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시의 도전장 (1986 FC)
일본의 배우 기타노 다케시와 콜라보레이션해 만들어진 타이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표기법에 따라 타케시의 도전장으로도 불리며, 좋은 게임도 많았지만 쿠소게도 많았던 패미컴 라이브러리에서 최고의 쿠소게를 꼽는다면 거의 반드시 랭크인할 정도로 유명한 쿠소게이기도 하다. 당시 이런 유명인을 내세우는 게임은 보통 적당한 게임에 이름만 붙이는 수준이 대부분이었던 데 비해 기타노는 직접 게임 디자인에 관여, 타이토 직원들과 술자리에서 나불댄 이야기들을 그대로 받아적어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는데, 그게 믿을 만 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획 단계에서 파산한 게임.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이렇다할 설명 없이 회사에 있는 정장 차림의 샐러리맨 주인공을 볼 수 있는데, 이렇다할 목적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적으로 스폰되는 야쿠자들에게 맞아 게임오버 되기 쉽다. 꼴에 브롤러 스타일의 횡스크롤 액션 형식인데 이런 야쿠자들은 무한스폰되고 상대하다 보면 하트 3개가 녹아내려 주인공의 영정사진이 뜨는 전설적인 게임오버를 보게 되는 것. 보코스카 워즈의 게임 오버 화면도 골때리지만 그 쪽이 코믹이라면 다케시의 도전장은 블랙 유머라고 해야 하나. 기타노 얼굴 들어간 포스터보다 더 상징적이라는 생각에 앗사리 최상단 대표이미지로 설정했다.
일단 최소한의 진행을 위한 힌트로서 셀렉트를 눌러 메뉴를 열었다가 닫으면 적을 포함한 NPC들이 리셋되어 화면에서 사라지며 (스토리 진행 NPC같은 건 없으니 상관없다), 그래도 피하지 못하고 데미지를 입었다면 처음 시작하는 회사가 있는 거리에서 요코쵸(横丁)로 들어가자. 스낵바, 가라오케바 및 GOLD BAR라는 3개의 술집이 연달아 있는데 골드바에 들어가 테킬라를 주문하면 한 잔 마실 때마다 하트 1개씩 회복된다. 이 일본 스테이지에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다른 술은 마셔도 회복되지 않는다.
다케시의 도전장은 젤다의 전설과 함께 2P 마이크를 활용하는 유이한 게임인데, 게임중 NPC에게 가까이 가 2P 마이크로 뭔가 말하면 もしもし라는 말풍선이 나타나며 NPC들이 한 마디씩 하지만 대체로 유의미한 힌트는 없기 때문에 굳이 의식할 필요는 없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아 보이지만 이 게임을 쿠소게로 만드는 건 대체 뭘 목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 클리어에 필요한 플로우를 간단히 설명해 보자. 위 스크린샷 왼쪽 위부터.
영업부의 위 지점에서 앉으면 누군가의 비상금을 발견한다. 이걸 들고 회사 밖으로 나가 왼쪽 건물인 컬처클럽에서 '어학 > 힌타보어'와 '음악 > 샤미센'을 선택해 배운다. 샤미센은 반드시 필요하진 않지만 후에 있으면 함정에 걸렸을 때 회피할 수 있다. 그러면 잔금이 5000이 될 텐데, 요코쵸로 들어가 가라오케바 아제미치에서 소주를 5번 연속으로 마시면 0엔이 되고 정신을 잃은 채 귀가한다.
그러면 아내가 싸움을 걸어올텐데, 위 스크린샷 왼쪽 아래 지점으로 가면 대화가 발생하며 밥, 목욕, 여보 자자, 여행을 가고 싶어, 이혼해줘 라는 선택지가 발생한다. 이혼을 선택하고 위자료를 주기로 하면 소지금의 절반이 뜯기지만 현재 상태라면 위자료를 한 푼도 안 주게 된다. 이후 사장실로 들어가 책상 앞으로 가면 급여를 받을 수 있고, 나왔다 다시 들어와 말을 걸면 맨 위의 옵션으로 '사표를 낸다'를 선택해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나와 은행에서 잔고를 전부 인출한다. 이혼과 사직은 게임 클리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계들이다.
