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Dev Tycoon

게임 데브 타이쿤 (2013)

 

1980년에 차고에 컴퓨터 한 대 들여놓고 게임개발을 시작해 게임업계의 최고를 노리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처음 등장했을 때는 게임발전국++ 같은 게임이 알려져 있지 않던 서양권에서 실황이 난무하며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현재는 이를 벤치마킹한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으로 살짝 묻힌 감이 있는 게임.

 

처음에는 집에서 1인개발다운 게임을 만들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직원을 늘리고 사무실을 확장하며 더 큰 규모의 게임을 계속해서 개발하게 된다. 그 와중에 이름만 살짝씩 바뀌었지만 누구나 알아볼 만한 새로운 게임기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며,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도태되지 않도록 발버둥치게 된다. 

 

초반에는 직원도 사장 뿐이고 개발 가능한 플래폼도 PC와 코모도어64 (게임 내에서 G64) 뿐이다. 사실 8비트 PC는 종류가 훨씬 많지만 여기서는 비IBM 대표로 코모도어가 선택된 듯. 초기에는 코모도어 점유율이 좀 더 높으니 코모도어로 시작하되, 각 플래폼마다 게임 장르별 상성이 다르니 코모도어가 강세인 어드벤처, 시뮬레이션, 전략을 번갈아가면서 해 주면 되는데 어떤 주제로 어떤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교통'은 시뮬레이션으로 만들기 좋지만 액션으로 만들면 평가가 떨어진다. (사실 C64는 액션게임이 더 주류였다만... 이런 세세한 건 넘어가 주자.)

 

 

주제와 장르 선택화면. 25년된 회사가 아직도 '판타지'와 'SF'가 뭔지 모른다

사실 여기서 리세마라가 필요할 수 있다. 게임 내 존재하는 수십가지의 주제들 중에 처음에 등장하는 4개는 랜덤하게 정해지며, 이게 판타지나 SF처럼 다양한 장르에 적용되고 넓은 연령층에 통하는 범용적인 주제가 없이 수술, 댄스, 신화 등이 초반에 등장하면 주제, 장르, 플래폼, 연령대를 조합해 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 이 게임은 연구 포인트가 기술개발만이 아니라 새로운 주제 발견이나 직원 교육에도 쓰이는 등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당장 쓸 만한 주제가 나올 때까지 연구 포인트를 낭비하게 될 수도 있다. 아무튼 극초반에는 아래 세 장르를 번갈아 만들면 어떻게든 된다. (같은 장르를 연속으로 만들면 평이 떨어진다)

  • 어드벤처: 1단계 스토리 100% / 2단계 대화 100% / 3단계 월드 100% 그래픽 60% 사운드 10%
  • 시뮬레이션: 1단계 엔진 50%, 게임플레이 100% / 2단계 레벨디자인 60% AI 100% / 3단계 그래픽 100% 사운드 40%
  • 전략: 1단계 엔진 50%, 게임플레이 100% / 2단계 레벨디자인 100% AI 75% / 3단계 월드 100% 사운드 40%

이상은 초반 공략중에 노트한 것들로 대략 감. 다른 장르나 플래폼으로 개발할 때는 공략을 참고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총 100%를 넘어도 상관은 없는게, 제한된 개발 시간을 어느 요소에 얼마나 투자하는가의 비율을 정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몇 개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면 아동/전연령/성인의 나이집단에 맞춘 게임을 개발하는 연구가 가능해지며, 사무실을 처음 업그레이드하고 직원을 두기 시작하며 중규모 게임을 만들게 되면 퍼블리셔와의 계약이 가능해진다.

 

 

중반의 게임 및 엔진 개발장면

공략에 따라 개발중에 어느 요소에 중점을 넣고 개발하는지를 정확히 따라가도 어느샌가 평점이 안 나오고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대체로 엔진이 도태되었거나, 소규모 게임이 거치기 콘솔이나 PC에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던가, 아니면 단순히 인재가 부족해 게임을 만족스럽게 완성하지 못했거나 등의 이유가 있다. 첫 이사를 한 뒤의 위와 같은 사무실에서 플레이하는 기간이 가장 힘들 수 있는데, 사무실도 커지고 직원도 늘어 유지비는 늘고, 연구에 대한 부담도 점점 늘어만 가고, 그런 와중에 따라가지 못하면 평점은 점점 야박해져 몇 번이고 파산을 경험할 수 있다.

