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얼론 (2014)
Upper One Games에서 제작한 2D 퍼즐 플랫포머 게임. 스팀 페이지의 부제목은 Kisima Ingitchuna 이지만 타이틀 화면에는 엥마(ŋ)가 쓰인 걸 보면 "키시마 잉잇충아" 정도로 옮기는 게 적당할 것 같다. 이듬해인 2015년 여름에 확장팩 DLC인 Foxtales가 발매되었다. 한국어 자막 지원.
대부분의 플랫포머 게임은 주인공 캐릭터 1명만 조작하게 된다. 도중에 동료와 교체를 한다던가, 동료가 옵션처럼 따라붙는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게임에 따라서는 2P 코옵 모드로 들어가면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고 말이지. 그에 비해 네버 얼론은 제목 그대로, 상시적으로 주인공 캐릭터 2명을(혹은 1명과 1마리를) 동시에 번갈아가며 조작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주인공 이누피아트 소녀 누나(Nuna)와 북극여우는 서로 능력이 다르고, 함께 협력해서 퍼즐을 풀면서 진행해 나가야 하는데 최소한 온라인 멀티가 지원되었다면 모를까, 컨트롤러 2개 꼽고 로컬로 해 보면 즐겁긴 했지만 아무래도 요즘 세상에 그런 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지.
그렇다고 싱글 플레이어 모드가 귀축인 건 아닌 게, 한 번에 조작 가능한 건 둘 중 하나 뿐이지만 AI가 그다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누나가 먼저 갭을 뛰어넘으며 앞으로 달려가면 여우가 뒤에서 따라오며 알아서 점프해 쫓아와주는 식이고, 둘 중 하나라도 즉사구간에 떨어지면 다시 해야 하지만 AI가 점프에 실패해서 억울하게 재시작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엇보다 빠른 페이스의 액션을 요구한다기보다는 두 캐릭터의 능력을 활용해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퍼즐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두 캐릭터를 바쁘게 스위치해가며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건 최후반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별로 없다. 대체로 빠른 반사신경을 요구한다기보다는 차분히 생각하며 진행하며 플레이하게 된다.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다. 후반부의 플랫포밍이 약간 까다롭긴 하지만 도중에 체크포인트가 많이 배치되어 있고, 조금 까다로운 구간이 있다 하면 거의 반드시 그 직전에 체크포인트가 있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컨티뉴가 가능하고, 잔기 개념도 없는 만큼 코인러시 하는 기분으로 밀어붙이다 보면 해결된다. 보스전에서는 직접 싸우는 게 아니라 주변환경을 이용한 기믹을 발동시키며 알아서 자멸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도중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도중부터 재개가 가능하다. 플랫폼 3개를 무너뜨리게 해야 하는데, 2번 성공하고 3번째 시도중에 죽었다면 처음부터가 아니라 그 3번째만 다시 성공시키면 되는 식. 했던 걸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선 매우 친절한 설계다.
스토리는 알래스카의 이누피아트 (이누이트와는 친척관계지만 다르다!) 선주민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고, 실제로 이누피아트 선주민들과의 협력을 통해 제작되었다. 게임 도중에 발견할 수 있는 부엉이를 체크하면 해당 구간과 관련된 해설영상이 해금되는데, 짧은 미니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선주민들과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큐멘터리 클립을 수집요소로 만든 건 도중에 게임의 흐름을 끊기는 하지만 게임의 페이스 자체가 그리 빠르지 않기 때문에 신경쓰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문화적 배경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게임 내에 설명문을 집어넣거나 했다면 그 쪽이 페이스를 끊어먹었겠지. 반드시 봐야 하는 것도 아닌 만큼 아예 이렇게 깔끔하게 게임과 해설을 분리해 놓은 게 더 좋은 선택인 듯 싶다.
이 미니 다큐멘터리 덕분에 에듀테인먼트로서도 충실하다. 본편에서 해금되는 내용들을 전부 합치면 학부생 레벨 인류학 수업에서 50분정도 강의를 채울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고, 게임 내에서 보여지는 요소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기억에 남기도 쉽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 내용을 보면 본래 민화의 주인공은 청년인 것 같은데 게임에서는 초등학생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로릿코로 TS시킨 걸 보면 이분들 뭘 좀 아는 듯.