이제 파칭코 가게를 찾아 들어가자. 구슬을 많이 살 필요는 없고, 최소치인 100개만 사서 적당히 하다가 마지막 구슬까지 다 잃을 때쯤 2P 마이크에 소리를 지르면 야쿠자들이 나타나는데, 이 중 하나 이상을 쓰러트리고 캐시어로 가면 위 오른쪽 스크린샷 대사가 나오며 구슬 5000개를 준다. 4000개짜리 샤미센과 교환하고 나온다. 만약 실력으로 하다가 4000개에 가까워지면 프로 파칭코꾼은 사절이라며 쫓겨난다... 잘 해야 하는게 아니라 망하고 소리질러야 다음으로 진행되는 것. 이게 뭐야 대체.
에뮬레이터를 쓰는 경우에는 당연히 2P 마이크가 없을 텐데, 2P 컨트롤러의 아래 방향과 A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2P 마이크에 소리가 입력된 걸로 처리되니 참고. 돈에는 여유가 있을테니 다시 컬처클럽으로 돌아가 행글라이더를 배우고 여행사에서 남태평양으로 가는 티켓을 구입한 뒤 가라오케 아제미치로 돌아가자.
다시 아제미치에서 술을 마시되, 처음 두 잔을 마시고 세 잔째 마시겠냐는 질문에서 그만두면 가라오케를 부르지 않겠냐고 묻는다. 여기서 부른다를 선택하면 곡을 선택해야 하는데, 엔카 '비오는 신개지', 팝 '네코냥 체험', 민요 '오키나와 윤타'와 동요 '하토폿포' 외에는 선택이 불가능하다. 가라오케의 기본 요령은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2P A버튼을 누르고 마지막 소절이 끝나자마자 떼는 것. 어차피 음정을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이 멜로디의 특정 부분에서 마이크 입력이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할 뿐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애매할 수 있지만 몇 번 해 보다 보면 감이 잡힌다.
목표는 3연속 성공하는 것. 실패하면 못 한다고 쫓겨나고 술을 마시는 부분부터 다시, 성공하면 더 부르겠냐고 묻는데 총 3번을 부르면 작작 하라며 야쿠자들이 시비를 걸어온다. 여기서 싸움을 선택, 여직원들과 야쿠자들을 때려눕히다 보면 화면 오른쪽에서 노인이 등장해 요즘 젊은이 치고는 제법이라며 보물지도를 주는데 노인이 등장한 상태에서 위 NPC 리셋을 해버리면 노인도 사라지니 주의.
보물지도는 서점에서 사거나 파칭코 경품으로도 얻을 수 있지만 이 지도들은 가짜이며 가라오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만이 진짜다. 이제 다시 선택지가 주어지는데, 3번째 '물에 적신다'와 5번째 '햇빛에 비춘다'가 정답. 물에 적신다를 선택했다면 5분 이상, 10분 이하 그대로 입력을 하지 않고 대기하다가 2P 마이크에 소리를 입력하면 지도가 나타난다. 햇빛에 비춘다를 선택하면 1시간 대기 후에 지도가 드러나는데, 도중에 아무런 버튼도 입력해선 안 된다. 실패하면 지도를 잃어버리며 가라오케부터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하니 주의.
이제 지도가 드러났다면 노인을 처치해버리자. 맥락 없게 들리겠지만 노인을 처치하지 않으면 막판에 클리어가 되지 않는다. 이제 준비가 끝났으니 공항으로 가면 남태평양의 섬으로 향할 수 있는데, 만약 여행사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티켓을 샀거나 보물지도가 가짜라면 항공기가 폭발하며 게임 오버가 된다.
