魔法騎士 レイアース

마법기사 레이어스 (1994)

 

1994년에 세가 게임기어용으로 발매된 기묘한 룰렛 RPG. 스토리는 어느날 갑자기 실종된 모코나를 찾아다니는 내용. 중간중간 히카루가 통신기로 모코나와 교신하며 어디에 있다는 것 같다! 라는 식의 발언을 하며 다음 에리어로 이어지게 되는데, 대체 모코나는 뭘 하고 있길래 세피로 곳곳을 떠돌고 있는 것인가. 뭐, 스토리 자체는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지.

 

토미가 만든 슈퍼패미컴이나 게임보이판과 달리 본작은 세가에서 제작했고, 이 게임의 발매에 맞춰 한정판 빨간색 게임기어를 제작해 이 게임과 동봉해 판매되기도 했다. 그런 걸 보면 세가가 마법기사 레이어스 IP로 게임기어를 견인해 보려고 상당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했다는 생각도 드는데, 실제로 당시 레이어스 굿즈를 수집하던 오타쿠들이 이를 계기로 게임기어를 구입한 사람도 꽤 있었다는 것 같다. 다만... 문제는 게임 자체. 게임만 따로 별매되기도 했지만 한정판을 구입한 사람들에게는 이 게임이 게임기어 첫 소프트였을텐데, 이후에 이들을 다른 게임기어 게임을 구입하게 유도할 만큼 게임기어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소프트였을가 생각하면 한참 모자란 게임이다.

 

종종 마도물어와 비교되기도 하는 것 같은데, 특히 같은 게임기어로 발매된 마도물어 시리즈와 비교해 눈에 들어오는 유사점은 2가지. 첫째로 그래픽 스타일이 전체적으로 치비 스타일로 그려져 있다는 것. 다만 마도물어 I: 3개의 마도구는 아르르가 유치원생이라 그렇게 어리게 그린 것도 있고, 2편 아르르 16세의 아르르는 성장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데 비해 본작의 주인공들은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데포르메된 치비 스타일로 그려져 있다. 맵화면에서야 그렇게 그려지는 걸 이해할 수 있지만 포트레이트도 찐빵처럼 그려져 있어 재현도 면에서는 게임보이판만 못한데, 오히려 이런 걸 더 좋아하는 층도 있을테니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다른 유사점은 퍼지 패러미터의 채용이다. 주인공들의 HP와 MP는 게이지 형식으로 표시되지만 그 외의 스탯은 전부 숨겨져 있으며, 전투중에 적에게 데미지를 입힐 때도 '잔기스 데미지!' '약간의 데미지!' '보통 데미지!' '대단한 데미지!' 같은 식의 텍스트 메시지만 표시된다. 전투 승리 후 경험치를 얻어도 그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레벨업이 가까워지면 '히카루는 조금만 더 하면 강해질 것 같다'는 식의 텍스트가 전투 종료후에 나타나며 다음에 전투를 몇 번인가 더 수행하면 레벨업이 발생한다. 다만 마도물어처럼 텍스트의 베리에이션이 풍부하거나 하진 않다.

 

 

 

본작의 가장 큰 특징은 턴제 RPG이면서 일체의 전략성을 내버리고 룰렛을 채용했다는 점일 것이다. 전투가 시작하면 화면 하단의 주인공 포트레이트가 회전하며, 좌/우 방향을 입력하는 것으로 그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룰렛이 정지, 그 시점에서 선택된 캐릭터가 공격/마법/아이템 등의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며 룰렛 회전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공격력이 올라간다는 것 같다. 즉 그 시점에서 랜덤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같은 캐릭터만 연속으로 행동하고 나머지는 멀뚱멀뚱 바라보는 장면도 흔히 나온다.

 

여기에 때로 룰렛이 멈췄을 때 럭키/언럭키 카드가 발동되며 다양한 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좋은 효과에는 돈 500 증가, 다음 공격 크리티컬, 3인 동시공격, 적 수면효과, 아군 회복, 전투불능 멤버의 부활 등이 있고 언럭키를 뽑으면 선택한 캐리터의 HP 절반이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이 '럭키' 카드 중에는 현재 전투에서 도망치게 하는 것도 있는데, 약한 적이든 강한 적이든 플레이어의 의사와 관계 없이 전투를 종료시키며 보스전 중에는 효과가 없이 그냥 턴을 날리게 될 뿐이라 럭키하지 않다.

