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Debut (1993)
헤드룸에서 제작하고 NEC에서 유통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 아이돌마스터의 대선배 되시겠다. 영세 프로덕션의 매니저가 되어 신인 아이돌들을 데리고 2년간 육성, 1년 뒤의 신인상 및 2년 뒤의 아이돌 대상을 노리는 것이 목표. 한국에서는 소프트맥스가 이식하고 삼성전자 게임사업부에서 판매했는데, 16~17세 사이였던 주인공들의 나이가 성인으로 조정되었고 엔카가 트로트로 바뀌는 등의 일부 로컬라이즈 요소가 들어갔다. 일부 노출도 심한 CG는 당연히 수정되었던 걸로 기억난다. 무슨 연예신문 같은 걸로 가렸던 것 같은데.
최초 버전이 PC-98로 발매된 이후 이후 다양한 하드웨어로 이식되었으며, 일러스트레이터가 졸업 시리즈의 원화를 맡은 타케이 마사키(竹井正樹)인 것도 있고 시스템적으로도 졸업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게 느껴지는 게임. 일본어 위키백과에서는 이 작품을 졸업의 '자매작'이라 소개하고 있는데, 탄생의 제작사인 헤드룸이 졸업 시리즈의 콘솔이식을 담당한 인연에서 협력하에 만들어진 걸까.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다.
플레이 1년차에서 신인상까지 타기는 쉽지 않지만 2년이 지나고 아이돌 대상을 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난이도도 그리 어렵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졸업보다 쉬운 부분도 있다. 플레이어가 동시에 케어해야 하는 파라미터가 3인분 뿐인 것도 있고,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일탈행동으로 인한 능력치 저하폭도 졸업보다는 좀 더 자비로운 느낌.
주인공 캐릭터는 이토 아키(유미), 후지무라 사오리(다슬), 다나카 쿠미(아름)의 3명. 한 주를 시작하면 알아서 스케줄이 작성되며 플레이어는 이를 일부 변경시킬 수 있는데, 이틀 이상이 걸리는 일정을 쪼갤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유미가 월/화/수 드라이브, 아름이 수/목 밤놀이를 선언했다면 저지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 뿐. 유미의 월/화/수 일정을 레슨으로 바꾸면 수요일이 채워지기 때문에 아름의 스케줄을 변경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는 레슨할 생각은 안 하고 놀러나갈 스케줄만 채워오는 걸 어떻게든 맞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레슨을 시켜도 초반에는 땡땡이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일본쪽 공략을 보면 각 캐릭터에는 '열의'라는 숨겨진 파라미터가 있고 이것이 영향을 미친다고도 하는 것 같다. 열의는 플레이어가 지시할 수 있는 레슨항목인 발성/음감/연기/기초교양/에어로빅 및 휴식을 통해 올라가며 그 외의 거의 모든 스케줄에서 감소하는데, 아마 열의가 높아져야 자주적으로 레슨을 선택하고 낮으면 놀러나가는 스케줄을 짜 오는 게 아닐까.
그러면 문제는 레슨에 출석하게 만드는 것. 여기에 대한 해답은 '신뢰' 파라미터인데, 신뢰 80 이상이 되면 기분고조 상태가 되며 레슨에 빠지지 않게 된다. 매니저가 지시한 레슨에 출석해도 신뢰는 조금씩 오르지만 일요일에 선택 가능한 커맨드인 커뮤니케이션 > 선물을 주는 것으로 빠르게 올릴 수 있으며, 인형을 주면 신뢰 +10, 드링크를 주면 신뢰 +5에 HP +30이 증가한다. 어느정도 신뢰치에 여유가 생겼다 싶으면 드링크로 HP를 보충하고 휴식을 대체하는 블랙기업도 가능. 반대로 신뢰가 40 이하가 되면 '화남', 30 이하에서는 '불쾌' 상태가 되어 지시를 따르지 않게 되며, 이 상태가 유지되면 '실종'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실 이 게임에서 가장 관리하기 힘든 스탯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35 아래로 떨어지면 자신감을 잃고 우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반대로 80을 넘어가면 '거만' 상태가 될 수 있다. 기초교양과 에어로빅을 시키면 소폭 감소하지만 발성, 음감, 연기지도를 시키면 잘 올라가기 때문에 반대로 열의가 너무 지나칠 경우 쉽게 '거만' 상태가 되어 이 상태가 풀릴 때까지 말을 안 듣게 되는 수가 있다. 놀러나가는 선택지를 하면 대부분 '자신감'을 낮춰주기 때문에 때로는 일부러 방임하게 되기도 하지만 가장 위험한 스케줄은 가라오케. 능력치 증가에는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만 부풀려주기 때문에 1순위로 제거해야 한다.