게임의 분량은 그리 길지 않다. 유투브에서 검색해 보니 숙련자들은 2시간 내외에서 끊는 것 같고, DLC인 Foxtales도 1시간 남짓 정도. 보통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시행착오 합쳐도 주말 사이에 끝나지 않을까. 이 분량의 게임에 정가 14.99유로는 좀 쎄긴 하지만 간혹 세일을 때리니 때를 봐서 구입하면 되겠지.
전체적으로 양작이지만 컨트롤의 난해함이 유일한 단점이다. 키보드/마우스를 사용한다면 WASD 이동에 스페이스로 점프, 키매핑을 변경하는 건 불가능하다. 여기에 마우스가 사용되는 건 "볼라(bola)"라는 투척무기를 사용할 때 필요해진다. 난 키보드/마우스로 게임하는 걸 싫어하다 보니 습관적으로 X360 패드를 꼽아넣었고, 패드를 자동으로 인식하며 게임 내의 튜토리얼 메시지도 X360 버튼에 맞춰 표시되는 걸 보며 당연히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진행했는데...왼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이동, 점프를 할 때는 그 방향을 마찬가지로 아날로그 스틱으로 지정한다. 그런데 아날로그 스틱을 기울이면 그 아날로그 각도로 점프하는 게 아닌가 의심되는 게, 45도에 가깝게 정확히 기울이지 않으면 대각선 점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못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아날로그 패드가 없는 슈퍼패미컴 스타일 USB패드로 교체하자 30분 이상 고전하며 통과하지 못했던 구간을 시도 2회만에 클리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키보드 유저를 배려해 8방향 중심으로 레벨을 디자인했다면, 아날로그 스틱도 거기에 맞춰줘야 했지 않을까.
그래서 십자키 패드로 계속 진행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게 투척무기인 볼라를 사용할 때는 우측 아날로그 스틱에 강제매핑되어 있기 때문에 슈퍼패미컴 패드로는 이걸 사용할 수 없다. 이걸 써야 하는 구간에서는 강제로 X360으로 돌아오던가, 패드를 뽑고 마우스를 쓰던가 해야 하는데 패드를 뽑았다 끼웠다 하다 보면 게임이 내가 2P 패드를 끼운 줄 착각하고 코옵 모드로 고정되어 버리기도 한다. 옵션으로 들어가 다시 싱글플레이어로 조정해도, 캐릭터 전환 버튼을 누른 순간 2P 게임패드로 인식하고 강제로 코옵 모드로 돌아와 버리는 것이다. 게임을 재시작하면 해결되긴 하지만 귀찮다.
점프로 넘어가야 하는 갭들은 대부분 점프 가능거리에 맞춰 아슬아슬하게 이루어져 있다. 이건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그걸 의식해 플랫폼 가장자리까지 가면 캐릭터가 주춤거리고, 그 순간에 점프를 누르면 점프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점프의 방향을 지정하기 위해 아날로그 스틱은 기울여진 상태겠지? 그러면 그 방향으로 이동해 버리고, 플랫폼에서 떨어져 버린다. 그렇다고 가장자리를 피해서 점프하려고 하면 단순히 안 닿기 쉽고. 이 점프거리 조절에 익숙해지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린다. 무한 컨티뉴 시스템에, 체크포인트가 많은 덕분에 그대로 낙사해 버리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한참 아래쪽의 플랫폼으로 미끌어져 다시 미묘한 점프 컨트롤과 싸우며 기어올라와야 한다면? 하다 보면 결국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플랫포머에서 점프 컨트롤이 비직관적이라는 건 치명적인 문제점이고, 스팀이나 도처의 유저 리뷰를 봐도 이 컨트롤 때문에 평이 갈리는 걸 볼 수 있다. WASD에 익숙한 유저라면 별로 문제될 것 없어 보이긴 하지만 컨트롤러 사용시에는 주의. PC 외에도 PSN, XBLA, 모바일 등 어지간한 플랫폼으로는 다 이식되어 있는 만큼 구입한다면 플레이 환경을 고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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