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제1화
편지: 제1화 (1995)
절대로 플레이하면 안 되는 게임, 플레이한 사람이 행방불명되는 저주받은 게임이라는 도시전설이 붙은 슈퍼패미컴용 사운드 노벨. 제절초나 카마이타치의 밤 등이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등장한 사운드 노벨 장르의 게임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불법복제로 게임을 즐기는 주인공. 시대가 시대인 만큼 다운로드가 아니라 신품을 구입한 것을 플로피 디스크로 복제하고 원본을 중고로 판매해 그 차액만으로 게임을 즐기며 때로 친구들에게 돈을 받고 게임을 복사해 주기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하르마게돈'이라는 제목의 게임을 구입해 복사본을 만들고 기동시키려 하는데 화면에 불길한 메시지가 표시된다.
이 게임은 복사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하지 말아달라도 아니고 하지 않는 게 좋으실 거라는 건 무슨 뜻일까. 의아해하면서도 설명서를 뒤적이며 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주인공, 이후 게임을 시작한다. 같은 제작사의 게임들을 그동안 꾸준히 해 왔지만 점점 힘이 빠지는 듯, 퀄리티의 저하가 눈에 띄며 이 회사도 얼마 못 가겠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그렇지만 몇 시간이고 열심히 게임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방이 정전된다.
어두우니 일단 주머니에서 지포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켜 보는데, 화면에는 누군지 모를 사람의 얼굴이 비춰져 있다. 깜짝 놀라 불을 껐다가 다시 켜 보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차단기가 내려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지만 몸이 얼어붙기라도 한 듯 옴싹달싹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그러다 손에 들고 있던 지포 라이터를 떨어트려 버리고, 주인공의 복사 게임들이 담겨있는 플로피 디스크 상자로, 다시 컴퓨터로 불이 옮겨 녹아버리게 되며 주인공은 그걸 지켜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순간 다시 전기가 들어오며, 컴퓨터와 디스크 상자에 붙어 있던 불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는지 생각하는 주인공, 하지만 컴퓨터 안에 들어있던 복사 게임이 들어있던 디스크만은 여전히 녹아 있는 상태였다. 이후 주인공이 뭔가의 편지를 보내기 위해 "약속의 언덕"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화면이 화이트아웃되며 게임이 진행되지 않게 된다. 제보자는 이후 이 게임을 사운드 노벨에 빠져있던 친구에게 빌려주었는데, 약 1개월 뒤 그 친구는 행방불명되고, 다시 반년이 지나 시내에서 떨어진 어딘가의 언덕 위에서 그 유품이 발견되었다. 이 게임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던 제보자는 우편함에 편지의 게임 카트리지가 들어있는 걸 다시 발견하게 되고, 다급한 마음에 이 게임을 아는 사람이 있냐며 2ch에 글을 게시하는데...
...라는 건 당연히 창작괴담이다. 편지는 플레이타임이 기껏 5~10분 정도의 짧은 사운드 노벨로, 실기 카트리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으나 슈퍼패미컴용 ROM파일로 실존하는 소프트웨어이며 당연히 직접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는 괴담 원문의 짧은 게임 내용 설명에 내가 직접 플레이한 내용을 덧붙인 것. 정식 발매된 게임이 아니라 개인이 제작해 배포한 게임인 만큼 내용이 다른 버전이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 인터넷에서 발견할 수 있는 롬파일에는 주인공이 편지를 부치러 가는 장면이 없이 단순히 이후 게임의 불법 복제를 그만두게 되고 크레딧 화면이 표시되며 정상적으로 끝난다.
크레딧 화면에 드러나는 제작자는 열혈최강NET의 KAMI라는 사람. 일본웹상에서 보이는 증언과 관련 게시물들을 종합해 보면 이 열혈최강NET이라는 건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에 개인이 운영하던 사설BBS로, 이 곳에서 롬파일을 비롯한 각종 게임들이 공유되고 있었으며 KAMI는 그 관리자였거나, 최소한 깊게 관여하고 있던 인물로 크랙도구를 제작하기도 했다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KAMI는 이 게임을 업로드하고 자취를 감추며, BBS 역시 폐쇄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게임의 불법복제를 일삼고 있던 그가 어느날 개심하고, 복돌이들이 모인 게시판에 이 게임을 업로드한 뒤 사라졌을 뿐인 나름 훈훈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후 어느 창작괴담의 소재가 되며 다시 주목받게 된다. 최초로 이 게임의 괴담이 등장한 건 2006년의 2ch. 실제 게임에는 없는 편지를 보내는 장면이 추가되었고, 여기에 제작자가 이 게임을 만들고 자○했다거나, 과거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내용을 업로드하던 2ch 오컬트판의 스레가 플레이어의 실종으로 갑자기 묻혀버리고 지금은 사라져 발견할 수 없다거나 하는 식의 살이 붙여졌고 물론 이 창작자 역시 이런저런 코멘트에 답을 하다가 중간에 사라져버린다. 뭐, 컨셉을 위해 도중에 잠수를 탄 거겠지. 아마도 제목에 제1화라는 부제가 있지만 2화가 영원히 제작되지 않았고, 편지라는 제목의 의미도 제대로 회수되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해 살을 붙인 게 아닐까.
실제로는 상기한 대로 5~10분 정도면 끝나는 단순한 게임이며, 선택지 같은 건 없이 텍스트를 보다 보면 금방 끝나는 간단한 구성이다. 만약 일본어가 가능하고 이상한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직접 플레이해봐도 좋고, 유투브에도 플레이 영상이 올려져 있으니 눌러봐도 좋지 않을까. 사실 거창한 괴담에 비해 게임 내용은 별 거 아니지만, 하필이면 복돌이들이 게임 공유하던 곳에 올려졌으니 당시 실시간으로 플레이했을 소수의 복돌이들은 섬찟하기도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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