スウィートホーム

스위트 홈 (1989)

 

한때 프레스코 화가로 명성을 떨쳤던 마미야 이치로. 그의 의문사 이후 버려져 있던 마미야 저택에 혹시 미공개 프레스코화가 남아있지 않을까 5명으로 된 방송국 취재진이 방문하는데, 이들이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입구가 무너지며 그 안에 갇혀버린다. 당황해하는 일행 앞에 마미야 부인의 원령이 나타나 저택을 어지럽히는 자들을 살려보낼 수 없다며 자신의 원한을 알라고 하는데... 마미야 저택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부인을 원령으로 만든 원한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스위트 홈은 1989년에 방영된 동명의 영화와 함께 발매된 게임으로, 동명의 한국 웹툰 및 드라마와는 당연히 아무런 관계가 없다. 제작사는 이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로 서바이벌 호러 유행을 주도하게 되는 캡콤. 이후 PS1으로 발매되는 바이오하자드가 최초에는 스위트 홈의 리메이크로 시작했다가 이후 별도의 작품으로 분화되어 시리즈화되었다고 하는데, 아마 라이센스 문제 때문이겠지. 89년 영화 라이센스에 언제까지나 로열티를 내고 싶진 않을 거 아냐. 라이센스 게임의 숙명이랄까, 아마 덕분에 앞으로도 리메이크될 일은 없을 것이다.

 

마미야 저택에 갇히는 스탭은 5명. 이들은 각각 교환 불가능한 고유 아이템을 갖고 있으며, 게임은 이 5명의 아이템을 적절히 활용해 마미야 저택 곳곳에 남겨진 프레스코를 조사하며 저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조사하며 진행된다. 이름은 임의로 변경할 수 있지만 디폴트 이름 기준으로 카즈오는 라이터로 장애물을 태울 수 있고, 아키코는 약상자로 상태이상을 회복시킬 수 있으며, 에미는 열쇠로 저택의 잠긴문들을 전부는 아니지만 다수 열 수 있다. 타구치는 카메라로 프레스코를 조사할 수 있으며 아스카는 어째선지 청소기. 유리 파편같은 장애물이나 프레스코에 먼지가 쌓인 것을 제거할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5명의 인물들이 평범하게 협력해가며 진행해야 하는 어드벤처 같지만 이 게임은 전투요소가 엄연히 존재하는 RPG이며, 한 파티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 인원은 3명. 즉 최소 3인 파티 하나 + 2인 파티 하나의 2개 파티를 교대해가면서 조작해야 한다. 

 

 

 

 

적잖은 이벤트 CG와 몬스터 디자인에서 보여지는 그래픽 및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음악이나 각종 연출 등 프레젠테이션 면에서는 개인적으로 여신전생과 함께 패미컴 최고수준이라 생각하지만 시스템적으로는 불만도 없지 않다. 역시 가장 큰 부분은 2개 이상의 파티를 병행해서 조작해야 하는 부분. 일례로 상태이상이 걸렸을 때 이를 회복시킬 수 있는 건 아키코 뿐인데, 아키코가 속한 파티라면 문제가 없지만 떨어진 곳에 있는 파티라면 일단 합류시키고, 아키코를 분리해 반대쪽 파티에 참가시킨 뒤 약상자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여기에 한쪽 파티가 전투에 들어가면 '부른다' 커맨드를 통해 다른 파티를 참가시킬 수 있는데, 이렇게 구원을 오는 도중에는 인카운터가 발생하지 않지만 제한시간은 30초. 레벨업을 통한 성장요소가 있으니 중후반에는 조금 덜하지만 초반에는 두 파티가 최대한 서로 떨어지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

 