가끔 '색기'라는 상태이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조건은 상식 35 미만 및 열의 30 미만. 이 상태가 되면 마찬가지로 출석율도 나빠지며 다른 스탯이 떨어지게 된다. 한국어판에서는 이 '색기' 상태가 '상식부족'으로 번역되었다. 그 외는 HP가 30 이하에서 발생하는 피로 혹은 질병. 대부분의 상태이상 보더라인이 30~40 사이인 만큼 초반에는 일단 HP, 신뢰, 자신, 상식 4가지를 40 이상으로 유지하는 걸 목표로 하면 무난하다.
월말에 일거리가 들어오거나 일요일에 라이벌 대결 커맨드를 선택하면 종목을 정해 라이벌과 대결하게 되는데, 각 종목별 중요 스테이터스는 다음과 같다. 2개 이상의 스탯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 더 중요한 걸 볼드처리했다. 이 중 '쥬리야마'는 과거 도쿄에 있었던 나이트클럽 줄리아나 도쿄의 패러디.
각 일거리의 성공을 위한 파라미터는 아래와 같다:
- 사진집(수영복): 매력
- 사진집(속옷): 매력, 연기
- 레코딩: 음감, 발성
- 콘서트: 발성, 음감, 연기
- 영화촬영: 연기, 매력, 상식
- 뮤지컬: 연기, 음감, 발성, 상식
그 외 라이벌 대결이나 다른 이벤트의 성공을 위한 주요 파라미터는 아래와 같다:
- 퀴즈(음악): 상식, 음감, 발성
- 퀴즈(연기): 상식, 연기, 발성
- 쥬리야마: 연기, 매력, 자신
- 하이쿠대회: 상식
- 수영대회: 체력, HP
이 중 라이벌 대결은 승리하면 상대 라이벌이 충격을 받아 1달간 휴식에 들어가기 때문에 인기를 따라잡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 능력치 관리를 잘 했다면 2년째부터 월말에 들어오는 일거리만으로도 높은 인기도를 얻으면서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각 일거리에는 난이도 표시가 있는데, 사진집이 난이도 C, 뮤지컬이 난이도 A인 식이지만 꼭 뮤지컬을 한다고 인기가 많이 올라가는 건 아니고 이 난이도는 아마 필요한 파라미터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닌가 싶다. 위에서 볼 수 있듯 사진집은 매력 하나만 높아도 충분하지만 뮤지컬은 다양한 파라미터를 높게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 연말의 아이돌 대상을 휩쓸고 싶다면 골고루 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
육성 시뮬레이션인 만큼 당연히 멀티엔딩 방식이며, 정확한 수치 정보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대강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볼드로 표시된 것이 높은 능력치를 요구하며, 마이너스(-)가 붙은 건 해당 능력치가 낮아야 한다는 의미.
