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E. (1983)
M.U.L.E.은 아직 초심이던 시절의 일렉트로닉 아츠에서 발매된 보드게임 및 경영 시뮬레이션으로, 최초에는 1883년에 아타리 8비트 PC 시리즈용으로 발매되었다가 이후 코모도어 64, 도스, 패미컴 등으로 이식되었다. 제작은 오자크 소프트스케이프. 다니엘 번튼 베리(Danielle Bunten Berry)라는 당시로선 드물었던 여성 개발자가 세운 회사로, 처음에는 SSI 등에 게임을 납품하다 이후 막 창립한 EA의 눈에 들어 협력관계를 맺게 되며, 사무실은 아칸소의 자택 지하실에 있었다고 한다. 이 글에서의 플레이 버전은 C64.
제목은 노동력으로 사용되는 동물 노새(mule)에서 따온 것이겠지만 설정상으로는 Multiple Use Labor Element의 약자라고 한다. 도트 그래픽상으로는 스타워즈의 워커를 닮았지만 커버아트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아마 저작권 문제를 피하기 위한 거겠지. 게임을 시작하면 처음에 난이도 설정 및 최대 4명까지의 플레이어 수를 정하게 되는데, 디폴트는 4인용이니 싱글플레이어로 하려면 플레이어 수를 1로 맞춰야 나머지 3명분을 컴퓨터가 알아서 채워준다. 본래 로컬 멀티플레이어를 상정한 보드게임 형식의 게임이기 때문에 항상 4인으로 고정. 이후 플레이어 색깔과 외계인 종족을 정하고 게임이 시작되지만 종족은 캐릭터 아이콘이 바뀌는 것 외에는 다른 차이는 없다.
목적은 행성 이라타(Irata)에 착륙해 비기너 모드에서 6턴, 스탠다드나 토너먼트 모드에서 12턴간을 보내며 광물, 에너지, 식량의 3종의 자원을 생산하고 경매를 통해 서로 사고팔며 게임 종료때까지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이며, 행성의 이름은 아타리(Atari)를 뒤집은 것.
게임을 시작하면 처음에 땅을 부여받고 여기에서 무엇을 생산할지를 정할 수 있다. 땅을 부여받을 때 원하는 위치로 커서를 이동해 선택하는 게 아니라 커서는 자동으로 이동하며 원하는 칸에 왔을 때 버튼을 눌러 선택하는 방식. 선착순이니 원하는 타일을 AI나 다른 플레이어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 이후 개발 페이즈로 넘어가면 플레이어들이 순서대로 자신의 캐릭터를 직접 맵상에서 이동시켜 마을로 들어가 M.U.L.E.을 구입하고 생산하려는 자원에 맞는 장비를 부착해 빈 칸으로 데려가 버튼을 누르면 배치 완료. 개발 페이즈에는 시간제한이 있어 화면 우측의 타이머가 조금씩 줄어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음 플레이어로 넘어가고 모든 플레이어가 행동을 종료하면 생산 페이즈로 넘어갈 수 있다. 개발 페이즈에서 시간이 남는다면 마을로 돌아가 PUB으로 들어가면 도박으로 약간의 돈을 얻을 수 있다.
식량은 강이 흐르는 타일에서 생산효율이 가장 좋으며, 식량이 모자란 상태에서는 개발 페이즈에서의 타임리미트가 줄어들다 잔량이 아예 없다면 턴을 바로 넘겨야 하며, 여분의 식량을 다음 턴으로 남기면 소수점을 버린 절반이 폐기된다.
에너지는 아무것도 없는 빈 평야 타일에서 생산효율이 높으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M.U.L.E.은 자동으로 보급되지만 그 외의 M.U.L.E.은 1대당 에너지 1을 요구한다. 만약 에너지가 모자라면 M.U.L.E.이 랜덤하게 가동이 중지되기 시작하며, 에너지 부족으로 식량이 생산되지 않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에너지도 재고를 많이 남긴 상태에서 턴을 넘기면 일부 폐기되며, 위 두 자원은 다음 턴으로 넘길 필요 없이 바로바로 처분해도 무방하다.
