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onymie

카다쉬

Katiusza 2024. 8. 7. 14:37

Cadash

카다쉬 (1989)

 

타이토에서 만든 아케이드용 액션RPG. 비주얼적으로는 라스탄 사가 라인이지만 게임성은 세가의 원더보이 인 몬스터 랜드에 가깝다. 이후 PC엔진과 메가드라이브용으로 이식되었는데, 메가드라이브판은 스토리가 약간 다르고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4종에서 2종으로 줄어든 열화버전. 뭐, 아케이드용으로 만들어진 게임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어차피 스토리는 별로 깊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 평화로운 세계를 위협하는 악마 발록을 쓰러트리고 납치된 공주를 구하는 단순한 이야기고 플레이 시간도 짧은 편이라 스토리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플레이어 캐릭터 절반이 깎인 건 좀 아프지.

 

플레이어 캐릭터는 전사, 마법사, 승려, 닌자의 4종. 전사는 별 생각없이 플레이하길 원한다면 무난한 캐릭터로, 통상공격이 강해 적을 빨리 제거할 수 있고 보스전도 질질 끌지 않게 되지만 통상공격의 리치가 짧고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며, 의외로 최대 HP도 낮다. 돈 노가다로 최대체력을 높여주는 아이템을 구입해 도핑해 주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그 외의 무난한 캐릭터는 승려. 스스로 회복이나 해독이 가능하며, 이동이 느리기는 하지만 통상공격의 리치도 제법 길어 상황에 따라서는 전사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공격력의 부족이 보스전에서 발목을 잡는다. 마법사는 마법에 올인한 특성상 성장하면 강하지만 반대로 초반이 버겁고, 닌자는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 전사의 무난한 상위호환이지만 대신 성장이 느려 노가다를 더 많이 요구한다. 개인적으로는 전사를 선호하는 게, 물리공격력이 높아 보스전이 오래 질질 끌리지 않기 때문이다.

 

 

 

원작은 4인 동시 멀티플레이어까지 지원했으니 파티플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을 듯. 그랬으면 이후 캡콤의 던전 앤 드래곤: 섀도 오버 미스타라같은 느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게임을 멀티플레이어로 해본 적이 없어서 멀티로 할 때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겠다. 벨트스크롤이 아니라 Z축이 없는 횡스크롤 액션의 형식이고 정확한 플래포밍을 요구하는 구간들도 있기 때문에 멀티로 하기엔 그리 쾌적하지 않을 것도 같다. PC엔진판에서는 2인용까지를 지원한다.

 

일단 PC엔진판 싱글을 기준으로 말하면 초반부터 어느 정도의 레벨 노가다가 필요하다. 처음 시작지점에는 회복 포인트가 없고 첫 번째 보스를 격파한 뒤에야 첫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고인물이 아니라면 시작지점에서 6~7레벨정도 올려놓는 게 좋다. 난이도가 아주 높은 게임은 아니지만 세이브 기능이 없다는 문제 때문에 안전빵으로 가려면 레벨을 미리 땡겨놓고 가게 되는 것. 이후 첫 마을로 들어가면 여관을 이용하거나 아이템을 구입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된다. 최대 레벨은 20.

 

아이템은 플레이어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조건이 맞으면 자동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약초는 체력 10을 회복시켜주는데, 원할 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약초를 소지한 상태에서 HP가 0이 되면 자동으로 사용해 HP 10으로 돌아가는 식. 해독약이나 기타 이벤트 아이템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자동으로 사용된다. PCE에 버튼이 2개밖에 없어 하나를 공격, 다른 하나를 점프에 배정한 건 이해할 수 있지만 RUN 버튼이 단순히 게임의 일시정지에만 사용되고 있는 건 약간 아쉽다. 일시정지와 함께 메뉴를 띄움으로서 적어도 현재 보유한 아이템을 확인한다거나 하는 정도의 간단한 기능이 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MD판은 일시정지와 함께 간단한 스테이터스 정보가 표시된다.)

 

그 외에 아쉬운 부분이라면 점프 컨트롤. 점프가 시작된 상태에서는 제어가 불가능하며, 방향이 입력된 상태에서 점프를 눌러야 대각선으로 점프가 되고 순서가 반대라면 방향 입력이 무시되어 제자리 점프가 된다. 이 시기 게임들 중에서는 흔한 모습이라 딱히 본작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덕분에 플래폼 사이 정확한 점프가 요구되는 구간에서 원하지 않는 시행착오를 하게 될 수 있다. 그 외는 넉백 정도? 일반 적에게 맞을 때 넉백이 발생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물에 빠진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을 때 넉백이 발생하면 이동방향의 반대방향으로 튕겨나고, 그러면 물에서 빠져나오기가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진행해 발록을 쓰러트리고 나면 처음에 시작한 성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여기에 작은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 평화를 위협하는 마왕을 쓰러트린다는 단순한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도중에 나름 기억에 남는 NPC들도 있고, 마지막에 다 끝난 줄 알았을 때 나오는 반전은 아케이드 게임으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스토리텔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용 게임에서 조금 더 기합을 넣어줬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부분. PCE판 스토리는 아케이드와 동일하며, MD판은 도입부 설정이 약간 다르다.

 

게임으로서의 볼륨이 좀 모자라긴 하지만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는 액션RPG를 찾는다면 무난하게 할 만 하다. 분량은 이스 III의 1/3 정도? 전체 시나리오 분량은 그렇지만 그 안에 보스전이 여러 번 발생하고 복잡한 길찾기가 이어지지 않는 스피디한 진행이 가능하고, 덕분에 게임플레이 스타일이 취향에 맞는다면 4명이나 되는 캐릭터로 반복 플레이를 하는 것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결코 나쁘지 않은, 그렇지만 명작이라고도 결코 할 수 없는, 딱 그 정도의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