 

적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일정한 규칙성은 눈에 띄지 않지만 적에 따라 얼마나 턴이 자주 돌아오는가가 따로 설정되어 있는 듯, 적에 따라서는 플레이어가 첫 행동을 하기 전에 많게는 4, 5회씩 공격을 해 오기도 한다. 이런 적은 그나마 데미지는 그리 높지 않지만 적에 따라서도 랜덤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듯, 같은 전투중에 같은 적의 공격을 받았는데 때로는 잔기스, 때로는 HP 절반이 훅 깎이는 편차를 보인다. 일단 전투불능이 되더라도 경험치는 똑같이 입수하며 (전투불능 상태로 전투를 종료한 후우가 레벨업을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따로 부활이 필요 없이 전투 후 회복 아이템이나 마법으로 HP를 채워주면 되니 패널티가 크지는 않으며, 단지 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투불능 상태의 캐릭터가 룰렛에 선택되어 다시 돌려야 하는 일은 없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소 독특한 방식의 턴제 RPG라는 점에서 신선한 느낌이지만 전체적인 내용의 얄팍함이 발목을 잡는다. 이 게임의 오버월드에서 선택 가능한 에리어는 해금 순서대로 1. 정령의 숲 2. 마을 3. 침묵의 숲 4. 바다 5. 화산 6. 자가토의 성의 6곳. 그러나 이 중 바다와 화산은 짧은 컷신을 통해 자동으로 진행되고 바로 다음 에리어가 해금되는 방식이다. 플레이 감각상으로는 슬슬 중반인가 싶은데 침묵의 숲을 클리어하자마자 컷신 2개가 나오더니 바로 자가토의 성으로 향하게 되는 것. 

 

여기에 등장하는 몬스터도 첫 에리어인 정령의 숲에서는 팔레트 스왑조차 아니고 머리 위에 1, 2, 3 숫자를 붙였을 뿐인 동일 몬스터의 3종류 베리에이션이 등장하며, 여길 클리어하면 마을로 향하게 된다. 마을로 가면 원작에 등장했던 도적 페리오가 통신기를 훔쳐가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페리오와 총 7번 싸워 이겨야 하는데 (칠종칠금도 아니고...) 전투를 이길 때마다 페리오는 마을 어딘가로 도망치고, 중간부터는 변장까지 하기 때문에 마을의 각 화면을 돌아다니는 것 외에 NPC들에게도 하나하나 말을 걸어줘야 한다. 컨셉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고, 페리오의 데미지가 처음엔 제법 매섭긴 하지만 마을 내에 여관이나 상점을 이용할 수도 있으며 마을 내에 랜덤 인카운터도 없기 때문에 단조롭지만 조금 참고 진행하면 어렵지는 않다.

 

마을에는 랜덤 인카운터가 없고 페리오와의 고정 전투만이 있지만 적이 등장하는 다른 지역에서는 반대로 랜덤 인카운터가 너무 빈번하게 발생한다. 보통 확률에 따라 랜덤 인카운터를 넣더라도 연속전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약간의 버퍼 시간을 줄 텐데 본작에는 그런 것도 없어 한 걸음 채 이동하기 전에 다시 전투로 들어가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침묵의 숲으로 들어가면 여기서는 마법을 쓸 수 없고, 일단 들어오면 클리어할 때까지 다시 되돌아나갈 수 없는 루프미로 구성이다. 후우의 회복마법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마을에서 회복 아이템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조금 고전할 수도 있지만 여관도 있고, 길찾기가 약간 복잡해서 그렇지 상점도 있으니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난이도를 낮게 조절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살짝 알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침묵의 숲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프레세아를 찾아가 히카루, 후우, 우미가 각각 하나의 시련을 받고 이를 클리어해야 한다.

 

그 시련의 내용은 히카루에게는 적의 공격을 받고 견뎌내는 것, 후우에게는 운이 모자라니 럭키한 보물을 얻을 것을, 우미에게는 무리라 생각되는 걸 이악물고 해보는 것. 이렇게 미션을 받고 나면 특정 화면에 문이 나타나고 거기에 3명분에 할당하는 중간보스가 있는데, 처음 히카루 시련중에는 중간보스의 공격을 히카루가 한 번 받아냈기 때문에 그걸로 조건이 클리어된 거라 생각했지만 이후 후우의 시련이 시작되며 비슷한 문은 등장했지만 보스가 등장하지 않았다. 나는 프레세아의 요구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그 문 넘어 반대편에 있는 화면에서 아이템을 찾거나, 랜덤 전투중에 후우가 럭키 카드를 뽑는 게 클리어 조건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리 넓지 않은 숲 맵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조건이 클리어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리더를 후우로 변경해 보니 문제의 문 앞에 보스가 등장. 쓰러트리고 프레세아에게 돌아가니 어째선지 클리어되어 있었다.