광물은 비기너 모드보다는 스탠다드나 토너먼트 모드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언덕이 있는 타일에서 생산효율이 높으며 안정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고, 스탠다드 모드에서는 마을의 창고에 충분한 양의 광물이 없다면 새로운 M.U.L.E. 유닛이 충원되지 않게 되며 M.U.L.E.의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비기너 모드에서는 M.U.L.E.의 보급이 무한히 이루어지고 가격도 $100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 되지만, 스탠다드 모드에서는 누군가가 반드시 생산해야 한다.
생산 페이즈 자체는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도중에 각종 랜덤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후 경매로 넘어가는데, 3종의 자원을 구입할 것인지 판매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가격의 흥정이 발생하며 위 화면의 식량은 바이어가 마을의 창고에서 구입하려 한다면 $50, 셀러가 마을의 창고에 판매할 때는 $15에 판매된다. 화면 아래쪽에 있는 게 바이어, 위쪽이 셀러로 각각 위아래로 이동해 가격을 제시하며, 만약 바이어와 셀러가 $25 라인에서 만난다면 그 가격에서 거래가 성립하는 것. 위 오른쪽 화면에서는 보라색 플레이어만이 여분의 식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가격대에서 대기하고 있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올라오며 제시가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라면 광물 생산에 집중하는 게 좋다. 광물은 스토어 매입가가 턴마다 변동하며, AI는 수십개 단위의 광물을 쌓아두었다가 스토어 매입가가 일정 이상이 되면 일제히 매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팔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 계속 비축했다가 비싸지면 파는 것. AI도 콜로니의 누군가가 식량이나 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하고 있고 경매에서 구입하는 걸로 필요량을 충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언덕 타일 점거를 우선시해 광물 생산으로 자산을 늘리는 모습을 보인다. 광물은 턴을 넘겨 보존해도 폐기되지 않기 때문에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투기 목적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버전에 따라서는 50 이상은 폐기된다고도 한다)
12턴간 이어지는 스탠다드 모드에서는 후반에 모든 타일이 채워지게 되지만 초반에 한 발 앞서가길 원한다면 토지 경매를 통해 구입할 수도 있다. 가장 높은 방식으로 값을 제시한 플레이어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며, 스탠다드 및 토너먼트 모드 한정으로 보유한 땅을 판매할 수도 있지만 AI가 이걸 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고, 땅을 판매하면 그만큼 자신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이니 굳이 할 의미가 없다.
토너먼트 모드에서는 4번째 자원인 크리스타이트가 추가된다. 크리스타이트의 채굴을 위해서는 우선 마을에 추가되는 'Assay'로 들어가 토지 샘플을 가져오라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특정 타일로 이동해 버튼을 눌러 샘플을 채취, 돌아가면 크리스타이트의 채굴이 가능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채굴이 가능한 곳이라면 그곳에서 크리스타이트를 채취할 수 있다.
크리스타이트는 가장 비싸게 팔리는 자원이지만 가격의 랜덤 변동이 광물보다 심하며, 콜로니의 유지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순수한 환금형 자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타이트를 많이 생산하면 그만큼 마지막에 1위로 끝낼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모두가 크리스타이트에만 집중하면 콜로니가 붕괴한다. 식량과 에너지는 수익성은 낮지만 반드시 필요한 존재니까.
덕분에 쉽게 상상할 수 있겠지만 싱글플레이어로 혼자 묵묵히 하기보다는 멀티플레이어로 와글와글한 분위기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특정 자원을 생산중인 플레이어들끼리 작당해 담합을 한다거나 특정인을 견제한다거나 하는 플레이가 가능할 것이다. AI 상대로는 이런 교섭이 불가능해 아무래도 정형화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수요와 공급 원칙을 직관적으로 잘 재현한 게임. 스팀에 MULE Returns라는 리메이크의 스토어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지만 2024년 5월 현재 미발매 상태인데, 트레일러 영상에 '로컬 멀티플레이어'라는 말이 나오는 게 걸린다. 잘만 만들어진다면 어몽 어스같은 느낌의 가벼운 파티게임 포지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온라인은 필요하지 않을까? 2024년이잖아.
'Toponym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타리 2600 황금기 #5 이매직편 (0) | 2024.05.05 |
---|---|
제절초 (0) | 2024.05.04 |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 리덕스 (0) | 2024.05.01 |
어나니머스 코드 (0) | 2024.04.30 |
당신과 그녀와 그녀의 사랑 (0) | 2024.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