작중의 유일한 회복약인 '약병'을 사용할 때는 비전투 상태에서 사용하면 해당 파티만 회복하지만 전투중에 사용하면 모든 참가 멤버들이 회복되며, 다른 파티를 호출해 5명이 전부 참가한 상태에서 사용하면 5명이 전부 회복된다. 약병이 엄청 희귀한 자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한한 건 마찬가지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가급적이면 5인 전부 참가한 상태에서 사용하는 게 좋으며, 여기에 전투에 참가시켜야 5인 모두 경험치를 얻고 레벨업을 할 수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수시로 조작 파티를 바꿔가며 가급적이면 전원을 함께 행동시키는 게 좋다. 특히 상기한대로 초반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면 처음부터 5인파티로 만들지 않아야 했을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여기에 특정 에리어에서는 도깨비불 같은 것이 돌아다니는데, 여기에 닿으면 그 캐릭터를 붙잡아 저택 내의 다른 어딘가에 던져버리기까지 하며 중반부 이후로 들어가면 적들이 전투중에 파티원을 어딘가로 날려버리는 공격을 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그 캐릭터만 별도의 1인파티로 분리되니 다시 합류시키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데, 이런 요소들은 물론 플레이어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겠지만 처음 한두번이면 모를까 반복되다 보면 결국 귀찮게 느껴질 수 밖에. 이렇게 파티를 분리한 상태로 두 곳의 파티가 협력해 진행해야 하는 구간도 있기야 하지만 메리트보다 디메리트가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이런 요소들이 동시에 터지기 시작하면 플레이가 심하게 꼬이는 수도 생긴다. 따로 이동한 3명 파티가 상반신만 남은 좀비와 인카운터한 상태에서 누군가 상태이상 마비(かなしばり)에 걸렸다 치자. 이 상태에서는 전투화면이 검은 배경에서 파란 배경으로 바뀌는데, 스위트 홈에서는 적이 마비된 아군을 고기방패로 쓰기라도 하는듯 이 상태에서 공격을 시도하면 다른 파티원들이 마비된 동료를 공격하게 된다. 상태이상을 치료할 수 있는 아키코가 파티에 없다면 도망치거나 증원을 불러야 하는데, 증원으로 오던 아키코 파티에 나무판이 없어 건너올 수 없다면? 일단 마비된 동료를 놔두고 전투에서 어떻게든 도망쳐 길을 만들어 아키코를 데려와야 할 텐데 그 사이 다른 적과 또 인카운터하거나 심하면 도깨비불을 만나 아키코가 어딘가 멀리 끌려가버린다면...

 

은근히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마지막으로 세이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바로 로드해 버리는 게 무난하겠지. 그나마 세이브는 전투중이 아닐 때 언제나 가능하지만 슬롯이 1개 뿐이라 이렇게 막 찢어져버린 상태에서 세이브했다가 잘못하면 그냥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나도 거의 10년전에 뭘 모르는 상태에서 플레이하다 상태이상 + 파티분열을 맞아 중반에 포기했던 적이 있기도 하고. 

 

 

 

이건 패미컴 시대의 공략집 장사를 위한 점이기도 하겠지만 따로 공략을 참고하지 않으면 떠올리기 어려운 공략법도 많다. 주로 특정 아이템을 사용해 특정 적에게 무기로 공격하는 것보다 높은 데미지를 입히는 종류의 것들인데, 구더기를 라이터로 태워버린다거나 거울을 망치로 깨는 것처럼 이런 기능이 있다는 걸 알면 상상이 가능한 종류의 것들도 있지만 박쥐에게 카메라를 사용한다거나, 갑옷에 로프를 사용하는 등 무슨 어드벤처 게임의 인벤토리 퍼즐같은 요소가 들어있는 와중에 시행착오를 통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것들이 섞여있다. 그나마 이런 건 깨닫지 못하더라도 그냥 레벨을 올려 물리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기도 하고, 그나마 게임 내에서 상당히 많은 힌트를 제공해 주는 편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메모해가며 플레이하면 심하게 어렵지는 않아 양심적인 편.

 

스위트 홈의 다른 중요한 특징으로는 한번 죽은 동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기한대로 5명의 동료들이 각각의 전용 아이템을 갖고 있어 모두의 능력이 어딘가에서 필요하게 되어 있지만 도중에 대체 가능한 아이템을 입수할 수 있게 되어있어 누군가가 리타이어하더라도 진행 자체는 가능하다. 물론 난이도는 그만큼 올라가게 되겠고, 대체 아이템이 있다 하더라도 모든 캐릭터의 인벤토리가 전용 아이템 1칸 + 일반 아이템 2칸 + 무기 1칸으로 크게 제한된 덕분에 사망자가 나올수록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아니, 사실 딱히 사망자가 안 나와도 언제 어떤 아이템이 필요하게 될 지 모르는 와중에 인벤토리 공간 부족으로 고생하게 되기 쉽다. 바닥에 아이템을 내려놓고 나중에 다시 찾으러 올 수도 있긴 하지만 이래서야 어디에 뭘 내려놓았는지 메모해야 할 요소가 늘어날 뿐이잖아. 아이템칸 2개는 너무했어.

