코 아니고 있으면 약간의 보너스를 주지만 기본적으로는 장식품들이다. 스타페스 역시 일정 기간동안 달성도에 따라 프리미엄과 무료 보상이 나뉘는 평범한 구성을 하고 있는데, 딱히 프리미엄을 구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진행에 어려운 부분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이벤트 종료후에 특별한 의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정도. 대신 광고를 많이 보게 되는데, 광고를 보지 않는다고 진행을 못 할 건 없지만 광고를 보는 대가로 대량의 좋아요나 피버 타임을 얻을 수 있는 만큼 몇 분 동안 X나게 화면을 두드릴 것인가 vs 30초짜리 광고 한번 보고 말 것인가 사이에서 광고를 보고 마는 게 결국 게임을 빨리 진행하기 위한 지름길이 되며,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타이밍에 광고가 들어가 강제로 봐야 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쿨타임마다 광고를 클릭하게 하는 만큼 플레이어에 따라선 꽤 많은 광고를 보게 되면서도 딱히 거기에 거부감을 느끼진 않게 되는, 꽤 좋은 센스다. 스키너 박스 특징상 하다 보면 광고 쿨타임 차는 걸 기다려서 다시 보게 되기도 하잖아? 그러다 가끔 적절한 광고가 없으면 준비된 광고가 없다는 메시지가 뜨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어도 보상은 똑같이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