- 인기가 높을 때:
- 아이돌: 인기, 발성, 음감, 연기, 매력
- 엔카가수: 인기, 발성, 음감
- 배우: 인기, 연기, 상식
- 인기가 충분하지 않을 때:
- 매력이 높을 때
- 캐스터: 상식, 발성, 매력
- 모델: 자신, 연기, 매력
- 일반인과 결혼: 자신, 매력
- 매니저와 결혼: 자신, 신뢰, 매력
- 호스티스: 매력
- AV배우: 매력, 연기, -상식
- 그 외
- 프로레슬러: HP
- 사무직 취업: 상식
- 육성 실패
- 인형탈 알바(유미), 경찰관(다슬), 마술사(아름): -매력
- 수녀: -자신, -매력
- 매력이 높을 때
아이돌 엔딩에서는 유닛을 해체하고 각각의 멤버가 솔로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끝난다. 반대로 육성다운 육성을 하지 않고 계속 2년간 방치만 하면 대체로 수녀가 되며, 그래도 가끔이라도 레슨을 시켜 자신감을 높게 유지하되 매력을 방치하면 다른 취업 엔딩으로 이어진다. 실패 엔딩에 수녀나 경찰이 있는 건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나 인생 꼬였다고 쉽게 차선책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잖아.
졸업이나 탄생처럼 육성 대상들이 충분한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좀처럼 말을 안 들어먹고, 육성의 주체가 교사든 매니저든 1명 뿐이라 동시에 여러명과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이런 게임은 어쩌면 취향을 탈 지도 모르겠다.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게 결국 육성 대상 캐릭터로 하여금 플레이어의 의지대로 행동하게 만들고 그 경과를 지켜보는 실험실 모르모트같은 게임이다 보니 '말을 안 듣는' 캐릭터의 존재에 불만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은데, 난 사실 이런 접근이 제법 마음에 든다. 말 안듣는 고양이떼 인솔하는 기분에 때로 이 망할년들 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로봇처럼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여타 육성게임 캐릭터들에 비하면 인간미가 느껴진다고 할까. 그렇게 끝까지 플레이어를 골치아프게 하면서도 사실 게임 시스템을 조금 이해하고 나면 전원 '굿엔딩'을 보게 하기 위한 난이도가 그리 높지만도 않고 말야.
다만 목표가 단 하나로 정해져 있고 다른 엔딩들은 하나의 굿 엔딩 목표 스테이터스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배드엔딩들이라는 점이 약간 아쉽다. 탄생의 주인공들은 일단 아이돌로 데뷔한 상태인 만큼 가수, 배우, 예능인 등 아이돌로 출발해 다다를 수 있는 연예계 각종 직업들이 동등한 랭크의 굿엔딩이었다면 어느 쪽에 다다라도 비슷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반복 플레이를 유도할 동인이 되기도 하지 않았을까. 일단 전원 아이돌 엔딩을 달성하고 나면 그 외엔 딱히 도전할 거리가 없어지니까.
PC-98 버전은 음성이 수록되어는 있지만 사운드카드가 없는 시스템들을 배려해 비프음 스피커(?!)로 음성이 출력되게 만들었다고는 하는데, 그래서인지 음질이 좋지는 않고 일부 배경 이미지들이 실사로 처리되어 있어 살짝 쌈마이한 느낌을 준다. 새턴으로 발매된 탄생S는 그래픽과 음질을 보강함과 동시에 추가 이벤트와 엔딩도 들어간 완전판이라는 것 같다. 정식 후속작은 1998년에 PS용으로만 발매된 데뷔 21. 본작이 1994년을 배경으로 한 데 비해 데뷔 21은 2020년의 이제는 과거가 된 미래를 무대로 하며, 본작의 주인공들이 트레이너로 등장한다.
데뷰 21
데뷰 21 (1998) 탄생의 후속작. 원작의 1994년에서 26년이 지난 2020년의 먼 미래(?)를 그리고 있으며, 원작과 달리 여러 명으로 된 유닛이 아니라 칸자키 아이라는 한 명의 안드로이드를 육성해 그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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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I · II
졸업: Graduation (1992 PC-98) 사립 세이카여고에 신임교사로 부임한 주인공. 그러나 제정신 아니게도 이 학교는 신삥 교사를 문제아들이 모인 3학년 B반의 담임으로 임명해 버린다. 아니, 첫 부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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