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메닛키 3D (2014)
러시아의 1인 제작자로 보이는 Zykov Eddy씨가 제작한 유메닛키의 팬 게임. 마지막 버전은 2014년 10월 18일 공개된 v 0.02.1로, itch.io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다.
제목은 유메닛키 3D이고 주인공은 원작과 동일하게 마도츠키. 그 외에도 유메닛키 원작에서 참조해 가공한 듯한 애셋과 오리지널 애셋이 혼재해 있다. 무수한 다른 유메닛키 파생작 및 팬게임들과 비교되는 점이라면 3D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며, 대체로 오리지널 캐릭터를 등장시켜 원작과는 관계가 없는 별도의 게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다른 파생작들과 달리 유메닛키의 비공식 3D 리메이크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목부터 다른 부제 없이 당당히 "유메닛키 3D"잖아. 사실 일본인 제작자라면 원작자에게 메이와쿠가 될 깨봐 감히 이런 식으로는 못할 것 같지만, 뭐 그건 그들이 인생 피곤하게 살기 때문이라 치자.
기동 직후의 첫인상은 약간 묘해 보일 수 있다. 원작의 마도츠키 방이 3D로 재현되어 있고 WASD로 이동, 마우스로 시점변환을 통해 자유롭게 3D화된 월드를 둘러볼 수 있다. 그런데 마도츠키 자신은 원작의 2D 스프라이트를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에 깊이가 없고 묘한 분위기를 낸다. 마도츠키는 그래도 카메라가 마도츠키 뒤통수를 따라다닐 뿐이라 위화감이 딱히 크긴 않지만 월드 내에 존재하는 애셋들 중에도 깊이가 없는 2D 패널같이 생긴 것들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다. 덕분에 이상해 보이지만 유메닛키 게임에서 이상하게 생긴 물체들이 놓여있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의도한 거라 쳐도 될 거 같다.
3D 리메이크를 표방한 만큼 기본적인 구성은 본가 유메닛키와 동일하며,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유명한 이벤트들이 재현되어 있으며 레벨 디자인 역시 유메닛키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유메닛키식 레벨 디자인이란 말은 지금 글을 쓰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만들어 낸 말이지만, 대충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 다수의 레벨로 연결되는 허브 혹은 넥서스가 존재한다.
- 각 레벨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다른 레벨로 연결되어 있다.
- 특정 레벨에는 아이템이 존재하며 (이펙트) 이들 중에는 직접적으로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 장식용 아이템들을 비롯한 수집요소는 유저가 얼마나 많은 지역을 탐사했는가의 판단기준으로 작용한다.
- 유저에게 분명한 스토리나 게임플레이상의 목표가 직접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
- 수집요소 입수의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엔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메2키나 .flow를 비롯한 다른 주요 팬게임들도 기본적으로 위의 구조를 따른다. 물론 유메닛키 3D 역시 마찬가지다.
마도츠키는 원작과 동일하게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지만 침대에서 잠이 들면 문을 열고 나가 8개의 문이 있는 넥서스로 연결된다. 문은 8개지만 마도츠키의 방으로 돌아가는 문 하나, 개발중으로 막혀 있는 문이 하나, 엔딩 시퀀스에 필요한 문 하나를 제외하면 넥서스로부터 접근가능한 월드는 총 5개. 기왕 개발을 중단할 거라면 닫힌 문을 아예 제거해 줬어도 좋았겠지만 대부분의 유메닛키 파생작이 미완성인 상태로 끝나는 데 비해 엔딩을 통해 게임을 종료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훌륭하다고 해야 하나.
수집요소는 총 9개로 6개의 이펙트와 3개의 열쇠 아이템이 존재한다. 이펙트는 자전거, 식칼, 팔레트, 8비트, 모노크롬, 눈가리개의 6종류로 원작에 비하면 수가 적지만 전체 볼륨도 그리 크지 않고 이펙트가 딱히 꽁꽁 숨겨져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발견이 어렵지는 않다. 넥서스에서 유령이 나오는 밤거리로 들어가 돌아다니다 보면 자전거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이동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이후 탐색이 수월해진다. 유메닛키의 이름을 빌리지 않는 단순 파생작이라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 컨셉을 잡을 수 있지만 원작의 이름을 빌린다면 오리지널 요소를 넣으면서도 원작의 컨셉을 어느정도는 따라가야겠지. 특히 분위기와 월드가 게임의 99%를 차지하는 유메닛키 스타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원작 유메닛키에는 평화로운 레벨들과 괴상하고 호러 분위기를 내는 레벨들이 혼재해 있다. 일견 평화로워 보이는 숲속을 거닐다 붉게 불타는 지옥의 미로로 이어질 수 있고 그러다 보니 평화로운 레벨을 거닐 때도 긴장감을 유지하게 되지만 이런 레벨들을 분산해 배치함으로서 게임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다. 평화롭기만 하면 게임이 재미없어지기 십상이고, 그렇다고 호러스런 맵만 잔뜩 때려박아도 완급조절에 실패한다. 괴상한 레벨만 때려박으면 플레이어는 그 상황에 익숙해져 버리고 무뎌지기 때문에 그런 플레이어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적을 등장시키거나 점프스케어를 추가하거나 하는 식으로 페이싱을 조절한다. 많은 인디나 1인 제작자들이 이걸 실패해서 호러라고 내놓았지만 지루할 뿐인 게임을 내놓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유메닛키 3D는 원작에 비하면 다소 볼륨이 작긴 하지만 거의 같은 페이싱을 그리고 있어 외형이 달라지고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어도 유메닛키를 플레이할 때와 같은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을 호평할 만 하다. 원작과 비슷하게 호러에서 언캐니를 오가는 맵들도 많지만 평화로워 보이거나 살짝 기묘하며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정도의 레벨들이 적당히 섞여 있고, 원작의 요소를 재등장시키면서도 과하게 의존하지 않으며, 원작을 플레이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움과 익숙함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배치되어 있다. 3D화 하면서 유메닛키의 인스퍼레이션을 제공하였을 LSD에 대한 오마쥬도 함께 들어가 있다는 점 역시 호감을 사는 부분이며, 3D의 강점인 지형의 고저차를 이용한 맵과 기믹도 여기저기 발견된다. 단순 패러디나 리스킨이 아니라 이렇게 대격변을 시키면서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팬게임은 아무래도 드물다. 유메닛키를 깊게 이해하고 만들어진 작품이란 느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엔딩인데, 원작에서의 "그 엔딩"은 이 게임 내에서는 직접 구현되어 있지는 않지만 'Isolated"라는 별도의 실행파일로 된 DLC(?)가 배포 파일에 함께 들어가 있다. 실행하면 원작에서의 그 엔딩이 3D로 재현되며 다시 마도츠키의 꿈 속의 세계로 빠지게 되는데, 넥서스에서 기존의 월드로 들어가는 문들은 닫혀 있고 새로운, 호러 요소가 더 부각된 월드로 이어진다. 음- 왜 별도의 실행파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닐까? Isolated의 플레이 시간은 짧지만 원작의 엔딩 이후에 대한 작자의 해석이란 점에서 일부러 본편과 분리했을 지도 모르겠다.
유메닛키
유메닛키 (2004) 최초 릴리즈 2004년, 최종 업데이트 2007년. 유메닛키가 어느새 20주년이라니, 세월의 흐름과 나의 노화를 실감한다. 한 세대 앞의 콥스파티와 함께 향후 쯔꾸르 RPG계에 장대한 영향
ludonom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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