 

그나마 마지막 우미 파트에서는 시련의 텍스트와 어울리는 공략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 상기한 대로 이 숲은 '침묵의 숲',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곳이다. 맵상에서도 전투중에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데, 우미 시련에서 출현하는 중간보스와의 전투에서는 통상공격이 일체 통하지 않는다. 이 시점까지 오면 플레이어도 '시스템적으로 여기에서는 마법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당황하기 쉬운데, 우미에게 턴이 돌아온 상태에서 '마법'을 3번 시도하면 클리어된다. 그렇군, 무리라 생각하는 것을 시도해 보라는 게 이런 뜻인가.

 

 

 

다만 이쯤 와서 슬슬 게임다워지나 싶은데 어느새 바다와 화산 컷신을 슥 지나가 자가토의 성. 자가토는 모코나는 자기가 데리고 있고 어차피 결착을 내야 하니 자길 쓰러트리러 오라고 도발하며, 정말 아무런 기믹이 없는 일직선 통로를 통과하다 보면 몇 번의 중간보스와 싸우다 자가토가 등장, 쓰러트리면 클리어다. 자가토는 어쨌건 최종보스답게 공격이 조금 매섭지만 히카루에게 턴이 돌아올 때마다 '불꽃의 사슬(ほのおのくさり)'을 사용하면 적의 행동을 일시적으로 봉인할 수 있으며, 그 사이 계속 패면 된다. 꼭 자가토만이 아니라 다른 보스전에서도 유효한 전략.

 

그러고 나면 원작의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에메로드 공주와 자가토의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아니고, 처음에 정령의 숲에서 잠깐 등장했던 클레프가 나타나 지금 너희들이 자가토를 쓰러트린 줄 아냐면서 사실 그건 전부 자기가 만들어 낸 환영이었을 뿐이고, 너희를 마법기사로 하기 위한 시험이었다고 한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이 게임은 아트스타일부터 난이도까지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는데 거기에 대고 마법기사 레이어스의 우울한 엔딩을 들이미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겠지. 이듬해 발매되는 GB용 마법기사 레이어스도 최종보스가 자가토였지만 사실 그건 진짜가 아니고, 모험은 계속된다는 식이었으니까.

 

그러나 어찌됐건 전투를 룰렛에 맡긴다는 선택은 역시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전투를 반복해 레벨을 높이면 이쪽이 유리해지는 건 쉽게 체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플레이어가 컨트롤할 수 없고 한 전투에서 언럭키 카드를 2번 연속으로 뽑고 적의 크리티컬에 맞아 우르르 다운되는 상황이 되면 운빨겜이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 흔한 건 아니지만 룰렛이 말을 듣지 않아 꼬이면 별 거 아닌 적을 상대로도 고전하게 되고, 각 에리어마다 1곳씩 있는 여관을 찾아가기 전까진 세이브를 할 수 없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중간보스를 마주할 때마다 돌아가야 할지 고민을 하게 한다. 여기에 대한 대책(?)으로 골드는 남아도니 전체회복 아이템을 대량으로 구입해 사용해 줄 수도 있지만, 회복을 한다는 건 공격 기회를 날려버린다는 의미기도 하고, 럭키 카드를 뽑는다고 해도 돈 500G 같은 걸 뽑으면 턴이 날아가고 상대 턴으로 넘어가는 건 마찬가지. 

 

문제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어렵지는 않고, 전체적으로 저연령층 대상으로 쉽게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구성이긴 하지만 중간에 2개의 에리어를 컷신 몇 장으로 때우고 바로 자가토의 성으로 들어가게 한 점 때문인지 역시 만들다 말았다는 인상을 남긴다. 분량과 비교하면 GB용 마법기사 레이어스나 이 게임이나 도토리 키재기로 비슷하게 짧은데, GB쪽은 원래 그런 게임이겠지 싶은 데 비해 GG용은 미사용 에리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특히 당시 오타쿠 어른이들이 굿즈로서 구입했다 플레이해 보았다면 게임기어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을 것 같은데.

 

이듬해에 동일 기종으로 마법기사 레이어스 2: 메이킹 오브 매직 나이트가 발매되었는데, 이 쪽은 육성시뮬레이션이라 내용이 크게 다르니 별도의 글에서 소개한다.

 

 

마법기사 레이어스 1・2 (GB)

마법기사 레이어스 (1995 GB) 자가토를 쓰러트리고 에메로드 공주를 구출하기 위한 여정의 도중 어느 숲에 들어가게 된 3인방. 끝없이 이어지는 것만 같은 숲을 걸으며 지쳐가던 와중 어느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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