 

이걸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존재가 퍼블리셔. 퍼블리셔들은 특정 장르나 플래폼에서의 개발을 요구하기도 하고 일정 평점 이상이 나오기를 요구하는 조건을 달기도 하지만 중반에는 판매량에 큰 도움을 주니 이들과의 계약을 얼마나 잘 이행하는가에 달렸다. 이 쯤에서 UI 버그 두 가지를 지적하고 넘어가자.

 

 

 

왼쪽 스크린샷. 첫 번째는 화면을 클릭하면 등장하는 작은 메뉴가 메인 메뉴를 불러도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고, 개발 메뉴에서 화면 상단을 잘못 클릭하면 개발 메뉴 위에 이 작은 메뉴가 겹쳐서 보인다는 점이다. 다른 메뉴가 뜨면 자동으로 이전에 떠 있던 메뉴를 닫게 하고, 큰 메뉴가 등장하면 작은 메뉴가 등장하지 않게 하는 등의 간단한 조치로 예방할 수 있는 걸 10년이 넘게 방치하고 있다.

 

오른쪽은 중규모 이상의 게임을 개발할 때. 여기서는 개발 단계 1에서 엔진, 게임플레이, 스토리의 담당자를 골라야 하는 장면인데 왼쪽의 직원 목록의 절반이 화면 밖으로 잘려 있다. 각 직원의 디자인/기술력 수치와 피로도에 따라 담당자를 정해야 하는데, 이름과 디자인 수치가 잘려 있어 보기도 안 좋고 불편하다. 설정을 독일어로 해서 단어가 길어서 이렇게 되나 싶기도 했지만 영어로 바꿔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기본적인 QA 부재.

 

창모드로 플레이할 때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인디라는 변명 이전에 조악한 디자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화면비를 좌우로 늘리고 싶어도 그래픽 옵션은 풀스크린 토글밖에 없이 원하는 해상도를 선택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내에서는 발매한 게임에 버그가 발견되었는데 제때 패치해주지 않으면 팬이 떨어져 나가는데, 자기들이 이러면 어떡해.

 

 

밀리언셀러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자금에 숨이 트인다

게임 데브 타이쿤에서 가장 까다로운 지점은 상기했듯 아마 첫 번째 이사를 한 뒤일 것이다. 16비트, 32비트, 차세대기들이 점점 등장하는 와중에 연구비와 유지비가 폭등하여 자칫하면 낡은 엔진으로 그냥저냥한 게임이나 만들다가 신작을 낼 돈도 없어 파산하기 일쑤. 그래서 퍼블리셔가 이 시점부터 등장하게 되지만 중규모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팀을 유지해야 하고, 인건비만이 아니라 채용에도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 처음 들어온 직원의 훈련에 시간이 걸리는 건 물론 신입이 있으면 적응할 때 까지 팀 전체의 효율이 낮아지는 건 덤. 이 상태로는 게임을 만들어도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팬을 많이 확보하면 어지간한 쿠소게를 내놓아도 그걸 넙죽넙죽 사주는 얼간이들 덕분에 어느 정도 커버가 되긴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그 정도의 팬을 모으는 것도 힘들고, 팬을 모으기 위해 컨벤션에 대형 부스를 설치하는 것도 예산이 모자라기 쉽다.

 

이 시기를 어찌어찌 극복해 어느 정도 자금 융통에 여유가 생겼다면 이제 초반에 고용한 직원들을 해고할 차례다. 이 부분도 게임상 아쉬운 부분인데, 초반에 고용해 오래 일한 베테랑 직원들은 경험치와 함께 레벨이 오르며 급여는 올라가는데 핵심 능력치는 하나하나 트레이닝으로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레벨이 올라가면 더 많은 트레이닝 옵션이 해금되지만 당연히 여기에도 시간과 연구 포인트가 들어가고, 직원교육을 하고 있으면 그 동안은 개발에 참가를 못 하니 결과적으로 돈도 많이 깨진다. 그러니 해고하고 구인에 돈을 써서 처음부터 높은 능력치를 가진 직원을 구하는 게 나은 것.