남태평양에 도착했는데 만약 일본에서 힌타보어를 습득하지 않았다면 텍스트의 내용이 이상하게 나와 읽을 수 없게 된다. 선택지 자체는 동일하니 다케시의 도전장을 외우듯 반복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굳이 습득할 필요가 없긴 하지만. 일단 은행에서 환전을 해야 하는데 돈을 맡기면 되찾을 수 없고, 되찾으려 하면 공격을 당하니 주의. 이것도 함정이다.
이제 호텔에서 숙박을 하면 체력이 회복되는데, 지불하는 액수에 따라 회복량이 달라진다. 이제 기념품점(Miyage)와 장비상(Equipment)에서 자수(ししゅう)와 물통, 총을 구입하자. ししゅう가 시집(詩集)인지 자수(刺繡)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보통 자수로 해석하는 듯 하다. 어째선지 존재하는 영문 유저패치에서도 자수로 해석해 Embroidery로 번역. 만약 돈이 모자란다면 여기에 카지노가 있으니 세이브로드를 반복하면 되는데 굳이 많은 돈이 필요하진 않다.
총을 구입하면 정보창에서 공격(こうげき)을 선택해 공격시 총을 쏠 것인가 주먹을 쓸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총으로 바꿔주고 리조트로 향하면 스쿠바, 기구, 크루징, 세스나 경비행기, 행글라이더를 선택할 수 있으며 어느 것이나 일본의 컬처센터에서 자격이나 면허를 취득해야 선택이 가능하지만 정답은 행글라이더 뿐. 만약 총을 구입하지 않았다면 샷을 쏠 수 없으니 주의. 꼴에 이런 디테일은 잊지 않았다.
스쿠바나 배를 선택하면 수면에서 좌우로밖에 이동할 수 없다. 거기까진 당연하지만 이 상태에서 요리조리 어떻게든 날아드는 새들을 피해 첫 번째 섬이 있는 곳에 다다르면 섬에 닿는 순간 폭발해버린다. ...아니 어째서. 기구를 타면 날 수 있지만 고도 조절이 불가능하고, 세스나는 하늘에서 상하좌우로 이동할 수 있어 가장 편하지만 결정적으로 착륙이 불가능하다. 즉 행글라이더 외의 선택지를 고르면 빠르든 늦든 게임오버가 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 애초에 왜 이런 걸 집어넣어서... 넣으려면 똑바로 넣던가.
행글라이더는 아마 이 게임에서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구간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좌/우/아래로 이동하고 새나 UFO 등을 피하거나 샷으로 맞추며 화면에 나타나는 4번째 섬에 착륙해야 한다. 위로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이 도중에 나타나는 바람 아이콘에 닿으면 고도가 상승하며, 섬에 착륙할 때도 산에 닿는 게 아니라 산 좌우의 평지 부분에 정확히 착륙해야 하니 까다롭다. 여기에 실수로라도 바람을 쏴 버리면 바람이 사라진다. ...응? 슈팅의 종가인 타이토 게임에서 이런 쿠소슈팅을 만들어 내다니. 그나마 모든 적들은 같은 패턴으로 등장하니 패턴화가 가능하긴 하다.
4번째 섬에 착륙하면 이 게임의 부제목인 폴리네시안 키드: 남해의 황금이라는 새로운 타이틀 화면이 나타난다. 이 게임의 목적이 드디어 밝혀지는 순간. 그렇다, 이 게임은 남해의 황금을 찾아나서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참고로 1, 2번째 섬은 기본적으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함정 에리어다. 1번째 섬에서는 그래도 패스워드를 재입력하면 본섬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2번째 섬의 아무 집에 들어가면 진행이 막혀버리니 그냥 함정. 3번째 섬에는 사당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들어갔다 나오면 어째선지 버그인지 4번째 섬으로 나오므로 이를 이용해도 좋다.
...추가로 만약 4번째 섬에 도착했을 때 아직 이혼을 안 했다면 위의 스크린샷에서처럼 아내가 등장해 당신 언제까지 노닥거릴 거냐며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사직을 안 했다면 사장이 찾으러 와 회사가 바쁘니 돌아오라며 일본으로 도로 끌고가 버린다...