 

아무튼 이 영구적 죽음 시스템에 이어져 남은 생존자 수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멀티엔딩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5명 전원 생존일 경우 역으로 마미야의 저주는 끝나지 않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엔딩으로 이어지며 최후의 1인만 생존해 탈출하는 엔딩에서야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공양탑을 만들며 스토리가 온전히 완결된다. 게임적으로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엔딩을 가장 좋은 엔딩으로 만들었다 생각하면 납득이 가지만 스토리적으로 생각하면 전원 생존 엔딩이 곧 배드엔딩이라니. 난 이런 뒤틀린 느낌 싫지 않지만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서양권에서는 바이오하자드와의 연결성에 주목하는 편이지만 나는 그보다는 콥스 파티와의 관계에 더 주목하고 싶다. 저주받은 거대한 저택에 갇혀 이상현상들을 마주하는 스토리 자체는 그냥 호러의 장르 클리셰일 뿐이고, 스위트 홈의 문이 열리는 애니메이션이나 정체불명의 인물이 서서히 고개를 돌리자 괴물같은 얼굴이 드러나는 연출 등 일부 요소가 바이오하자드에서 재현되긴 하지만 바이오하자드의 게임 디자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건 스위트 홈이 아니라 어둠속에 나 홀로니까. 

 

그에 비해 스위트 홈의 마미야 저택과 콥스 파티의 텐진초등학교는 곳곳이 무너진 폐허를 배경으로 하며 이 실내의 바닥이 무너진 부분들을 통과하기 위해 나무판을 이용하는 데서 시작해 등장인물 전원이 함께 행동하는 게 아니라 작은 파티로 쪼개져 진행된다는 점, 저택/학교 내 곳곳에 널려있는 이전 희생자들의 시체들이 제공하는 게임 내 힌트, 특정 에리어에 등장하는 추적자와 이로부터 도망치는 장면, 및 저택/학교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크고 작은 호러 연출들이 콥스 파티에 직접적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콥스파티 - 유메닛키 - 아오오니로 이어지는 일본식 아마추어 호러RPG의 직계 조상 위치에 있는 셈인데, 이후의 이런 호러 RPG들은 어디까지나 제작의 편의를 위해 RPG쯔꾸르를 사용하며 RPG의 전투요소가 간략화되거나 아예 제거되는 경우도 많다. 사실 RPG의 성장 요소는 호러와 잘 어울리지 않긴 하지. 레벨을 올려 완력으로 때려눕히고 다니다 보면 호러색이 크게 약해지고 그로테스크한 적이 나오는 게임이 될 뿐이니까. 스위트 홈도 사실 전투 난이도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다양한 아이템을 적소에 사용해야 하는 인벤토리 퍼즐이나 액션성을 요구하는 구간들이 난이도를 높이는 주 요소인 걸 생각하면 (하필이면) 그런 부분들이 잘 계승되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

 

한 쪽은 액션 어드벤처, 다른 한 쪽은 RPG긴 하지만 89년에 프로젝트 파이어스타트스위트 홈이 비슷한 시기에 서바이벌 호러의 공식을 거의 완성했다는 건 재미있는 우연이라 할까, 아니면 필연적인 수렴진화였다고 해야 할까. 파이어스타트와 비교하면 스위트 홈은 RPG인 만큼 플레이타임도 좀 더 길기도 하고, 패미컴용이라는 걸 감안하고 다소 불편한 UX를 감수할 수 있다면 현재도 충분히 통할 만한 게임이다. 89년 게임을 두고 무슨 말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스위트 홈 정도면 패미컴 최고 수준의 그래픽 퀄리티를 보이는 만큼 요즘의 레트로 컨셉의 인디게임들과도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레벨이니까.

'Toponym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웰 시리즈  (0) 2024.05.16
암네시아: 메모리즈  (0) 2024.05.15
카브 누아르  (0) 2024.05.13
무서운 사진: 심령사진기담  (0) 2024.05.12
키즈아토  (0) 2024.05.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