 

 

X360, PS3, PC 멀티플래폼 액션어드벤처를 5명이서 개발하고 있다

나름 여기까지는 현실적인 부분이 없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소규모의 스탭으로 이뤄진 스튜디오들이 게임 몇 개를 출시하고 쓸쓸히 역사 뒤로 사라진 예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조금 더 지나면 다시 비현실적이 되는데, 이미 16비트, 32비트 시대만 와도 한 줌의 개발팀이 게임을 만들어 대박을 내기 어려운 시대가 되는 데 비해 이 게임에서는 직원 하나하나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해 줘야 하는 특성상 많아야 사장 + 6명까지의 직원을 고용할 수 있다. 이 상태로 게임 후반에는 AAA 타이틀이나 MMO, 콘솔 개발까지 한다니 참.

 

이 소수인원 시스템이 여러모로 발목을 잡는데, 직원 하나가 연구하고 있으면 그만큼 작업할 인원이 빠지니 개발중인 게임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여기에 대부분의 연구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고 엔진을 개발해 추가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실 그래픽 업그레이드같은 거라면 엔진에 포함시켜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걸 납득할 수 있지만 '사운드트랙' 같은 걸 모노, 스테레오 등의 음향기술과 별도로 엔진에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는 뭘까. 엔진 개발도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만큼 어지간히 현금을 쌓아둔 상태가 아니면 엄두를 내기 힘들어 한번 도태되어 쿠소게 연발의 스파이럴에 빠지면 복구가 불가능해진다.

 

경영 시뮬레이션으로서 게임 데브 타이쿤의 최대 약점은 역시 평점이 낮게 나온 건 그렇다 치더라도 대체 왜 낮게 나왔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이 게임의 리뷰 알고리즘은 일정한 법칙을 따르지만 그게 상당히 비직관적이고 복잡하며, 예를 들어 코모도어 64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드는 데 그래픽을 최소치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시간을 투자하면 월드 디자인에 몰빵한 것 보다 평점이 떨어지는 수가 있으니 유저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것이다. 현실에 존재했던, 기존 어드벤처 게임들과 차별화된 그래픽과 조작성으로 크게 격차를 벌린 시에라의 킹스 퀘스트 같은 게임을 재현할 수는 없다. 개발기간을 늘려 전체적으로 훌륭한 게임을 만들고 싶어도 게임 규모 소규모/중규모/대규모/AAA에 맞춰 기한이 정해져 있으니 더더욱.

 

추가로 멀티플래폼 발매를 위해서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 해금되는 비싼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데, 각종 플래폼마다 포팅되는 건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있었던 만큼 본작에서 구현되지 않은 게 아쉽다. 처음부터 새로 개발하는 것에 비해 다소 낮은 비용으로 포팅해 복수 플래폼에 발매할 수 있게 하되, 상호간의 포팅 상성을 추가한다거나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360 게임을 DS로 이식하는 건 무리라던가, 슈퍼패미컴 게임을 동시기 PC로 이식하기 힘들다던가. 생각해 보면 아케이드도 없군 이 게임.

 

 

왼쪽은 인게임 시간 26년만에 달성한 역대 최대 셀러 투하트. 음, 그래 투하트가 명작이긴 하지.

게임 내에서 출시된 게임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아주 간략한 피드백을 받을 수는 있는데, 위 오른쪽 스크린샷의 피드백은 호러/액션어드벤처 게임에 대한 보고서다.

  • 이 유형의 게임에 월드 디자인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 플래폼과 장르의 상성(X360/액션)은 훌륭합니다.
  • 주제와 대상연령의 상성(호러/전연령)은 좋습니다.

대체로 이 정도가 다고, 그나마도 없이 한 줄만 띡 나오는 경우도 많으니 막연할 수 밖에. 최소한 '시장조사' 같은 걸 연구로라도 넣어서 보다 자세한 피드백을 받아 대체 어디가 잘못된 건지 알 수 있게 했다면 모를까, 현재 상태로는 상당히 답답한 게임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수치가 오가는 게 중요한 게임에서 정보의 부족은 좀 치명적이지. 최소한 "이 게임은 엔진보다는 게임플레이에 비중을 좀 더 넣었어야 합니다" 라던가 "게임의 볼륨이 부족합니다" 정도의 힌트였어도 충분히 시행착오로 깨달아 갈 수 있었을텐데 덕분에 공략을 보면서도 햇갈리는 수가 있다.

 

덕분에 캐주얼한 외견과 달리 상당히 까다로우며, 대체 어떻게 슬라이더를 맞춰야 하는지, 인적 배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미조정을 위해 몇 번이고 세이브와 로드를 반복하며 감을 잡으려 한 플레이어가 나 뿐은 아닐 것이다. 어느 정도 공략을 필요로 하는 건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래서는 인게임 정보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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