착륙할 때 왼쪽에서 착륙했는지 오른쪽에서 착륙했는지에 따라 섬 왼쪽 끝이나 오른쪽 끝에서 시작하게 된다. 이 섬에는 사당이 2개 있는데, 맵 오른쪽 끄트머리의 언덕 위에 있는 사당이 정답이다. 평범하게 점프하면 점프력이 딸려 다다를 수 없지만 웅크린 상태에서 점프하면 하이점프로 사당 입구 앞에 착지할 수 있다. 여기에 들어가 선인에게 물통을 주면 보물열쇠에 대한 힌트를 얻으며 다른 아이템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왼쪽으로 돌아나와 정글을 지나 보이는 첫 번째 집, 맵 왼쪽 끝 기준으로 4번째 집으로 들어가면 가마솥이 있다. 선인에게 물통을 준 뒤 여기서 다시 선물을 가져왔다고 선택하고 자수를 넘겨주면 신성한 돌을 받을 수 있으나 그 외 대부분의 선택지에서 가마솥에 들어가 버린다. 만약 일본에서 샤미센을 입수했고, 컬처클럽에서 샤미센을 배웠다면 이를 선택해 선인에게 가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으며 만약 사교댄스를 배운 상태에서 사교댄스를 시도하면 여기서 추장의 딸과 결혼하는 엔딩을 볼 수도 있고 그 외에는 전부 게임 오버. 여기가 일종의 멀티엔딩이라 할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냥 게임오버. 그 외의 다른 집들은 들어가면 나올 수 없이 갇혀버리니 전부 함정이다.
이 섬의 정글 어딘가에서 쭈그려 앉으면 2차대전 일본군 잔류병이 숨어있는 걸 발견할 수 있고 2P 마이크로 말을 걸면 산 위에서 똥을 싸니 기분이 좋았다는 어이없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게 사실 힌트지만 굳이 찾아갈 필요까진 없다. 추장에게서 신성한 돌을 받고 위 스크린샷 오른쪽 아래의 산 위로 올라가 쭈그려 앉으면 보물이 있는 마지막 동굴로 들어갈 수 있는데 정상의 작은 돌 같은 부분에 판정이 있으니 올라가 이 부근 어딘가에서 쭈그려 앉으면 된다.
동굴은 총 4개의 스테이지로 되어 있으며 이렇다할 힌트 없이 숨겨진 지점에서 쭈그려 앉으면 다음 층으로 떨어지는 구조. 일단 쭈그려 앉으면 다음 스테이지로 워프되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 위치도 숨겨져 있는데, 지도를 참고하자. 등장하는 적도 많기 때문에 몇 걸음마다 적을 소거해야 할 필요가 생기며, 4층까지 오면 드디어 이 게임 3번째 회복지점이 등장한다. 마지막 지점까지 도달하면 보물을 발견하며 게임 클리어. 위에서 보물지도를 준 노인을 죽이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미행해 왔다며 보물을 빼앗기고 게임오버 당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감동의 엔딩. "잘했어!" 라는 한 마디가 나오고 이대로 기다리다 보면 "이런 게임을 진지하게 해서 어쩌려고"라는 명언 아닌 망언이 등장한다. 이봐...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무수한 선택지들 가운데 클리어에 필요한 선택지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고, 정확히 그 요소들을 딱딱 맞추지 않으면 언제든 게임오버될 수 있으며, 남태평양 섬들의 원주민 집들처럼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이 게임을 재시작해야 하는 함정들이나 지도를 받은 노인을 죽이지 않으면 엔딩을 보여주지 않는 등, "도전장"이라는 컨셉을 감안하더라도 무의미하거나 게임오버로 이어지는 선택의 수가 '정답' 선택의 수에 비해 너무나도 많다는 점. 게임이 원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고 해서 바로 결과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게 아니었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리기 쉽다.
여기에 그나마 게임플레이라도 괜찮았으면 모를까 그나마도 아니다. 행글라이더 파트는 횡스크롤 슈팅으로서는 지나치게 기괴하고, 그 외 장면들에서도 적이 너무 많이, 그리고 쉬지 않고 리스폰된다. 여기에 화면 클리어를 하더라도 주인공 코앞에서 즉시 리스폰되는 적들, 그리고 펀치만이 아니라 총으로 쏴도 한 방에 죽지 않는 적들, 남태평양에 득실대는 작아서 선 채로 총으로 쏴서 맞출 수도 없는 적들이 무한 리스폰되면 정말 몇 발 걷지도 못하고 화면 클리어를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 덕분에 어드벤처가 아니라 액션 게임으로서도 파탄 상태. 여기에 회복이 가능한 지점이 1. 일본 골드바에서 데킬라 2. 힌타보 본섬의 호텔 3. 동굴 4층의 숨겨진 지점 단 세 곳인 것, 그리고 곳곳에서 보이는 소소한 버그들도 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패미컴에는 이보다 더 심한 쿠소게도 드글대는 게 사실이다. 별을 보는 사람, 에르나크의 재보, 원조서유기 슈퍼몽키대모험, 터치, 미래신화 자바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케시의 도전장이 전설적인 쿠소게로 악명이 높은 건 유명인을 기용하고 TV광고를 하며 잔뜩 기대치를 높인 덕분에 그 만큼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기 때문이겠지. 이 게임이 80만장이나 팔려버렸으니 80만의 피해자가 양산된 셈이다. 아타리의 팩맨이나 E.T.가 쿠소게로 이름높은 게 이 게임들이 810만장, 274만장이 팔려나간 덕분에 그보다 더한 쿠소게들을 묻어버리고 영원한 쿠소게의 명성(?)을 얻은 것 처럼 말이야.
그러나 맨땅에 헤딩하며 혼자 끙끙댈 필요 없이 공략을 참조하며 진행한다는 전제 하라면 다케시의 도전장은 사실 한번쯤 해 볼 만한 게임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무리하게 많은 요소를 시도하고 높은 꿈을 향해 돌진하다 장렬히 자폭한 게임이라 생각해 보면 이렇게 장렬하게 실패한 게임도 드무니까. 만약 이 게임이 더 많은 대사와 유의미한 힌트를 주는 오픈월드와 퀘스트 기반 구성에 파칭코, 슈팅, 리듬액션, 카지노 등의 다양한 미니게임을 포함하고 게임 밸런스를 조절했다면 GTA나 용과 같이같은 현대적인 감각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블루프린트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당시로서는 애초에 불가능한 기획이었겠지. 첫째로 패미컴을 너무 과대평가했고, 둘째로 타이토 측에서도 예산과 기한이 상당히 촉박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원래 이런 탤런트 게임은 일단 개런티가 많이 들어가고, 또 12월 10일 연말을 노리고 발매했다면 그만큼 한정된 기한 내에 게임을 완성했어야 할 테니까. 실제 기획된 내용의 절반이나 게임 내에 들어갔을까? 확실한 건 기타노가 푸시하지 않았다면 타이토가 이런 기획대로 제작을 진행하진 않았을 거라 믿고 싶은데 ... 그 비전은 기타노가 당시 게임에 문외한인 일반인으로서 이런 게임이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이 기회에 실험을 해보고 싶었던 스탭 중 누군가의 의지도 개입되어 있었던 걸까. 알 수는 없지만,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배울 게 많은 쿠소게임은 분명하다.
여담으로 이 게임이 나온 이후에도 타이토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기타노 다케시와 다시 협업해 1988년 다케시의 전국 풍운아라는 게임을 발매하는데, 내용은 전국시대 배경의 캐주얼한 주사위 보드게임. 아마 도전장의 참사 덕분에 판매량도 적었는지 딱히 게임적으로 파산한 것 같진 않지만 인지도는 바닥 수준이다. 불멸의 이름을 얻은 쿠소게와 잊혀진 범작, 어느 쪽이 더 행복한 게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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